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급 다른 선수들끼리 경기… 복싱협회 ‘황당한 경기운영’

입력 2015-03-20 06:4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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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일 경남 남해에서 열린 2015전국종별신인선수권대회 여고부 경기에서 대한복싱협회의 대회 운영 실수로 체급이 다른 선수끼리 맞붙는 황당한 일이 발생했다. 홍코너 조은정(명일문성길복싱클럽)은 -60kg급이지만, 청코너 서윤미(경기체고)는 -64kg급이다. 사진출처|경기화면 캡처

전국종별신인선수권 체급 다른 조은정-서윤미 대결
체급 높은 서윤미 결국 우승…협회 미숙한 운영 논란

대한복싱협회의 미숙한 경기 운영으로 체급이 다른 선수끼리 실전에서 맞붙는 촌극이 빚어졌다. 복싱협회는 13∼18일 경남 남해에서 2015전국종별신인선수권대회 및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열었다. ‘황당한 경기’는 14일 여고부 경기에서 나왔다.

이날 대진표상 A18(A링 18번째 경기)은 -60kg급 조은정(명일문성길복싱클럽)과 정세영(FASPORTSGYM)의 8강전이었다. 당시 경기 화면을 보면 장내아나운서 역시 “조은정 대 정세영”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조은정과 맞붙은 상대는 -64kg급 서윤미(경기체고)였다. 서윤미는 다음 경기인 A19 -64kg급 4강전에서 이정아(FASPORTSGYM)를 상대하기로 돼 있었다. 복싱협회 관계자는 “FASPORTSGYM 소속 정세영과 이정아가 모두 경기장 안에 없었다. 서윤미 측이 A18을 자신의 경기라고 착각하고 링에 올라갔다”고 설명했다. 한 체급이 낮은 조은정은 서윤미의 상대가 되지 못했다. 결국 서윤미가 1라운드 TKO로 승리했다.

기술위원은 경기 전 선수들에게 글러브를 나눠주는 과정에서 해당 선수를 확인해야 한다. A링에서 벌어지는 상황을 총괄하는 부경기감독관 역시 이를 파악할 책임이 있다. 복싱협회 관계자는 “확인 과정 없이 선수를 링에 올린 코칭스태프도 문제지만, 근본적으로 협회가 운영 과정에서 실수를 저질렀다는 점을 인정한다. 이런 일이 재발하지 않도록 관계자들에게 경위서를 받고 있다. 징계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다.

복싱협회는 뒤늦게 체급이 다른 선수 간 경기가 열린 사실을 인지하고, TKO로 패한 조은정을 구제했다. 조은정은 다음 회전에 진출했다. 논란이 되는 부분은 다른 선수의 경기(A18)에 잘못 들어간 서윤미에게 실격을 주지 않은 점이다. 서윤미는 -64kg급 결승에 올라 함예라(온양복싱클럽)를 누르고 우승했다. 이 금메달에 힘입어 경기체고는 종합우승까지 차지했다. 복싱협회 관계자는 “원래는 남의 경기에 들어가면 실격이 맞다. 하지만 이번엔 이정아가 경기장에 나오지 않았기 때문에 어차피 서윤미도 부전승을 거두는 상황이었다”고 해명했다.

전영희 기자 setupman@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setupman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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