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허삼관’ 하지원 “하정우 감독과 손잡은 이유…”

입력 2015-01-20 16:0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하지원은 “하정우에게 먹방 비결을 물으니 ‘뱉지 말고 그냥 먹어라’고 말하더라”며 “조언대로 만두를 그저 맛있게 먹었다. 덕분에 먹방이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말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배우 하지원(36)은 몸 쓰는 연기에 익숙하다. 하늘을 날고 칼을 휘두르는 액션연기가 유독 많은 여배우다. 드라마 ‘시크릿 가든’에서는 스턴트우먼 역할을 맡기도 했다.

그런 하지원이 액션을 과감하게 버렸다. 그가 청순한 유부녀 허옥란을 택한 것은 색다른 행보였다. 하지원은 “‘허삼관’처럼 따뜻한 작품을 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허삼관’은 가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하게 해준 영화예요. 엄마 역할을 하면서 부모님에 대한 감사함을 느꼈어요. 세 아들을 보면서 ‘나도 이런 아이들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었어요.”

영화 ‘허삼관’은 마을의 절세 미녀 ‘허옥란’과 결혼한 ‘허삼관’이 11년 동안 남의 자식을 키워왔다는 사실을 알게된 후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 하지원은 이 작품에서 삼형제 일락 이락 삼락의 엄마를 연기했다. 1990년대 후반부터 활동해왔지만 유부녀 역할을 소화한 것은 처음이다.

“원작인 중국 소설 속 허옥란은 더 뻔뻔하고 억센 캐릭터예요. 그래서 제가 소화할 수 없을 것 같더라고요. 그런데 시나리오를 보니 우리 정서에 맞게 낭만적으로 각색했더라고요. 원작에는 없던 모성애를 보여주는 부분도 있었고요. 영화로 만들어지면 예쁘고 재밌을 것 같았어요.”

그렇지만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했다. 낯선 캐릭터에 대한 부담이었다. 하지원은 하정우에게 “내 옷 같지 않다. 나와 안 어울리는 캐릭터”라며 거절 의사를 밝혔다. 그럼에도 하정우는 더 강한 말로 하지원을 설득했다.

“하 감독이 ‘정말 잘 어울린다. 딱 허옥란이다’라고 하더라고요. 어떤 면을 보고 어울린다고 한 건지 호기심이 생겼어요. ‘정말 어울리는건가? 왜 어울린다고 하는거지? 그냥 한번 해볼까?’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점점 제가 허옥란이 되는 모습이 궁금해졌어요.”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그렇지만 하지원은 당시 드라마 ‘기황후’를 촬영하고 있었다. 밤샘 촬영이 계속됐고,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다. ‘기황후’는 지난해 4월에야 촬영이 끝났다. ‘허삼관’ 크랭크인(6월)까지 고작 2개월 정도 밖에 남지 않은 시점이었다. 준비과정이 턱없이 부족한 셈이다.

하지원은 “‘허삼관’을 준비할 시간이 부족했다. 걱정이 많았는데 하정우가 ‘월관 허삼관’을 보내주더라. ‘월관 허삼관’에는 촬영에 앞서 준비해야 할 것들과 진행 과정이 친절하게 담겨 있었다. 작품을 준비하는 데 많은 도움이 됐다”고 말했다.

하 감독의 배려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하지원은 “숙소가 호텔처럼 세팅돼 있었다. 방에 러닝머신도 있었는데 무엇보다 들꽃에 감동했다. 하정우가 준비했다더라”며 “생일에 하 감독이 축하와 함께 선물도 줬다. 어떤 선물이었는지는 비밀이다”고 말하며 웃었다.

“저는 작품을 들어갈 때 개인적으로 많은 준비를 하는 스타일이에요. 의상이나 소품을 직접 사기도 하죠. ‘허삼관’은 하 감독이 다 알아서 해줘서 제가 따로 준비할 필요가 없었어요. 현장에서 음악을 자주 듣는 편인데 음악도 틀어주고요. 저를 많이 웃게 해줘서 고마웠어요.”

그렇다면 하정우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은 하지원은 허옥란을 어떻게 표현했을까. 그는 “대본에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내 나름대로 신을 상상하면서 적었다. 대사 등으로 나오지 않는 부분을 알고 연기했다”고 설명했다.

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이날 하지원은 자신의 연기관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는 “연기할 때 멋을 내는 법을 잘 모른다. 그 순간만큼은 더 솔직하고 정직하게 보여주고 싶다. 항상 감정에 충실하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어 “행복한 역할을 할 때는 나쁜 뉴스나 슬픈 소식은 아예 안 본다”며 “감정이 흔들리고 상처받을까봐 보호했다. 공포영화 ‘폰’은 내가 출연한 작품이었는데도 1번 밖에 안 봤을 정도”라고 덧붙였다.

“주인공이 모두 죽는 ‘다모’ 같이 가슴 아픈 사랑을 연기하고 나면 너무 힘들었어요. 작품이 끝나도 캐릭터에서 벗어나기 어려웠죠. 제 소울을 위해서 최근에는 행복하면서도 사랑받는 역할만 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도전해보고 싶어요. 예전보다 작품을 빠져나오면서 힐링하는 방법도 많이 찾았어요. 새해에는 ‘허삼관’처럼 좋은 영화에서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고 싶어요.”

동아닷컴 정희연 기자 shine256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