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예능에도 노키즈존(No kids zone)이 필요하다

입력 2015-02-04 15:2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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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의 법칙] 예능에도 노키즈존(No kids zone)이 필요하다

방송가에서 가장 기발하고 창의적인 분야라고 하면 흔히 예능을 떠올리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오히려 예능이야말로 시청자들의 기호와 트렌드를 정확히 읽어내고 거기에 맞춘 프로그램을 제작해야 하기 때문에 흔히 말하는 '팔랑귀'들이 많은 편이다.

이런 속성으로 인해 한때 토크쇼가 우후죽순 생겨나기도 하고 일반인 출연 프로그램이 하루가 멀다하고 생겨났다. 요즘에는 육아예능이 최신 트렌드가 되어 있는 상황이다.

MBC '일밤-아빠 어디가'가 아이들에게 무심한 아빠와의 여행을 통해 자녀와 교감하는 과정을 그려 폭발적인 인기를 얻으면서 시작된 이 육아예능의 기조는 KBS2 '해피 선데이-슈퍼맨이 돌아왔다'를 통해 대세로 자리를 굳혔다.

이에 SBS는 '오 마이 베이비'로 아빠와의 48시간을 넘어서 부모가 함께 하는 공동 육아 과정을 보여주며 인기를 얻었고 '엄마의 탄생'은 아이를 임신하고 출산하는 일련의 과정들을 공개해 휴머니즘이라는 요소를 획득했다.


그렇다면 왜 육아예능은 계속 생겨나는 것일까. 이는 오디션 프로그램들이 계속 이어지는 것과 같다. 즉 방송가가 원하는 수요에 맞게 연예인 2세들이 계속 공급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에 약간의 변형만 거치면 표절이나 아이디어 도용의 문제도 없다. 예를 들면 '아빠 어디가'가 이미 걸음마를 떼고 말을 할 수 있는 아이들로 구성됐다면 '슈퍼맨이 돌아왔다'는 좀 더 연령대를 낮추는 등의 방식만으로도 충분히 도용을 피해갈 수 있다.

물론 뉴스가 보기 싫어질 정도로 살벌한 소식만 들리는 요즘 같은 세상에 아이들이 한 주가 다르게 자라나는 모습과 가족들의 화목한 모습을 지켜보는 건 분명히 시청자들에게 '힐링'이 된다.

하지만 이로 인해 정작 예능 꿈나무가 되어야 할 재능 있는 개그맨들이 설 자리를 잃고 연말 시상식 한 켠에도 앉아있을 자리가 사라져 버린 현상은 심각하게 받아들여야 하는 문제다.

뿐만 아니라 지금의 육아 예능들은 이미 일그러진 관찰 예능 혹은 가족 공개 예능으로 변질되어 있다. 아이들과 크리스마스를 지내고 놀이동산을 가고 나면 마지막은 일가친척이 총출동하는 과정을 피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시류에 편승하는 건 분명 쉽고 편한 일이다. 물살에 몸을 맡기면 굳이 발버둥치지 않아도 알아서 목적지까지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도 명색이 예능이라면 참신하고 기발한 방식으로 웃음을 만들어 내려는 노력이 있어야 한다. 흐름에 몸을 맡기는 것에 지나치게 익숙해지다 보면 어느새 몸이 깊숙히 가라앉아 버려도 빠져나올 방법을 잊어버리게 될지도 모르니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KBS, SBS, MB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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