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지상파 중계냐, 관전 팬이냐…KBL과 WKBL의 다른 대처

입력 2015-03-31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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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스포츠동아DB

27일 KBL은 챔피언 결정전 2차전(31일)과 4차전(4월 4일) 경기개시시간을 오후 7시에서 오후 5시와 4시로 각각 변경한다고 발표했다. 이는 지상파방송 중계 때문이었다. 팬들의 불만은 극에 달했다. 2차전이 예정된 화요일은 평일로 오후 5시의 경우 직장인이나 학생들이 경기장을 찾기 힘든 시간이다. 직접 현장을 찾아 관전하려던 ‘팬심’을 저버린 결정이었다.

KBL의 경기시간 변경에 모비스 골수팬들은 29일 동부와의 챔프전 1차전 3쿼터에 울산 동천체육관 2층 관중석 한가운데에 플래카드를 걸어놓고 시위를 펼쳤다. 현수막에는 ‘더 이상은 못 참겠다. KBL의 무능행정’ 등 다소 격한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KBL도 사정은 있다. 지상파방송을 통해 챔프전이라는 콘텐츠를 안방에 전하려는 의도와 함께 스폰서 노출도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가장 중요한 팬심을 헤아리지 못한 탓에 비난을 자초했다.

한국여자농구연맹(WKBL)에서도 같은 일이 있었다. WKBL은 26일 오후 7시 청주체육관에서 벌어진 KB스타즈-우리은행의 챔프전 3차전 경기개시시간을 오후 2시로 변경하려고 했다. 역시 지상파방송 중계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 같은 시도는 불발됐다. 홈팀 KB스타즈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혔다. KB스타즈의 연고도시인 청주는 WKBL 6개 구단 중 평균 관중이 가장 많은 곳이다. 지상파방송 중계보다는 꽉 찬 경기장에서의 챔프전이 더 의미 있다는 것이 KB스타즈의 판단이었다. 결국 WKBL은 뜻을 접고 당초 계획대로 오후 7시에 경기를 치르도록 했다. 이날 청주체육관에는 만원관중(3600명)이 들어찼다.

KBL은 “경기시간 변경은 홈팀과 원정팀의 동의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밝혔지만, 현장의 목소리는 다르다. 챔프전에 오르지 못한 A구단 관계자는 “KBL은 구단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고 하지만, 아예 방송국과 중계시간까지 다 맞춰놓은 상태에서 통보한다. 과거에도 그랬다. 구단에서 반대할 만한 분위기가 되지 못한다”고 털어놓았다. KBL과 WKBL의 차이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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