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국 기자의 고치 리포트] 매일 펑고 1200번…한화 코치들도 지옥훈련

입력 2015-02-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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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일본 고치 스프링캠프 지옥훈련의 진짜 숨은 주인공은 훈련 보조요원들이다. 사진제공|한화이글스

대규모선수단 전훈에 훈련 조력자 부족
불펜 포수들 매일 500개씩 받고 던지고
훈련 보조 요원들 아침 거르기는 다반사
“꼴찌탈출 위해서라면…”솔선수범 조력

한화의 스프링캠프를 두고 흔히 ‘지옥훈련’이라고 말한다. 1월 15일부터 시작된 이 지옥훈련이 반환점을 앞두고 있다. 15일이면 고치 1차 캠프를 마무리하고 오키나와로 넘어간다. 여전히 앞이 보이지 않는 고행길이지만, 미래에 대한 희망의 빛을 기다리며 오늘도 인간한계에 몸을 내던지고 있다. 그러나 한화 선수단의 지옥훈련 이면에는 선수보다 더 고생하는 숨은 조력자들이 있다.


● 선수보다 고생하는 코치들

한화는 대규모 선수단이 전지훈련을 진행하는 데다 수비훈련에 시간을 많이 쏟기 때문에 코치들의 펑고 숫자도 만만치 않다. 시영구장과 동부구장, 그리고 보조구장에서 훈련이 진행되다보니 코치 한두 명이 펑고를 쳐서는 훈련이 이뤄질 수 없다. 심지어 김광수 수석코치도 매일 펑고배트를 들고 500개씩의 타구를 날린다. 특히 수비코치를 맡고 있는 임수민 코치는 많을 땐 하루 6박스의 공을 친다고 한다. 한 박스에 공 250개씩 들어가기 때문에 어림잡아 1200번 정도는 펑고를 치는 셈이다.

타격코치들의 고생도 이만저만이 아니다. 아침의 ‘얼리조’부터 야간 ‘엑스트라조’까지 타격훈련을 돕다보면 쉴 시간이 없다. 한 코치는 초콜릿으로 허기를 채우며 “시즌 때 경기에서 지면 선수나 코치나 정신적으로 더 힘들다. 육체적 고통이 차라리 낫다. 게임에 이기기 위해 다들 이렇게 고생하는 것 아니냐”며 웃었다.

2월12일 일본 고치에서 훈련 중인 한화 야수 스케줄표. 포지션과 스케줄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많은 선수들이 오전 5시에 일어나 6시 아침을 먹고 7시 30분 훈련을 시작한다. 고치(일본)|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트위터 @keystonelee



● 불펜포수와 배팅볼 투수의 노고

훈련보조 요원들도 고생하고 있다. 이들은 선수들보다 최소 30분은 먼저 나가 훈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 아침식사를 거를 수밖에 없다. 고치 날씨가 쌀쌀해 새벽녘 운동장에 도착하면 화로에 숯불을 피우는 것을 시작으로 하루 일과를 시작한다.

고치엔 불펜포수 3명이 왔다. 이들은 하루에 보통 500개씩의 공을 받는다. 하루도 빠짐없이 힘 있는 강속구를 받다보니 손가락은 어느새 마비가 됐다. 쭈그리고 앉아있다 일어서면 무릎이 펴지지 않을 때가 많다고 한다. 전문 배팅볼 투수가 1명 있지만, 그가 한화의 모든 타자를 상대할 수 없기 때문에 이들은 배팅볼도 하루 500개씩은 던져야한다. 선수들의 훈련이 이어지는 동안 이들은 먼저 점심식사를 해결한 뒤 오후 스케줄을 위해 또 먼저 이동한다. 저녁도 마찬가지다. 야간훈련이 9시에 끝나면 장비를 정리해야하기 때문에 선수들보다 30분 정도 늦게 호텔에 도착한다. 약 15시간을 야구장에서 지내는 셈이다.

하지만, 여기서도 업무는 끝나지 않는다. 숙소에서도 선수들 옷과 도구를 챙겨줘야 하고 선수들 심부름도 해줘야한다. 그러고 나면 잠자리에 드는 시간은 밤 12시30분 정도. 휴식일에도 훈련조가 있기 때문에 하루도 쉬지 않고 이런 생활을 반복하고 있다.


● 지옥훈련의 진짜 주인공

불펜포수 A는 “투수가 공을 던지면 회복기간이 필요하듯, 배팅볼도 500개씩 던지면 회복기간이 필요하다. 그런데 하루도 쉬지 않고 던지니 피로가 쌓이는 게 사실이다”면서도 “선수들이 열심히 훈련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게 우리의 임무다. 이렇게 고생했는데 올해는 정말 좋은 성적이 났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나타냈다. 그래도 얼마 전 투수들이 불펜포수들 고생한다고 용돈을 거둬서 전달해줄 때는 피로가 눈 녹듯 사라졌다며 웃었다.

타자가 타격훈련을 위해서는 공을 던져주는 사람이 필요하고, 수비훈련을 하기 위해서는 펑고를 쳐주는 사람이 필요하다. 투수가 공을 던지면 받아주는 사람이 있어야한다. 한화의 지옥훈련이 가능한 이면에는, 음지에서 일하는 이들 조연이 있기 때문이다. 훈련은 선수들이 하지만, 선수들에게 ‘천국으로 가는 계단’을 놓아주기 위해 헌신하는 그들이야말로 한화 지옥훈련의 진정한 주인공이다.

이재국 기자 keystone@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eystone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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