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승은 우승, 제자는 2·3위 ‘신치용 천하’

입력 2015-03-18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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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는 3일 대한항공을 누르고 4시즌 연속이자, 통산 7번째 정규리그 우승을 확정했다. 8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도전하는 삼성화재의 경쟁팀은 공교롭게도 신치용 감독 밑에서 배구를 한 제자 김세진, 신영철 감독이 지휘봉을 쥔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이다. 삼성화재에서 10년간 코치생활을 했던 서남원 감독도 도로공사에 10년만의 정규리그 우승을 안겨 2014∼2015시즌 V리그는 그야말로 ‘신치용 천하’다. 스포츠동아DB

■ 2014∼2015 V리그 정규리그 결산

신치용 감독 제자 김세진·신영철 감독
OK저축은행 ·한국전력 2·3위 이끌어

시몬·쥬리치 등 슈퍼급 선수들 맹활약
루키 이재영·문명화 데뷔시즌 주전 꿰차

‘NH농협 2014∼2015 V리그’가 남자 126경기, 여자 90경기의 정규리그를 마쳤다. 지난해 10월 18일 개막해 올 3월 16일에 끝난 5개월의 대장정이었다. 이제 남은 것은 ‘봄배구’ 16경기뿐이다. 지난 5개월간 11번째 시즌을 맞이한 V리그에는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키워드를 통해 정리했다.


●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과 10년 만에 핀 꽃

V리그 남자부의 절대강자로 군림하던 현대캐피탈이 처음으로 쓸쓸한 봄을 맞았다. 10년, 11시즌 만에 처음으로 포스트시즌에 나가지 못하는 성적표를 받았다. 그동안 신인드래프트에서 새 얼굴을 보충하지 못한 후유증이다. 팀 리빌딩을 미룬 결과는 외국인선수 아가메즈의 부상과 맞물려 최악의 상황으로 이어졌다. 8시즌 연속 포스트시즌에 나갔던 대한항공의 추락도 비슷했다. V리그 초창기 신인드래프트 앞 순번에서 데려온 선수들이 나이를 먹었다. 새로운 피의 수혈이 이뤄지지 않은 결과는 5라운드 추락과 선수들의 줄 부상으로 나타났다.

반면 여자부 도로공사는 2005년 V리그 원년 이후 무려 10년 만에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꽃을 피웠다. 꽃은 피기도, 지기도 한다. 그 꽃에 생명을 주는 것은 역시 사람의 정성과 투자, 그리고 정직한 땀이다.


● 신치용과 제자들

남자부 삼성화재가 4시즌 연속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다. 통산 7번째 정규리그 우승이다. 삼성화재는 이제 8시즌 연속 챔피언 결정전 우승에 도전한다. “설마 이번에도”라며 시즌을 시작하지만, 막상 끝날 때는 “역시 삼성화재”라고 한다는 말이 이번에도 이어질지 궁금하다. 우선 절반은 성공했다. 공교롭게도 2·3위 OK저축은행과 한국전력 모두 신치용 감독 밑에서 배구를 배운 제자들이 사령탑이다. 여자부 정규리그 우승팀 도로공사의 서남원 감독도 신 감독 밑에서 코치를 10년간 했다. 2위 IBK기업은행 이정철 감독도 신 감독을 따르는 가장 친한 후배다. 그래서 이번 시즌 V리그는 ‘신치용 천하’다.


● 세계 3대 공격수

유난히 ‘세계 3대’ 라이트, 센터, 레프트 등의 말이 자주 들렸다. 외국인선수의 능력에 팀의 운명을 건 각 팀이 경쟁적으로 좋은 선수들을 데려왔다. 시몬(OK저축은행), 쥬리치(한국전력) 모두 유럽무대에서 검증된 선수였다. 지난 시즌에 온 아가메즈(현대캐피탈), 산체스(대한항공)까지 포함해 슈퍼급 선수들이 보여준 기량은 팬들의 눈을 호강시켰다. 비록 유럽시장에선 무명이었지만, V리그의 육성프로그램을 통해 성장한 레오(삼성화재)까지 가세해 남자배구의 수준을 한껏 끌어 올렸다. 2014 국제배구연맹(FIVB)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만난 독일대표팀 감독이 이들의 이름을 듣자마자 “V리그가 어떻게 운영되기에 이렇게 좋은 선수들이 몰려 있느냐?”고 되물을 정도였다.

올 시즌을 끝으로 외국인선수 트라이아웃을 시행하는 여자배구도 마찬가지였다. 마지막 투자라 생각하고 과감하게 돈을 썼다. 세계배구시장에서 이름이 높은 폴리(현대건설), 데스티니(IBK기업은행) 등이 V리그에 온 이유다. 이름값에 걸맞은 활약도 했다. 3년째 V리그를 경험하는 니콜(도로공사)까지 가세해 여자배구의 흥행을 이끌었다.


● 슈퍼 루키

여자배구는 2007∼2008시즌 신인드래프트가 역대 최고의 해였다. 배유나(GS칼텍스), 이연주(인삼공사), 하준임(도로공사), 양효진(현대건설), 김혜진(흥국생명)이 동시에 나왔다. 그로부터 7년 만에 가장 우수한 신인이 드래프트에 몰려나왔다. 국가대표 자매 이재영(흥국생명)-이다영(현대건설)과 하혜진(도로공사), 문명화(인삼공사), 전새얀(IBK), 이영(GS칼텍스) 등이 1라운드로 유니폼을 입었다. 이재영과 문명화는 데뷔시즌에 주전 자리를 차지해 팀에 큰 활력을 불어넣었다. 강력한 신인왕 후보다. 정다운(GS칼텍스)도 센터가 필요한 팀에 도움을 줬다. 이다영은 시즌 막판 부상을 당했지만 V리그의 미래를 이끌 재목임은 확실했다.

남자부에선 지난 시즌 창단한 러시앤캐시가 대학 3학년생까지 싹쓸이해가는 바람에 기대치는 낮았지만 각 팀이 필요한 자리에 좋은 자원이 많이 등장했다. 최초의 리베로 출신 1순위 오재성(한국전력)은 당당히 주전을 꿰차며 팀을 포스트시즌으로 이끌었다. 노재욱(LIG손해보험), 이승원(현대캐피탈), 황승빈(대한항공) 등 세터 3총사는 선배들의 자리를 위협하면서 세대교체 바람을 일으켰다.


● 비디오 판독

전세계 배구리그 가운데 가장 먼저 2007∼2008시즌부터 비디오 판독을 도입했던 V리그는 올 시즌 한 발 더 나갔다. 기존의 심판합의제도를 폐지하고 비디오 판독 기회를 확대했다. 팀당 최대 5번까지 기회를 줬다. 그 결과 경기의 흐름이 끊어지지 않고 경기시간이 눈에 띄게 줄었다. 비디오 판독은 감독들이 언제, 어떻게 시도하느냐에 따라 팀의 승패에 큰 영향을 미쳤다. 선수들과의 호흡이 중요했다. 시즌 운명이 바뀐 경기도 나왔다. 감독에게는 역량을 보여주는 새로운 시험대로, 팬에게는 경기의 흥미를 높여주는 새로운 볼거리로 확대된 비디오 판독은 올 시즌 확실하게 자리를 잡았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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