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만 관객시대는 그들만의 축복?

입력 2015-01-16 06:5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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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도둑들·광해·설국열차·변호인·명량·국제시장·7번 방의 선물 (왼쪽 위부터 시계방향). 사진제공|케이퍼필름·리얼라이즈픽쳐스·CJ 엔터테인먼트·위더스필름·빅스톤픽쳐스·JK필름·화인웍스

■ 한국영화 ‘흥행 톱5’ 3년째 관객 싹쓸이

흥행작 대부분이 대기업 배급사 영화
1000개 상영관 등 흥행 전략 속 개봉
표면적 활기 뒤엔 ‘부익부’현상 극심
400만 흥행규모 중박영화 늘어나야

지난해 누적관객 1000만명을 기록한 영화가 무려 4편 탄생했고 새해 ‘국제시장’(감독 윤제균·제작 JK필름)까지 1000만 관객을 넘어서면서 극장가 분위기가 한껏 고조되고 있다. 잇단 흥행작의 등장으로 영화계가 활기를 띄며 외연을 넓히는 듯 보이지만 그 이면에서는 특정 흥행작에 관객이 집중되는 ‘부익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이제 영화도 유행에 따라 상품을 소비하는 ‘밴드왜건’의 흐름이 고착화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 흥행 상위 다섯편…3년째 시장 장악


한국영화의 연간 누적관객이 처음 1억명을 넘어선 2012년부터 흥행 상위 5위에 오른 영화가 전체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실제로 ‘도둑들’과 ‘광해, 왕이 된 남자’가 차례로 1000만 관객을 모은 2012년, 한국영화 관객은 총 1억1461만3190명. 그 중 상위 다섯편에 몰린 관객은 4158만6767명이다. 연간 386편이 상영됐지만 이들 다섯편이 전체 관객의 36.28%를 가져간 셈이다.

‘7번방의 선물’과 ‘설국열차’가 흥행한 2013년에도 상황은 비슷했다. 그러다 ‘명량’(1761만명)이 신기록을 세운 지난해에는 상위 다섯편의 점유율이 42.68%까지 치솟았다. 전체 관객 수는 2012년보다 오히려 줄어든 1억770만529명이었지만 ‘명량’을 포함한 다섯편엔 4597만2370명이 집중됐다.


● 유행 따라 선택…‘밴드왜건’ 극심


일부 흥행작이 시장을 장악하면서 소위 ‘잘 되는 영화만 된다’는 분위기도 팽배하다. 다양성이 위축되는 분위기를 두고 영화계에서는 ‘밴드왜건 효과’라는 분석을 꺼낸다. 주로 경제 영역에 적용돼 온 밴드왜건 효과는 사람들이 많이 몰리는 하나의 상품에 소비자가 집중되는 현상을 뜻한다. 유행에 편승하려는 일종의 대중심리로 최근 3년 사이 극장가에서도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영화진흥위원회 전종혁 연구원은 “특정 영화의 관람을 결정하고 극장을 찾은 관객이 아니라면 사람들이 많이 선택하는 영화를 볼 가능성이 크다”며 “그간 1000만 영화의 개봉 시기를 보면 극장 관객이 많은 여름과 겨울방학이 대부분”이라고 짚었다.


● 대기업 ‘텐트폴 영화’ 관객 집중…‘허리영화’ 전멸


흥행작을 향한 관객 선호는 일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하지만 전체 관객이 늘어난 상황에서 일부 대형 흥행작의 비중이 절대적으로 높아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특히 3년동안 연간 박스오피스 5위에 오른 15편 가운데 12편은 대기업을 모기업으로 둔 투자배급사 작품이다. 제작 규모는 물론 개봉 시기까지 철저한 전략 아래 진행되는 이른바 ‘텐트폴 영화’로, 대부분 개봉 초 1000여개 상영관을 지원받아 빠르게 관객을 흡수한다.

영화계에는 1000만 영화보다 400만명 안팎의 관객을 모으는 ‘허리 영화’가 더 늘어나야 한다는 공감대가 강하다. 하지만 지난해 400∼500만 명을 모은 영화는 ‘군도:민란의 시대’와 ‘타짜:신의 손’ 뿐이다.

한국영화제작가협회의 한 관계자는 “100억원을 들인 대작보다 40∼50억원으로 300∼400만명을 동원하는 ‘중박’ 영화가 필요하다”며 “그래야 참신한 기획과 다양한 시도가 늘어나 전체 영화시장도 건강하게 성장한다”고 짚었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madeinhar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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