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충체육관 사용료…배보다 배꼽이 크네

입력 2015-02-1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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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42일 간의 리모델링을 거쳐 재개관한 장충체육관은 한국 프로배구의 성지다. 그러나 비싼 사용료와 빡빡한 운용은 흠으로 지적되고 있다. 장충체육관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운영하고 있다. 스포츠동아DB

GS칼텍스 홈 7경기 대관신청 비용 1억
현수막·바닥코트 철거 등 추가 부담까지
지방구단처럼 대관료 면제 등 지원 필요

V리그가 장충체육관 시대를 다시 열었다.

서울을 연고로 한 여자배구팀 GS칼텍스가 2011∼2012시즌을 끝으로 구미, 평택으로 옮겨 다니며 셋방살이를 했고 남자팀 우리캐피탈은 아산에서 러시앤캐시∼우리카드의 이름으로 새 둥지를 트는 동안 장충체육관은 새 단장을 했다. 1042일 만인 1월 19일 GS칼텍스-도로공사 경기를 시작으로 V리그는 장충체육관을 다시 사용하기 시작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있는데다 장충체육관이 가진 상징성 때문에 다른 스포츠 단체도 탐냈지만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은 V리그의 손을 들어줬다. V리그는 개장기념식 때 3000만원 어치의 물품도 후원했다. 1월 25일 올스타전을 성대하게 열며 서울 시민들에게 배구의 매력을 듬뿍 안겼다. 화려한 장충체육관 시대의 재개막이지만 그늘도 깊다.


● 홈 7경기를 위해 대관료 1억원을 납부한 GS칼텍스

현재 장충체육관은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에서 관리한다. 재개관을 앞두고 V리그는 장충체육관의 장기임대를 추진했다. 장충체육관을 위탁 운영해왔던 회사 등 복수의 단체를 대상으로 장기임대 해준다는 소문도 나돌았다. KOVO는 장기임대 할 경우 배구 외에도 다양한 수익사업을 펼치고 유소년 배구교실과 경기 등을 통해 저변을 확대해 V리그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기회라고 봤다. 연맹 사무실도 이전하겠다는 청사진까지 가졌다.

서울시는 직접 경기장을 운영하겠다고 결정했다. GS는 4라운드부터 6라운드까지 7경기 대관신청을 마쳤다. 그 비용이 무려 1억원이다. 경기장 대관료를 비롯해 주차장 사용료, 전기 난방시설 이용료, 경기 때 코트 바닥에 설치된 광고용 롤링보드와 경기장 곳곳에 설치된 홍보현수막의 광고 사용료, 입장료의 15%를 받는 관람사용료 등이 포함된 금액이다.

이는 서울시 시설관리공단의 사용료 조례에 따라 정한 액수다. 장충체육관이 위탁 관리되던 시절에는 편의를 봐줬지만 지금은 법대로 청구해 비용이 많이 올랐다. 프로스포츠 유치를 위해 많은 혜택을 주는 지방과 비교한다면 장충체육관의 시설 사용료는 큰 부담이다. V리그 몇몇 지방구단의 경우 대관료를 내고 어떤 구단은 지자체에서 전기, 난방료 등 실비만 받고 대관료를 면제해주는 혜택도 누린다. 많은 지자체는 프로스포츠 팀을 지역 주민의 여가생활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존재로 여긴다. 추가비용을 요구하지 않고 경기장을 훈련장으로 개방해주는 곳도 있다. 프로스포츠를 향한 서울시의 정책방향은 정반대다.

GS칼텍스 김용희 사무국장은 “서울로 연고를 옮기면서 수익도 늘었지만 비용도 많이 증가했다. 여자구단으로서 한계는 있지만 해볼만하다. 지역사회를 위한 공헌활동이라 생각하고 추가비용의 부담은 감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담은 있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 화려하지만 실속은 없는 장충체육관

사실 장충체육관은 배구전용 경기장으로 쓰기에 썩 좋은 장소는 아니다. 스포츠뿐 아니라 일반 행사도 유치하겠다는 목적으로 설계된 복합공간이기 때문이다. 코트와 스탠드의 거리가 다른 경기장보다 멀다. 야구와 달리 경기가 띄엄띄엄 열리는 V리그의 특성상 바닥에 설치된 고무 코트도 경기가 끝나면 철거해야 한다. 뒤이어 벌어지는 다른 행사를 위해서이기도 하지만 다른 행사가 없어도 규정 때문에 회당 140만원을 들여서 철거해야 한다.

시설관리공단의 규정 탓에 GS칼텍스는 광고 현수막도 많이 붙이지 않는다. 광고목적의 현수막마다 일정금액을 내야하는 규정을 적용하면 배보다 배꼽이 더 커진다. 보통 구단이 광고협찬을 받을 때 현물로 가져오는데(대부분 팬 서비스용으로 사용) 이 광고에 대해 일일이 현찰을 지불하면 손해가 커지기 때문이다.


● V리그 올스타전은 체육행사가 아니다?

1월 25일 벌어졌던 올스타전은 더했다. 조례에 따르면 올스타전은 체육행사가 아니었다. 그 때문에 행사를 주관한 한국배구연맹(KOVO)은 더 많은 비용을 지불했다. 당초 관리공단은 이틀간 차량 63대가 들어가는 주차장 사용료로 500만원을 요구했다. 경기장을 장식하기 위한 13개 구단의 엠블렘도 홍보라고 판단해 상업광고 사용료를 내라고 했다. 규정은 개당 700만원이었다. 방송시스템 사용료는 물론 중계권 사용료와 입장수입 수수료도 받았다.

KOVO가 정산한 올스타전 입장료는 4000만원 정도였는데 서울시에서 가져간 입장수입 수수료는 750만원이었다. 경기장 대관료와 난방 전기 사용료 등 KOVO가 이틀간의 행사를 위해 쓴 돈은 총 2500만원이었다.

결국은 프로스포츠를 어떤 시각으로 보느냐의 여부다. 상업적인 목적을 가진 프로스포츠인 것은 맞지만 현재 우리 프로스포츠 산업의 현실은 수익과는 거리가 있다. 프로스포츠 활동을 서울시민을 위한 사회공헌 활동이나 공공재로 간주해 편의를 봐주지 않는 한 지금의 시스템으로는 서울연고 프로팀의 주름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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