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이후…흥국생명 “완전히 새 됐어”

입력 2015-03-03 06:40: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 V리그 팀 운명을 바꾼 터닝포인트

비디오판독 후 역전패 충격…선두서 PO 불발 추락
‘빅딜 무효’후 현대캐피탈 6승8패…한전은 11승3패
대한항공은 거포 김학민 복귀하지마자 끝없는 추락


3월의 V리그는 정규리그 마감을 2주 정도 남겨두고 봄 배구 초청장을 받은 팀을 중심으로 움직인다. 길고 추운 겨울을 보냈던 다른 팀들은 새 시즌을 준비하는 마음으로 잔여경기를 치른다. 인생에는 터닝포인트가 있듯 시즌마다 새로운 인생을 개척해야 하는 각 팀에도 터닝포인트는 있다. 그 변곡점에는 많은 얘기가 숨어 있다. NH농협 2014∼2015 V리그에서 나왔던 사연 많은 팀들의 운명을 바꾼 터닝포인트는 이렇다.


● 첫 출발은 좋았으나 3라운드 그 한 점이 아쉬웠던 흥국생명

흥국생명 박미희 감독은 2개의 포인트를 꼽았다. 첫 번째는 지난해 10월19일 GS칼텍스와의 개막전. “지난해 챔피언을 상대로 풀세트 경기 끝에 이기면서 상승세를 탔다. KOVO컵에서 어린 선수들이 잘 하기는 했지만 막상 리그는 의문이었다. 나도 그랬다. 개막전 덕분에 우리 선수들이 초반에 자신감을 가졌다”고 박미희 감독은 회상했다.

거미줄배구로 선두를 달리던 흥국생명의 신바람은 3라운드에 멈췄다. 12월17일 IBK기업은행과의 홈경기. 당시 1∼2위 팀이 맞대결을 펼쳤다. 4연승의 흥국생명은 두 세트를 먼저 따내고도 풀세트 역전패를 당했다. 운명의 5세트 13-13에서 데스티니의 서브가 묘한 지점에 떨어졌다. 인 아웃 여부를 놓고 비디오판독을 요청했지만 2-1 판정으로 인이 됐다. 그 뒤 김사니에게 블로킹을 내주고 졌다. “차라리 0-3으로 졌다면 충격이 덜했겠지만 흐름상으로도 그렇고 관심을 받던 터라 충격이 컸다”고 박 감독은 털어놓았다. 이번 시즌의 운명을 바꾼 포인트였다.

그날 경기 전까지 8승4패였던 흥국생명은 이후 승보다 패가 많은 라운드를 거듭했다. 13승14패로 사실상 플레이오프의 꿈을 접었다. 그날 이후 5승10패를 기록한 흥국생명의 시즌 변곡점이었다.


● 원점으로 돌아간 그 트레이드로 운명이 달라진 한국전력과 현대캐피탈

지난해 12월29일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이 빅딜을 발표했다. 2014∼2015시즌 트레이드 마감시한을 3시간 앞두고 권영민과 박주형-서재덕을 맞바꾸는 것이었다. 시즌이 끝나면 원 소속팀으로 복귀하는 조건이었다. 2012∼2013시즌 개막 이전에 나왔던 한국전력(하경민)-대한항공(장광균 신경수)의 임대이적 이후 2번째였지만 규정위반이 드러났다. “시즌 도중에 국내 구단 간 선수임대차 및 원소속 구단으로의 복귀는 정규리그(포스트시즌 포함) 기간 중에는 할 수 없다”는 규정이 발목을 잡았다. 문제점을 거론하자 KOVO는 12월30일 오전에 했던 트레이드 공시를 철회했다.

KOVO의 결정에 현대캐피탈이 반발했다. 1월1일 대한항공전을 앞두고 서재덕의 출전강행을 주장했던 현대캐피탈은 12월31일 오후 트레이드를 철회하는 방식으로 물러섰다. KOVO의 관련자들이 이와 관련해 징계를 받았다.

그날 이후 현대캐피탈과 한국전력의 성적은 다른 길을 걸었다. 당시 4위 한국전력은 10승8패 승점28, 5위 현대캐피탈은 8승10패 승점27이었다. 3위 대한항공(10승8패 승점31)을 따라잡을 수 있는 거리였다. 무산된 트레이드의 충격을 견뎌낸 팀은 한국전력이었다. 현대캐피탈에서 이틀간 훈련만 하고 돌아온 서재덕은 변함없이 팀의 주전으로 활약했다. 결정적인 영향은 세터 권준형이 받았다. 비주전으로 밀려난다는 위기감이 이전과는 다른 세터로 만들었다. 한국전력은 이후 21승11패를 기록했다. 트레이드 무산 이후 11승3패를 기록해 플레이오프 진출을 눈앞에 뒀다. 반면 현대캐피탈은 14승18패를 기록했다, 그날 이후 6승8패로 반전의 계기를 잡지 못했다. 우여곡절 속에서 꼭 이겨야 했던 새해 첫날 대한항공과의 천안경기에서 0-3으로 패한 것이 시즌의 결정타였다.


● 김학민의 가세로 대포가 3개가 됐지만 모두 다 쓰지 못한 대한항공

시즌 막판 대한항공 김학민이 복귀했다. 2년간 군복무로 팀을 떠났던 대포의 귀환이었다. 기대가 컸다. 기존의 산체스 신영수에 이어 또 다른 대포의 가세로 대한항공의 화력이 강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1월11일 삼성화재와의 4라운드에 처음 선을 보였다.

그때까지 12승8패를 기록하며 안정적인 3위를 달리던 대한항공은 이후 끝도 없이 추락했다. 부상이 여기저기서 속출했다. 산체스와 신영수가 돌아가며 아팠다. 공교롭게도 대한항공은 중요한 고비마다 주전 선수들이 아파서 힘을 쓰지 못하는 문제가 반복되고 있다. 선수 몸 관리 프로그램의 문제일 수도 있고 동기부여를 해주지 못하는 지원의 문제일 수도 있다. 3명의 대포를 동시에 쓸 수 없는 전략상의 문제점이 더욱 도드라졌다. 김학민 복귀 이후 대한항공은 3승8패를 기록하며 다음 시즌을 기약했다.

수원|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kimjongkeon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