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희영의 로고 없는 흰 모자

입력 2015-03-03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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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 태국 촌부리 시암 골프장에서 끝난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통산 2번째 우승을 차지한 양희영은 실력과 가능성을 모두 갖췄음에도 후원사가 없어 2년째 로고가 없는 모자를 쓰고 활동 중이다. 사진제공|마니아리포트

스폰서도 없는 LPGA 우승자 눈길
양희영 “상금 더 많이 벌면 돼” 의연

양희영(26)은 1일 태국 촌부리 시암 골프장에서 막을 내린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혼다 타일랜드에서 세계랭킹 3위 스테이시 루이스(미국)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 우승을 일궜다. 2013년 10월 하나외환챔피언십에서 LPGA 첫 승을 올린 이후 17개월 만에 2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그러나 이날 그녀의 경기를 지켜보면서 왠지 모를 허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로고가 없는 그녀의 흰 모자 때문이었다.

호주에서 골프유학을 한 양희영은 아마추어 시절부터 이름을 날렸다. 그녀의 재능을 가장 먼저 알아본 것은 삼성이었다. 아마추어 시절부터 장학금을 주며 지원했고, 프로로 데뷔한 뒤에도 2010년까지 후원했다. 2011년부터는 KB금융그룹이 양희영을 돕고 나섰다. 3년간 KB금융그룹의 로고가 새겨진 모자를 쓰고 한국과 미국에서 2차례 우승했다. 그러나 2013년을 끝으로 새로운 후원사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프로골퍼에게 후원사란 자신의 실력과 가치를 평가받는 기준이다. 양희영은 실력과 가능성을 모두 갖췄지만, 제대로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그녀는 크게 개의치 않는 모습을 보였다. 우승 직후 ‘아직 스폰서가 없느냐’는 질문에 “(스폰서는 없지만) 상금을 더 많이 벌면 된다”며 의연하게 받아넘겼다.

공교롭게도 이날 양희영과 우승 경쟁을 한 산드라 갈(독일)의 가슴과 왼 팔에는 KB금융그룹의 로고가 붙어있었다. 갈은 2011년 기아클래식에서 단 한 번 우승했고, 지난해 상금랭킹은 36위로 평범했다. KB금융그룹과는 2013년 후원계약을 했다. 양희영의 모자에도 후원사 로고가 붙을 날은 언제쯤일까.

주영로 기자 na1872@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na18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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