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커피플] 김진현 “부폰·노이어 같은 골키퍼 되겠다”

입력 2015-02-11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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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국가대표팀 골키퍼 김진현(세레소 오사카)은 2014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무수한 선방으로 한국의 준우승을 견인했다. 축구 팬들에게도 자신의 이름 석자를 확실히 각인시킨 그는 소속팀 합류에 앞서 멈춤 없는 정진을 약속했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트위터 @yoshike3

■ 아시안컵 GK 김진현

한때 실수 제조기 오명…아시안컵 주전 예상 못해
日 소속팀 강등 불구 잔류…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

지난해 9월 5일 한국-베네수엘라의 평가전. 한국이 3-1로 이긴 이 경기가 끝난 뒤 주전 골키퍼로 나섰던 김진현(28·세레소 오사카)은 우연히 한 기사를 인터넷으로 접했다. 자신을 ‘실수 제조기’로 표현한 글이었다. 잊을 수 없었다. 한 달 후 10월 A매치 시리즈를 마치고 그는 스포츠동아와의 전화 인터뷰에서 “베네수엘라전이 끝나고 ‘이제 난 끝이다’란 생각을 했다. 그 때 너무 실책이 많았다”고 털어놓기도 했다. 그러나 상처는 받지 않았다. 대신 독을 품었다. 스스로를 되돌아볼 기회로 삼았다. 김진현은 “‘실수 제조기’가 맞는 표현이다. 일본에서도 ‘황당 축구 베스트5’에 선정될 만한 실책을 여러 번 했다”고 밝혔다.

2015 아시아축구연맹(AFC) 아시안컵에서 김진현은 크게 달라졌다. 여전히 약간(?)의 실수는 했지만, 나쁘진 않았다. 주전 골키퍼로 출전한 5경기에서 2실점했고, 준우승이란 값진 결실을 맺었다. 물론 만족하지 않는다. 여전히 부족하고, 배워야 한다는 그다. 소속팀 합류에 앞서 경기도 성남에서 만난 김진현은 “계속 성장하고 발전하겠다. 멈춤 없이 도전하겠다”고 약속했다.


-아시안컵 주전을 예상했나.

“전혀…. 끝까지 몰랐다. 골키퍼는 코칭스태프가 마지막까지 고민하신 것 같더라.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3명(김진현·정성룡·김승규) 모두 실력이 좋아 어제도, 오늘도 정하지 못했다’고 하셨다. 오만과 대회 조별리그 1차전부터 뛸 것이라는 건 예상할 수 없었다.”


-당시 코칭스태프가 따로 당부한 부분이 뭔가.

“(김봉수) 골키퍼 코치님께서 ‘자기 컨트롤’을 강조하셨다. A매치 경험이 부족해 홀로 컨트롤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잘할 생각은 버렸다. ‘실수만 말자’고 생각했다. 감독님이 준비하신 영상도 도움이 됐다. 교민 메시지였는데, 뭉클했다. 왜 내가 여기 있는지, 내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느꼈다.”


-4년 전 카타르대회에도 나섰는데.

“당시는 그냥 어린 선수였다. 벤치에서 선배(정성룡)를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국제대회 분위기가 어떤지, 대표팀은 어떻게 준비하는지 배웠다. 호주에선 달랐다. 경기 내용부터 빠른 상황 판단 등 여러 면에서 성숙했다.”


-그간 주전도, 명확한 백업도 아니었다.

“4번째 옵션에 불과했다. 그래도 땀을 믿었다. 언젠가 기회가 온다고 주문처럼 외웠다. 선배(정성룡)와 후배(김승규)도 계속 응원해줬다. 긴장을 풀어주고, 칭찬도 많이 해주고, 파이팅도 외쳐줬다. 형과 동생이 없다면 난 내 역할을 할 수 없었을 거다.”


-베네수엘라전 이후 ‘빌드업에 약하다’는 이야기를 했다.

“아마추어 시절 킥에 정말 자신 있었다. 그런데 실수를 몇 번 하다보니 자신감이 떨어지고 예민해졌다. 아시안컵도 아쉬웠다. 이라크와 4강전에서 골문을 비우고 나오는 판단 미스를 범했다. 정신 못 차렸다. 한 없이 부족한 선수다. 난 언제쯤 완성될까.”


-대회 직전 소속팀과 재계약했는데.

“많이 고민했다. J1리그에서 J2리그로 강등돼 마음이 복잡했다. 하지만 내 책임이었다. 강등에서 자유롭지 않다. 날 키워준 팀을 배반할 수 없었다. 좀더 강한 사람이 되려면 이런 상황도 극복해야 한다는 생각이다. 하늘이 주신 기회다. 위기가 아닌 기회라는 걸 증명하기 위해 잔류를 택했다.”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나.

“부폰(이탈리아국가대표)과 노이어(독일국가대표)를 존경한다. 안정감과 많은 활동량을 갖춘 부폰, 리드미컬한 현대축구에 어울리는 노이어를 동시에 닮기 위해 이미지 트레이닝을 계속하고 있다. 내 성격상 생각을 멈추면 나태해지더라. 뚜렷한 목표가 있으니 게을리 생활할 틈이 없다. 땀은 배반하지 않으리라 생각한다.”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yoshike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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