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연봉을 사실상 백지위임한 KIA 양현종에게 구단은 ‘연봉 4억원’이라는 큰 선물을 안겼다. 지난해 연봉 1억2000만원보다 2억8000만원이나 오른 KIA 역사상 최고 인상액이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포스팅 무산 프리미엄…윤석민 사례 한몫
신임 김기태 감독 위해 팀 분위기 살리기
사실상 백지위임이었다. 받는 쪽보다 주는 쪽에서 더 고민을 했고, 시점을 놓고 생각이 많았다. 다만 KIA의 16일 오키나와 캠프 출발까지 협상이 끝난다는 데 대해서는 한 점의 의심도 없었다. ‘언제 만났다’, ‘얼마를 요구했다’ 등을 놓고 아무 소식도 바깥에 들려오지 않았음에도 협상 실무자인 KIA 노대권 운영팀장은 “양현종 협상은 반드시 된다”라고 장담을 했다. 그리고 KIA는 D-day를 11일로 결정하고 피날레로 양현종의 2015시즌 연봉을 발표했다. 4억원. 2014년 연봉 1억2000만원에서 무려 233.3% (2억8000만원)가 파격적으로 올라간 금액이다. KIA 역사상 최고 인상액(종전 2010년 최희섭의 2억원 인상)이며, 투수 역대 최고 인상률(종전 2004년 신용운의 200%)이다.
● 첫 번째 효과, 포스팅 무산 프리미엄
양현종 협상을 담당한 KIA 오현표 운영실장은 11일 “언제 타결이 됐느냐보다 언제부터 교감이 이뤄졌는지가 더 중요하다”는 말을 했다. 즉 KIA는 양현종의 포스팅을 통한 메이저리그 도전을 허락하지 않기로 결정한 11월 말부터 이에 관한 ‘보상’을 생각하고 있었다는 말이 된다. 굳이 협상 과정을 외부에 노출하지 않은 것은 양현종의 개인 일정상, 12월 만남이 물리적으로 어려웠던 탓도 있었지만 이미 양 측의 합의가 됐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구단이 해줄 수 있는 최선인 연봉으로 의욕을 살려준 셈이다. 다만 다른 선수들과의 형평성을 고려해야 되기에 발표 시점을 최대한 늦췄다.
‘윤석민 학습효과’도 한 몫 했다. KIA는 2011 시즌 후 포스팅을 통해 메이저리그로 나가려던 윤석민의 도전을 막았다. 그러나 이후 완전 프리에이전트(FA)로 미국에 가기까지 2년 동안 윤석민은 ‘의욕상실증’을 보였다. 또 지난해 11월 SK 김광현이 포스팅 금액이 200만 달러로 예상보다 적었지만 구단 동의를 얻고 샌디에이고 구단과 연봉협상까지 해봤으나 양현종은 그마저도 KIA가 막아 못했다. 김광현의 연봉(6억)도 양현종 연봉책정에 영향을 준 요인이었다.
● 두 번째 효과, 김기태 감독 후광효과
KIA는 지난 3년간 4강에 들지 못했다. 특히 2014년은 8위까지 몰락했다. 그럼에도 우려됐던 연봉한파가 불지는 않았다. KIA 관계자는 “구단이 신임 김기태 감독에게 아무 것도 못해줬는데 연봉협상이라도 잡음 없이 끝내고 싶었다”는 말을 했었다.
사실상 리빌딩을 선언하며 FA 영입을 비롯한 전력보강 시장에서 일찌감치 철수한 KIA는 송은범 같은 자체 FA조차 놓친 상황이었다. 연봉이라도 잘 줘서 선수단의 분위기를 만드는 데 도움을 주자는 것이 KIA 구단의 생각이었다. 171.1이닝, 16승8패, 방어율 4.25, 165탈삼진을 기록한 양현종의 기분부터 챙겨줘야 2015시즌 활기가 생길 것이라고 판단한 셈이다.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