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V리그 PO…남녀부 4팀4색 기 살리기

입력 2015-03-2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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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서울 청담동 리베라호텔에서 열린 ‘NH농협 2014∼2015 V리그’ 포스트시즌 미디어데이에서 각 팀 감독과 선수들이 선전을 다짐하고 있다. 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트위터 @kwangshin0521

■ 부모님 품에 안겨 심기일전
현찰 승리수당 받고 재충전

IBK 이정철 감독, 질책대신 칭찬·격려
한국전력, 포상금에 식당·버스도 교체
짠돌이 구단 파격적 관심에 선수들 감동

‘NH농협 2014∼2015 V리그’ 플레이오프(PO)가 20일부터 시작된다. ‘봄배구’에 나서는 여자부 정규리그 2위 IBK기업은행과 3위 현대건설, 남자부 2위 OK저축은행과 3위 한국전력은 운명의 시리즈를 앞두고 다양한 방법으로 선수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있다. 감성과 물질 등 접근법은 다르지만, 목표는 하나다. 선수들의 자발적 감동과 투지다.


● 감성으로 접근한 현대건설

흥미로운 접근을 했다. 여자선수들의 눈물과 가족의 사랑이 담긴 이벤트를 펼쳤다. 이미 3위를 확정했던 현대건설은 널뛰는 경기력 때문에 고민이 많았다. 봄배구를 앞두고 양철호 감독은 뜻밖의 선택을 했다. 모든 선수들의 부모를 숙소로 초대했다. D-데이는 15일이었다. 13일 선수 가족에게 긴급히 연락했다. 선수에게는 알리지 않고 숙소로 모이라고 했다. 몇몇 부모는 일정 때문에 못 왔지만, 15일에는 대부분이 참석했다.

제사 때문에 참석하지 못한 양효진의 가족과 부상치료 중인 이다영을 제외한 모든 선수들의 가족이 모였다. 구단은 SNS로 선수들에게 보낼 메시지도 미리 준비시켰다. 부모들은 15일 선수들이 훈련하는 동안 몰래 모여서 메시지를 녹음했다. 그날 양 감독은 일부러 선수들을 혹독하게 훈련시켰다. 쉬는 시간도 주지 않았다.

훈련을 마칠 무렵 훈련장의 스피커를 통해 부모들의 격려 메시지가 흘러나왔다. 예상치 못한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은 선수들은 누구랄 것도 없이 눈물을 흘렸다. 선수들이 펑펑 눈물을 흘리는 가운데, 부모들이 훈련장으로 들어왔다. 그날 밤 선수들은 부모와 한 방에서 잤다. 구단 프런트와 코칭스태프는 식당을 비롯한 숙소 시설에서 철수했다. 마음 편하게 가족과 지내라는 배려였다. 현대건설과 계약한 이후 어린 딸을 객지로 보내놓고 어떤 곳에서, 어떻게 생활하는지 궁금했던 부모들에게 ‘체험 삶의 현장’을 보여줬다. 큰 경기를 앞두고 긴장하는 선수들에게 가족의 사랑이 넘치는 ‘힐링 캠프’를 열어줬다.

가장 큰 영향은 폴리가 받았다. 한국인 특유의 가족애와 정을 가까이서 체험한 폴리는 “우리 모두는 한 팀”이라는 얘기에 눈이 촉촉해졌다. 구단은 폴리를 위해 남자친구를 이미 불러둔 터였다.


● 질책 대신 격려와 칭찬 택한 IBK기업은행

여자중학교 훈련장에서 더부살이를 하는 IBK는 현대건설과 같은 이벤트를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다. 아파트를 여러 채 전세 내서 생활하는 터라 선수 가족을 한 곳에 초대할 수도 없다. 그 대신 이정철 감독은 평소의 질책 대신 칭찬과 격려로 선수들의 감성을 어루만지고 있다. 팀 창단 이후 몇 년간 어린 선수들을 뜨거운 냄비 위에 올려놓고 들들 볶아대는 것이 이 감독의 지도스타일이었다. 올 시즌 들어선 냄비를 달구는 불의 온도가 전보다 낮아졌다. 차츰 나이를 먹어가는 선수들을 고려한 조치였다.

훈련에는 타협하지 않았지만, 칭찬과 격려가 평소보다 많아졌다. PO를 앞두고는 더욱 칭찬과 격려가 늘었다. 리시브를 전담하는 채선아와 박정아가 이 감독의 따뜻한 눈길 속에서 자신감을 키웠다. IBK는 PO와 챔피언 결정전에 승리수당도 따로 책정하고 선수들의 분발을 기대하고 있다.


● 고객감동을 선수들에게 실천한 한국전력

그동안 선수들에 대한 대우가 가장 박했던 팀이었다. 올 시즌 정말로 환골탈태했다. 18일 미디어데이에서 주장 후인정이 “구단의 지원에 감사한다”고 말할 정도였다. 그동안 다른 팀에 비해 많이 모자랐던 승리수당도 현실화했다. 공기업의 특성상 액수를 밝힐 순 없지만, “최소한 남들만큼은 해줬다”고 구단 관계자는 밝혔다. 시즌 내내 연승을 달리거나 라운드별로 상위권 성적을 올렸을 때, 구단주가 경기장을 찾았을 때 등 시시때때로 격려금이 나왔다. PO에 진출하자 시즌 전 약속했던 3000만원의 포상금도 지급했다.

더 중요한 것은 선수들에 대한 관심이었다. 그동안 제대로 된 의료장비와 선수단이 마음 편하게 밥을 먹을 식당조차 없었지만, 올 시즌 모든 것이 해결됐다. 버스도 최신식으로 교체했다. 전력분석실, 선수단 휴게실 모두 공정배 단장이 오자마자 일시천리로 만들어졌다. 돈보다는 이제껏 받아보지 못한 관심에 한국전력 선수들은 크게 감동하고 있다.


● 구단주의 통 큰 배려, OK저축은행의 ‘쏴! 쏴!’

OK저축은행 최윤 구단주의 선수들을 향한 보살핌은 각별하다. 남들이 생각하지 못하는 부분까지 파고든다. 승리수당을 현찰로 주고, 1억원이 넘는 최신식 사이벡스 기계를 훈련장에 들여오는 등 현장에서 요구하기도 전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창단 2년 만에 정규리그 2위를 차지하자 최 회장은 또 지갑을 열었다. 포스트시즌 경기 결과와 관계없이 2위에 감사하며 선수들에게 해외여행을 보내주기로 결정했다.

김종건 전문기자 marc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kimjongke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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