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위권서 25∼30km 질주미션… 약속된 구간 이상 뛸땐 보너스

2015 서울국제마라톤 겸 제86회 동아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이 15일 오전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힘차게 출발하고 있다. 변영욱 동아일보 기자 cut@donga.com

■ 페이스메이커의 비밀

마라톤은 기록경기다. 순위 자체도 중요하지만, 42.195km를 ‘얼마나 빨리 뛰느냐’도 빼놓을 수 없는 관심사다. 대회기록이 단축될수록 해당 대회의 가치도 높아진다.

좋은 기록을 내기 위한 최우선 과제는 페이스 조절이다. 2시간이 넘게 펼쳐지는 레이스에서 어느 구간까지 페이스를 유지하고, 어느 구간에서 스퍼트를 내야 할지 잘 맞아떨어져야 만 좋은 성과가 가능하다.

마라톤 기록을 내는 데 있어서 ‘페이스메이커’들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페이스메이커는 말 그대로 마라톤대회에 참가한 선수들의 페이스 조절을 위해 달리는 마라토너를 뜻한다. 경기 시작과 함께 가장 앞에서 달려나가는 선수들 대부분이 바로 페이스메이커들이다. 이들은 일정금액을 받고 레이스에 참가해 상위그룹과 함께 25∼30km(이 거리를 채우지 못한 채 레이스를 포기하는 경우도 많다)를 뛰는 ‘임무’를 수행한다. 기존에 약속된 구간 이상을 뛸 경우에는 추가적으로 뛴 거리에 따라 별도의 보너스까지 주어진다.

자신의 페이스가 좋다면 페이스메이커 역할과 상관없이 끝까지 레이스를 펼쳐도 된다. 실제로 페이스메이커 역할로 대회에 참가했다가 우승을 차지한 사례도 적잖다. ‘한국마라톤의 영웅’ 황영조(45·국민체육진흥공단 감독)가 대표적 케이스다. 그는 1991년 동아마라톤대회에 동료의 기록 향상을 돕기 위한 페이스메이커로 참가했다가 2시간13분35초의 기록으로 3위에 올랐다. 이는 황영조의 마라톤 풀코스 첫 경험이었다. 황영조는 이를 토대로 같은 해 하계유니버시아드(영국 셰필드)와 이듬해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 잇달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잠실｜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topwook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