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준 기자의 여기는 오키나와] 조계현 KIA 코치 “김기태 감독 인간됨에 반했다”

입력 2015-02-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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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감독-조계현 수석코치(오른쪽). 사진|스포츠동아DB·KIA 타이거즈

■ 조 코치가 말하는 김 감독과의 인연

서로 ‘오너’-‘형님’이라 부르며 무한신뢰
LG시절부터 한솥밥…딱 한번 의견 충돌
그때도 결국 김 감독이 양보하더라고요
나의 목표는 ‘오너’ 감독님 우승 돕는 것

지금 KIA 캠프는 ‘김기태 색깔’이 입혀지고 있다. 선수들은 물론 KIA 코치들조차 가끔 ‘김기태 컬러’를 해석하는데 혼선을 빚는다. 김 감독의 핵심 소통방식이 논리가 아니라 행동이기 때문이다. 이런 간극 속에서 KIA 조계현 수석코치의 공간은 확장되고 있다. ‘김기태 코드’를 그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김 감독의 복심이자 ‘김기태의 남자’로 통하는 조 수석의 존재감 덕에 김기태 리더십은 KIA 안에 속도감 있게 전파되고 있다.

조 수석은 김 감독을 “오너”라고 지칭했다. 번역하면 ‘주군’쯤 될 것이다. 김 감독은 조 수석을 “형님”이라고 부른다. 조 수석이 선배이지만 감독으로 모신 뒤부터는 사석에서도 존댓말을 쓴다. 김 감독도 깍듯이 모신다. 예의만 바른 것이 아니라 어떤 결정을 내릴 때 조 수석 의견을 먼저 묻고, 판단할 정도로 절대 신뢰한다.

현역 시절 삼성에서 1년 같이 뛴 것이 두 사람 인연의 전부였다. 그런데 김 감독이 LG 사령탑이 된 뒤 수석코치를 맡아줄 것을 부탁했다. 당시 두산 투수코치였던 조 수석은 고사했다. 잠실라이벌인 두산에서 LG로 옮기는 것은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였다. 그러자 김 감독은 “선배님, 밥이나 한 번 사주세요”라고 부탁했다. 이것도 거절할 수 없어 나갔더니 LG 백순길 단장이 같이 있었다.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아무 조건도 안 묻고, 같이 하기로 결정했는데 단서 1개만 붙였다. “김 감독과 계약기간을 똑같이 해주세요.” 한날 한시에 나가겠다는 결의였다.

그러나 지난해 김 감독의 자진사퇴로 이 약속은 지켜지지 못했다. 조 수석은 “김 감독이 나간 뒤, 3일만 더하고 나가려고 했다. 생계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다고 믿었는데 감독대행부터 2군감독까지 했다”고 웃었다. ‘LG를 떠나지 말아 달라’는 김 감독의 부탁과 LG 프런트의 간곡한 요청에 따른 결과였다. 2014시즌을 마치고 미련 없이 짐을 쌌다. 오라는 곳은 많았지만 KIA에 부임한 김 감독의 요청 앞에 일말의 망설임도 없었다.

조 수석은 실리를 초월한 의리에 대해 “감독님과 평소 내 야구관이 딱 맞는다. 또 같이 일하면서 그 인간됨에 반했다”고 말했다. 직언을 아끼는 것은 아니다. “2번까지 해보고 안 받아들이면 감독님 뜻에 따른다”고 말했다. LG 시절 딱 한번 3번까지 간 적이 있었다. 모 선수를 2군으로 보내는 문제였는데 조 수석은 “나를 같이 2군으로 보내 달라”며 끝까지 반대했다. 김 감독도 처음엔 강경해서 “그러세요”라고 했는데 30분 뒤, “형님 뜻대로 하시죠”라고 전화가 왔다. 두 사람이 유일하게 의견이 부딪힌 기억인데 김 감독이 진 것이다.

조 수석의 백넘버는 76번이다. 김 감독이 77번이라 더 작은 숫자를 택한 것이다. 조 수석은 “KIA에서 감독님한테 좋은 기억(우승) 한번 드리고, ‘형님, 고맙습니다’라는 말 듣는 것이 내 목표”라고 말했다.

오키나와(일본)|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matsri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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