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 꺾은 삼성, 승리로 무엇을 얻었나

입력 2015-02-2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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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류중일 감독(오른쪽)이 27일 후쿠오카야후돔에서 열린 소프트뱅크와의 친선경기에 앞서 구도 기미야스 소프트뱅크 감독과 그라운드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고 있다. 후쿠오카(일본)|배영은 기자 yeb@donga.com 트위터 @goodgoer

야후오크돔 유료 관객 2만5733만명 앞에서 3-0 완승
2011년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의 영웅 장원삼 다시 호투
삼성 최형우 야후돔 외야담장 리모델링 후 첫 홈런 주인공
베스트 멤버로 맞선 류중일 감독, “선수들 잘 해줬다”

이긴다고 달라지는 건 없다. 그저 연습경기일 뿐이다. 그러나 기분이 좋은 건 어쩔 수 없다. 지난 시즌 한국 최강팀과 일본 최강팀의 맞대결이라 더 그렇다. 삼성이 한국 프로야구 최초의 4년 연속 정규시즌·한국시리즈 통합 우승팀의 위용을 다시 한번 자랑했다. 그것도 상대팀 안방에서 2만5733명의 유료 관중이 지켜보는 가운데 완승을 거뒀다.


● 유료 관객 2만5733명, 베스트 멤버끼리 격돌

삼성은 26일 일본 후쿠오카 야후오크돔에서 열린 지난해 일본시리즈 우승팀 소프트뱅크와 연습경기에서 3-0으로 승리했다. 스프링캠프 구장이 아니라 소프트뱅크의 본거지인 야후오크돔에서 열린 친선경기. 소프트뱅크는 올 시즌부터 홈구장 외야 펜스를 앞으로 당기고 높이를 낮췄다. 그 후 처음으로 맞이한 상대가 바로 삼성이다. 그리고 그 담장을 가장 먼저 넘긴 선수도 삼성 소속이었다.

처음부터 일반적인 연습 경기와는 달랐다. 삼성 선수단은 26일 오전 비행기를 타고 후쿠오카로 이동해 27일 오전 다시 오키나와행 비행기에 오른다. 1박 2일 동안 후쿠오카와 오키나와를 오가는 수고와 그에 따른 비용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 KBS N 스포츠에서는 이례적으로 이 경기를 생중계했다.

삼성 안현호 단장은 경기 전 “단순한 연습경기는 아니다. 삼성과 소프트뱅크가 시범경기를 앞둔 시점에 맞붙게 됐으니, 솔직히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류중일 감독도 좌완 에이스 장원삼을 선발로 내세우고 현재 시점에서 가능한 최상의 멤버로 전열을 꾸렸다. 물론 소프트뱅크도 최선을 다했다. 선발투수 히가시하마 나오의 이름값이 장원삼에 밀렸을 뿐, 타선에는 우치가와 세이치, 나카무라 아키라, 마쓰다 노부히로, 이마미야 겐타 등 주요 선수들이 총출동했다. 삼성의 한 선수는 경기 전 라인업을 보고 “이대호 형만 빼고 베스트 멤버가 다 나왔다. 해볼만 하다”며 전의를 다졌다.


● ‘어게인 2011’ 이룬 장원삼, 새 담장 처음으로 넘긴 최형우

삼성은 이미 2011년 아시아시리즈 결승전에서 소프트뱅크를 꺾고 한국 프로야구팀 최초로 우승한 기억이 있다. 당시 선발이 바로 장원삼이었다. 그는 경기 전부터 “아직 연습경기이고 몸을 만드는 과정이지만, 이런 게임은 또 마음이 안 그렇게 된다. 아무래도 꼭 이겨야 한다는 생각이 든다”며 걱정스러워했다. 그러나 기우였다. 장원삼은 4이닝 동안 산발 5안타 무실점으로 잘 막았다. 혼자 우뚝 선 것도 아니다. 장원삼에 이어 등판한 차우찬(2.2이닝)~심창민(0.1이닝)~안지만(1이닝)~임창용(1이닝)이 모두 무실점으로 완벽하게 소프트뱅크 타선을 틀어막았다. 류중일 감독이 경기 후 “정식 경기처럼 투수들을 냈는데 다들 잘 던져준 것 같다”고 흐뭇해했을 정도다.

타선도 힘을 냈다. 삼성은 3회 1사 후 구자욱이 왼쪽 담장을 맞히는 큼직한 2루타를 때려낸 뒤 박한이의 2루 땅볼로 이어진 2사 3루에서 박석민의 좌전 적시타로 먼저 한 점을 뽑았다. 1점 차 살얼음판 리드가 이어지던 6회에는 4번타자 최형우가 상대 투수 이와사키 쇼의 144km짜리 한 가운데 직구를 걷어 올려 우월 솔로홈런(비거리 120km)을 터트렸다. 8회에는 2사 1·2루서 나바로 대신 선발 2루수로 출장한 백상원이 적시 2루타를 때려냈다. 선취점에 추가점, 쐐기점까지 완벽한 타이밍에 나왔다.

그런데도 류 감독과 선수들, 구단 관계자들은 모두 경기가 끝난 뒤 “연습경기에서 이긴 것일 뿐”이라고 손을 내저었다. 들뜨지 않고 다시 전열을 가다듬겠다는 의지다. 그러나 4연패 이후 더 높은 도약을 준비하고 있는 삼성은 스프링캠프 막바지에 만난 ‘진짜 적수’를 상대로 자신감과 자부심을 새롭게 재정비했다. 구자욱과 박해민처럼 삼성의 미래를 이끌 젊은 선수들이 3만8000명 규모의 큰 구장에서 귀중한 경험을 쌓은 것도 수확이다. 류 감독 역시 믿었던 선수들의 든든한 활약에 흐뭇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후쿠오카(일본)|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goodgo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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