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원수첩] 강정호 향한 의문의 시선, 류현진처럼 잠재워라

입력 2015-01-15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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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호. 스포츠동아DB

13일(한국시간) ESPN과 USA투데이 등을 비롯한 미국의 주요 언론들은 강정호(28·넥센)가 피츠버그 파이어리츠와 계약에 합의했다고 일제히 전했다. 이제 남은 마지막 관문은 16일에 실시될 신체검사뿐이다.

강정호의 메이저리그 진출은 큰 의미를 갖는다. 한국프로야구 출신 야수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아직 구체적인 계약 내용이 발표되지는 않았지만, 500만2015달러의 포스팅 금액과 견줘볼 때 4년간 1600만 달러의 조건은 당초 기대치를 뛰어 넘는 파격적인 것이다. 더욱이 스몰마켓 팀의 대명사로 여겨지는 피츠버그가 포스팅 비용까지 합쳐 강정호에게 2100만 달러를 넘는 통 큰 베팅을 했다는 점에서 더욱 눈길을 끈다.

지난 시즌 파이어리츠의 연봉 총액은 8000만 달러에도 미치지 못했다. 30개 구단 가운데 탬파베이 레이스와 마이애미 말린스에 이어 뒤에서 세 번째였다. 다시 말해 지난 시즌 연봉 총액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돈을 강정호에게 투자한 셈이다.

하지만 예상과는 달리 파이어리츠는 88승을 따내 당당히 플레이오프에 진출했다. 비록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매디슨 범가너를 출격시킨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에게 0-8로 무릎을 꿇었지만 많은 돈을 쓰지 않고도 충분히 경쟁력 있는 팀을 만들 수 있다는 점을 널리 과시했다.

늘 그랬듯이 이번 스토브리그에서도 파이어리츠는 특별한 스포트라이트를 받지 못했다. 특급 프리에이전트(FA) 영입은 엄두도 내지 못할 만큼 재정 상태가 좋지 않은 파이어리츠가 강정호에게 2100만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는 것은 이례적인 일로, 그만큼 그에게 거는 기대가 매우 크다는 방증이다.

일부 팬들은 ‘연봉 400만 달러짜리 백업 내야수’라며 강정호를 향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이는 2년 전 류현진이 LA 다저스에 입단했을 때와 흡사하다. 당시 한국에서조차 류현진의 성공적인 메이저리그 연착륙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가 우세했다.

그러나 류현진은 지난 2년간 28승을 따내며 실력으로 모든 논란을 잠재웠다. 오히려 실력에 비해 저평가를 받고 있는 대표적인 선수로 거론될 정도다. 류현진의 경우처럼 강정호는 실력으로 모든 편견에서 벗어나야 한다. 파이어리츠는 백업 자원에게 연봉 400만 달러를 지급할 여력이 있는 팀이 아니기 때문이다.

올 시즌 파이어리츠가 원하는 시나리오는 매커친(우)-알바레스(좌)-강정호(우)-워커(스위치 히터)로 이어지는 중심타선 구축이다. 이를 위해서는 알바레스의 부활과 함께 강정호가 하루 빨리 빅리그에 적응하는 것이 관건이다.

최근 쿠바 출신 유망주들이 천문학적인 돈을 받으며 입단 계약을 체결하는 트렌드와는 달리 파이어리츠는 오랜 기간 유심히 지켜본 한국프로야구 출신의 스타플레이어 강정호에게 과감한 베팅을 했다. 강정호의 영입 사례가 스몰마켓 팀이 생존하는 또 다른 현명한 선택이 될 수 있을까.

손건영 스포츠동아 미국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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