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이 EPL] 에버턴 미랄라스의 실축에 스탤론이 울상지은 이유는?

입력 2015-01-22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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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일(한국시간) 에버턴-웨스트브롬위치의 2014∼2015시즌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22라운드 경기가 벌어진 리버풀의 구디슨 파크. 지루한 공방 끝에 0-0 무승부를 기록한 에버턴은 12위에 머물며 부진의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했고, 14위 웨스트브롬위치는 강등권과의 격차를 벌리는 데 실패했다. 그 누구도 웃을 수 없는 결과였다.

그런데 이날의 화제는 따로 있었다. 할리우드 영화의 세트장으로 변신한 경기장이었다. 2007년 구디슨 파크를 찾아 자신이 에버턴 팬임을 밝힌 미국 영화배우 실베스터 스탤론이 이날 경기 하프타임을 틈타 영화 ‘록키’의 후속편 ‘크리드’의 일부 장면을 촬영한 것이다.

에버턴은 오래 전부터 구단 홈페이지와 SNS를 통해 이 사실을 팬들에게 공지했고, “팬들은 하프타임에 자리를 비우지 말고 촬영에 협조해줬으면 한다”고 당부했다. 취재진을 만난 에버턴 미디어 담당자도 “팬들이 할리우드에 진출(?)할 기회다. 클럽을 전 세계에 홍보할 수 있는 좋은 기회다. 특별한 추억으로 남았으면 한다”는 바람을 전했다. 킥오프 전에도 장내 대형 스크린을 통해 에버턴 유니폼을 입은 스탤론이 영상 인사와 함께 “촬영 지시가 내려질 때 팬들은 크게 박수치고 환호해주길 바란다. 생동감 넘치는 현장을 영화에 담을 수 있었으면 한다”고 말해 눈길을 끌었다.

그러나 분위기는 좋지 않았다. 모두가 어깨를 축 늘어뜨렸다. 불편한 경기 내용 탓이었다. 에버턴은 웨스트브롬위치의 탄탄한 수비에 막혀 거의 찬스를 만들어내지 못했을 뿐 아니라, 전반 43분에는 페널티킥(PK)까지 얻고도 케빈 미랄라스의 실축으로 승점 3점을 허공에 날렸다. 특히 프리미어리그에서 16차례 PK 기회 중 15회를 성공시킨 전담 키커 레이턴 베인스가 아닌 미랄라스가 찼고, 실축으로 이어져 분노의 고성이 곳곳에서 터져 나왔다. 홈 서포터스의 야유까지 받으며 전반을 마친 미랄라스는 결국 후반전을 벤치에서 바라봐야 했다.

촬영 스태프는 어떻게든 현장 분위기를 되살리려 했지만 무용지물이었다. 구디슨 파크는 축제와는 거리가 멀었고, 영화 제작진이 기대한 잉글랜드 축구팬들의 기립박수와 함성은 제대로 연출되지 못했다. 영국 언론들조차 “이날 촬영 영상이 영화에 쓰일지 의문”이라며 안타까워할 정도였다. 에버턴도, 스탤론도 웃지 못한 하루였다.

리버풀(영국)|허유미 통신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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