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초 원종현 “시련 있어도 좌절은 없다”

입력 2015-01-3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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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원종현이 대장암 판정을 받아 29일 수술대에 올랐다. 그러나 시련은 있지만 좌절은 없다. 오뚝이처럼 일어나 다시 공을 던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스포츠동아DB

■ 야구인생 꽃 필 무렵 찾아온 대장암 수술 청천벽력

방출 설움 딛고 작년 NC 불펜 기둥으로
스프링캠프 도중 몸 이상…대장암 판정
“이번에도 이겨내서 다시 마운드 서겠다”

기구한 운명이다. 방출의 설움을 딛고 이제야 야구선수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했는데 갑자기 인생의 시련이 다가왔다. NC 원종현(28)의 얘기다. 원종현은 29일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에서 대장 내 종양제거 수술을 받았다. 전날 정밀검사를 한 결과 대장암이라는 청천벽력 같은 판정을 받았다.

원종현은 2006년 LG에 2차 2라운드로 입단했지만 2008년 방출되는 아픔을 겪었다. 신인시절부터 번번이 발목을 잡았던 오른 팔꿈치가 문제였다. 그는 내일 당장 뛸 구단도, 입을 유니폼도 없었지만 자비로 수술을 받았다. 아무런 기약도 없는 미래를 위해 하루도 빠짐없이 헬스장에 나가며 재활에 매달렸다.

야구 말고는 할 줄 아는 게 없었다. 제대로 해보지도 못 하고 포기하기에는 아쉬움이 너무 컸다. 준비한 자에게 기회가 찾아왔다. 2011년 10월 전남 강진에서 열린 NC 트라이아웃이 열렸다. 원종현은 마운드에서 시속 140km대 초반의 공을 던지며 다시 한 번 프로유니폼을 입었다.

NC에 온 뒤에도 2군에서만 2년을 머물렀다. 3군까지도 떨어져봤지만 최일언 투수코치의 조언이 인생을 바꿨다. 오버핸드스로에서 사이드암스로로 투구 폼을 바꾸면서 구속이 10km나 올라간 것이다.

원종현에게 2014시즌은 꿈만 같았다. 시즌을 시작할 때만 해도 “시범경기까지만 살아남자”고 다짐했던 그가 1군에서, 그것도 필승조 셋업맨으로 자리매김했다. 포스트시즌 엔트리에도 당당히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LG와 준플레이오프 3차전은 원종현 이름 석자를 널리 알린 무대였다. 연거푸 시속 155km의 공을 던지며 팀의 창단 첫 포스트시즌 승리를 이끌었다. 당시 NC 관계자는 “(원)종현이가 1이닝을 던진 뒤 얼굴이 새하얗게 된 상태로 마운드를 내려왔다”며 “얼마나 혼신의 힘을 다해 던졌는지 얼굴만 봐도 알 수 있었다”고 했다.

올 시즌도 원종현을 향한 기대는 크다. NC 김경문 감독도 “원종현은 노력파다. 올해도 잘 해줄 것이다”고 굳은 믿음을 보였다. 그러나 미국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서 공을 던지다가 몸에 이상을 느껴 귀국했고, 검사 결과 대장암이라는 판정을 받았다.

원종현은 무너지지 않았다. 그는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이긴 것처럼 이번에도 이겨내겠다”고 했다. 늘 서고 싶었고, 지금도 오르고 싶은 마운드 위에 “다시 서겠다”고 다짐했다. 밟히고 밟혀도 죽지 않는 잡초처럼 다시 마운드에 설 그날을 위해 원종현의 싸움이 다시 시작됐다. 시련은 있어도 좌절은 없다.

홍재현 기자 hong92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hong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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