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시라 “파격 변신? 난 평소에도 착하지 않은 엄마”

입력 2015-03-20 06:5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2년 만에 안방으로 찾아온 채시라가 과감한 연기 변신을 시도했다.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시청자 반응은 그야말로 ‘착하다’. 사진제공|KBS

■ KBS 2TV ‘착하지 않은 여자들’ 채시라


허점많은 사고뭉치 엄마 김현숙 역
탁 트인 운동장에서 뛰어노는 느낌
망가진 모습으로 색다른 변신 짜릿
난 마녀 엄마…아이 교육 힘들어요


2012년 SBS 드라마 ‘다섯손가락’ 이후 2년 넘게 두 아이의 엄마 그리고 한 남자의 아내로 지냈다. 그 긴 공백의 잠에서 깨어나게 해 준 한 권의 드라마 대본이었다.

“아! 내가 배우였구나.”

KBS 2TV 수목드라마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대본을 건네받은 채시라(47)는 아이들과 부대끼며 사는 것만으로도 행복한 일상을 그렇게 잠시 뒤로 미뤘다. 그리고 평소 “당신은 시트콤이 딱이야. 그 허당기를 실제로 보여줄 작품을 만나야 해”라고 입버릇처럼 말하던 남편 김태욱의 바람대로 채시라는 ‘착하지 않은 여자들’의 김현숙을 만났다.

극중 김현숙은 고교 시절 퇴학을 당하고 열등감으로 똘똘 뭉친 사고뭉치 엄마다. 채시라는 “중요한 일을 하면서도 늘 하나씩은 놓치고, 음식을 할 때도 벌려 놓기만 할 뿐 정작 요리는 몇 시간이 걸려야 완성하는 실제 내 모습”과 조금을 닮았다며 웃는다.

뽀글뽀글한 웨이브 머리에 얼룩덜룩 번진 화장 등 허점투성이로 변신한 채시라의 변신이 반가운 듯 시청자 분위기도 호평 일색이다. 동시간대 경쟁작인 MBC ‘킬미, 힐미’의 인기를 잠재우고 시청률 1위에 올려놓았을 정도다. 채시라는 “그동안 어깨에 힘이 들어가 있던 내가 망가지니 시청자가 더 즐거워하는 것 같다”면서 “연기하는 입장에서도 색다른 변화가 짜릿하다”고 말했다.

10대 때는 ‘책받침 모델’로 불린 ‘하이틴스타’로, 20대에는 최진실, 김희애와 함께 안방극장을 주름잡은 트로이카의 한 사람으로, 30대를 보내면서는 여러 사극에서 진취적인 여성상을 그린 채시라는 이제 또 한 번 동시대 여성들에게 희망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채시라는 “그동안 절제된 캐릭터 연기를 했다면 김현숙은 탁 트인 곳에서 뛰어노는 느낌이다. 김인영 작가가 운동장을 마련해줬다. 데뷔 이후 내 인생에도 결혼과 출산 등 많은 변화가 있었다. 그런 삶의 흔적이 연기를 훨씬 풍부하게 할 수 있도록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연기자 채시라. 동아닷컴DB


어느덧 ‘하늘의 뜻을 기다린다’는 ‘지천명’(知天命)의 나이, 50세를 마주하며 지극히 소시민적인 주부 캐릭터를 연기하고 있는 그는 배우로서, 또 엄마로서 욕심을 버리고 내려놓는 법을 조금씩 익혀가고 있다고도 했다.

실제 집에서는 김현숙보다 훨씬 형편없다고 웃으며 “엄마 채시라에게 무릎이 툭 튀어나온 바지는 기본이다. 아이들이 자라날수록 마음 비우기가 필요하지만 쉽지 않다. 일관성 있는 교육이 중요하다는데 컨디션이 좋으면 천사 엄마, 안 좋으면 마녀가 돼버린다. 아이들과 줄다리기가 가장 힘들다”고 했다.

가능성이 무한한 후배들에게 주인공의 자리를 내어주는 것 역시 자연스러운 고민이 됐다.

“지금도 누군가의 엄마 역할을 하는 것처럼,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역할도 순리대로 주어지지 않을까. 순리는 무시할 수 없는 거니까. 다만 지금의 김혜자, 장미희 선배처럼 순리를 받아들이되 자신만의 고유한 영역을 만들고 관리하는 것이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트위터 @ricky337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