[양형모의 아이 러브 스테이지] 돌아온 ‘올슉업’, 살아 움직이는 갈치같다

입력 2015-01-0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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팝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을 바탕으로 만든 뮤지컬 ‘올슉업’의 한 장면. 손호영, 김예원, 구옥분, 김재만 등 배우들의 뛰어난 노래와 연기, 적당한 코미디가 어우러져 ‘맘마미아’ 못지않은 재미를 주는 주크박스 뮤지컬로 거듭났다. 사진제공|킹앤아이컴퍼니

■ 뮤지컬 ‘올슉업(All Shook Up)’

능글맞은 손호영·놀라운 발견 김예원
극중 악역·화려한 무대세트도 없지만
개성있는 캐릭터, 스토리 재미에 흠뻑


솔직히 말하겠다. 개인적으로 ‘올슉업(All Shook Up)’이라는 뮤지컬을 썩 좋아하지 않았다. 미국 브로드웨이에서 2005년에 첫 선을 보인, 뮤지컬치고는 ‘비교적’ 신작으로 팝의 황제 엘비스 프레슬리의 히트곡을 꿰어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이다. 아바의 음악으로 만든 주크박스 뮤지컬의 간판스타 ‘맘마미아(1999)’가 초대박을 치자 팝스타의 음악을 앞세운 주크박스 뮤지컬들이 줄줄이 만들어졌는데, 올슉업도 그 중 하나라고 보면 된다.

2009년에 본 올슉업은 그냥저냥 볼만한 뮤지컬이라는 느낌 이상은 아니었다. 엘비스의 음악이 좋았고, 실력파 배우들로 짠 출연진도 나쁘지 않았지만, 어디선가 바람이 새는 구멍이 있는 듯한 공연이었다.

그런데 이번에도 솔직히 말하겠다. 5년 만에 다시 만난 올슉업은 엄청난 매력을 지닌 작품이 되어 있었다. 캐릭터들이 갓 잡아 올린 갈치처럼 싱싱했고, 적재적소에 뿌려진 개그 조미료가 확실하게 맛을 살렸다. 한결 ‘능글맞고’, ‘여유로워진’ 손호영(엘비스 역)의 노래와 연기가 좋았다. 엘비스를 사랑해 남장까지 불사하는 ‘나탈리’의 김예원은 심장이 두근거릴 정도로 놀라운 발견이었다. 돌아온 올슉업은 확실히 재미있어졌다. 맘마미아가 잔뜩 긴장을 해야 할 정도의 뮤지컬이 되었다.

눈이 휘둥그레질만한 화려한 무대세트 같은 것은 올슉업에 없다. LED 스크린, 입체에 가까운 영상도 없고 사람이 공중을 날아다니거나 아크로배틱을 보여주지도 않는다. 그저 살면서 가끔씩 마주칠 수 있는 살짝 ‘과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음악과 함께 풀어간다. 주인공은 골반 한 번만 꺾으면 여자들이 까무러치는 마력의 청년 엘비스지만 모든 이야기가 엘비스를 중심으로만 돌아가지도 않는다.

자동차 정비공(어쩐지 이효리를 떠올리게 하는)으로 털털하면서도 여성적인 매력을 지닌 ‘나탈리’, 초반 10분은 초절정 글래머 미녀로 등장했다가 이후 ‘광녀’ 콘셉트로 변신해 웃음을 주는 ‘산드라(구옥분 분)’, 나탈리를 짝사랑하는 코믹 담당 캐릭터 ‘데니스(김재만 분)’, 나탈리의 아버지로 엘비스와 함께 산드라에 푹 빠져버리는 ‘짐(강성진 분)’ 등 한 명 한 명의 캐릭터와 스토리가 살아 돌아다닌다.

연초에 여자친구에게 점수 좀 따 보고 싶은 남자들에게도 강추하고픈 작품이다. 올슉업이 갖고 있는 미덕 하나 더. 이 뮤지컬은 요즘 트렌드답지 않게 잔인한 악역이 없다. 도둑도 강도도 성추행범도 살인마도 등장하지 않는다. 어쩌면 올슉업의 가장 큰 ‘악역’은 이 재미있는 공연을 보고나서도 기립하지 않고 시큰둥한 얼굴을 하고 있는 당신일지 모른다. 결코 쉽지는 않겠지만.

양형모기자 ranbi@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ranbi3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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