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비스 양동근(왼쪽)과 우리은행 박혜진은 2014∼2015시즌 남녀프로농구에서 정규리그-플레이오프 통합 MVP(최우수선수)를 차지했다. 프로농구 역사상 남녀 모두 통합 MVP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https://dimg.donga.com/wps/SPORTS/IMAGE/2015/04/16/70751788.2.jpg)
모비스 양동근(왼쪽)과 우리은행 박혜진은 2014∼2015시즌 남녀프로농구에서 정규리그-플레이오프 통합 MVP(최우수선수)를 차지했다. 프로농구 역사상 남녀 모두 통합 MVP가 나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모비스 양동근(34)과 우리은행 박혜진(25)은 남녀프로농구의 최고 명장으로 꼽히는 유재학(52·모비스), 위성우(44·우리은행) 감독의 지도 아래 리그 최고의 선수로 성장했다. ‘명장의 손길’을 거친 둘은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이들은 팀 우승과 함께 나란히 정규리그-플레이오프 통합 MVP(최우수선수)를 차지하는 영광을 누렸다. 남녀프로농구에서 동시에 통합 MVP가 탄생하기는 2014∼2015시즌이 처음이다. 양동근과 박혜진을 함께 만나봤다.
● 모비스 양동근
정규리그 MVP만 세 번째…유 감독님 덕
긴 출전시간? 선수는 뛰어야 행복합니다
● 우리은행 박혜진
AG 땐 부상으로 휴식만…언니들에 미안
정규리그 MVP 받고 챔프전서 힘냈어요
-우승과 MVP 수상을 축하한다. 이 자리에 오기까지 두 선수에게 감독의 역할을 빼놓을 수 없다. 유재학, 위성우 감독은 강도 높은 훈련을 하는 사령탑으로 이름 나 있다. 어떻게 버텼는지 궁금하다. 제일 힘들었던 때를 꼽는다면.
▲양동근(이하 양)=아무래도 신인 때(2004∼2005시즌)가 가장 힘들었다. 감독님 밑에서 처음 운동을 하는 것이라 스타일을 알아가야 했고, 받아들일 것도 많았다. 신인이라 내 플레이를 하기도 급급한데, 우리 팀 외국인선수들이 어디서 볼을 잡는 것을 좋아하는지 등의 성향을 다 알아야 해서 무척 힘들었다.
▲박혜진(이하 박)=감독님이 처음 오셨을 때(2012년)였다. 그동안 해왔던 훈련 스타일을 모두 바꿔야 했다.
-우리은행은 훈련이 힘들어서 도중에 그만둔 선수도 많지 않나.
▲박=맞다. 하지만 나는 운동이 힘들어서 그만두고 싶다고 생각한 적은 한번도 없다. 다만 처음에는 너무 많이 혼나다보니 기가 죽고 자신감이 떨어졌다. 심리적인 부분에서 더 힘들었다.
-출전시간이 엄청 많은 편인데, 감독님께 너무하다 싶을 때는 없었나.
▲양=전혀. 선수는 뛰어야 행복한 것 아닌가. 출전시간을 두고 불만을 갖는 것은 선수의 도리가 아니다. 언제까지 팀의 주축선수로 뛸 수 있을지 모른다. 40분을 풀로 뛰면 행복한 것 아닌가.
▲박=챔피언 결정전 1∼3차전을 40분 풀로 뛰었다. 3차전 막바지에는 점수차가 좀 벌어져서 바꿔달라고 벤치에 사인을 보냈는데 안 바꿔주시더라.(웃음) ‘뛸 수 있을 때 많이 뛰어야한다’고 하시더라.
-양동근에게 유재학 감독, 박혜진에게 위성우 감독이 없었다면?
▲양=지금의 내가 없었을 것이다. 정규리그 MVP를 세 번 받았는데, 감독님을 만나지 않았다면 이런 상은 은퇴할 때까지 못 받았을 것이다.
▲박=마찬가지다. 위성우 감독님을 만나고 난 뒤에 주변에서 ‘농구가 많이 늘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대표팀에서도 소속팀 감독과 함께했다. 솔직히 지겨울 때도 있지 않았나.
▲양=익숙한 훈련을 했기 때문에 괜찮다. 주장으로서도 편했다. 감독님이 뭘 원하는지 동료들에게 알려줄 수 있었으니 말이다. 역할에 따른 움직임에 대해 후배들이 헷갈려할 때도 내가 짚어줄 수 있고….
▲박=감독님의 운동스타일을 잘 알고 있으니까 다른 팀 언니들한테 말을 많이 할 수 있었다. 대표팀에 막내로 들어간 입장이어서 언니들을 대하기가 어려웠는데, 훈련 때 이야기를 하면서 평소 생활 때도 쉽게 언니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대표팀에서 고생한 보람이 있었다. 모두 금메달을 땄다.
▲양=금메달을 딴 순간은 무척 행복했지만, 새 시즌에 들어갈 때가 너무 힘들었다. 긴장이 풀어지니 경기력이 나오지 않았다. 그 때 감독님이 동기부여를 통해 마음을 바로잡아주셨다. ‘KBL 최초의 챔프전 3연패’라는 새로운 목표를 설정했고, 내가 경기력이 떨어질 때마다 전술에 변화를 줘서 부담을 덜어주셨다.
▲박=아시안게임 때 부상 때문에 운동을 많이 하지 못했다. 감독님이나 언니들에게 미안했다.
▲양=맞다. 혜진이는 대표팀에서 푹 쉬었다. 여자 팀 훈련을 잠깐 보고 있으면 혜진이는 자전거 타고 있더라.
▲박=중요한 대회를 앞두고 부상을 당해서 심리적으로 힘들었다. 감독님이 마음을 잘 잡아주셨다. ‘마음 급하게 먹지 말라’며 위로해주셨고, 시즌에 앞서서도 자신감을 심어주셨다.
-박혜진 선수 또래들은 대부분 세계선수권대회(터키·2014년 9월)에 나갔다.
▲박=대표팀 소집 때 솔직히 인천아시안게임보다는 세계선수권에 나가고 싶었다. 세계무대에 나설 수 있는 기회가 쉽게 오지 않기 때문이다. 그 때 감독님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딸 수 있는 기회도 흔치 않다’며 아시안게임 대표팀에 포함시키더라.
▲양=위 감독님이 너 군대 면제 시키고 싶었나본데.(웃음)
▲박=하하하. 그런데 세계선수권 나갔다온 선수들이 전부 실력이 늘어서 왔다. (이)승아(우리은행)도 그랬고. 남자팀은 농구월드컵(스페인·2014년 8월) 나갔다 와서 분위기가 완전히 다운됐던데….
▲양=센터들은 좀 나았는데 나, (김)태술(KCC)이, (조)성민(kt)이 같은 외곽선수들은 엄청 충격을 받았다. ‘지금까지 농구를 왜 했나’ 싶었다. 그런데 나중에는 그 충격이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따는 데 정신적으로 많은 도움이 됐다. 세계무대에 나가서 부딪쳐 봐야 한다.
-MVP라는 큰 상을 받았다. 그것도 통합 MVP다.
▲양=개인적으로는 세 번째 정규리그 MVP고, 통합 MVP는 두 번째다. KBL 기록이라고 하니 영광스럽다. 나 혼자 잘해서 탄 상이 아니다. 좋은 팀 동료, 코칭스태프를 만났기 때문에 이룰 수 있는 영광이다. 언제 또 이런 영광을 누려보겠는가. 그래서 시상식(14일) 때도 두 아이를 함께 데려갔다.
-박혜진 선수는 정규리그 MVP를 받고 울기도 했다.
▲박=(임)영희(우리은행) 언니가 될 줄 알았는데 내가 받게 돼서 깜짝 놀랐고, 언니한테 너무 미안했다. 다같이 고생했는데 나만 상을 받는 기분이랄까.
▲양=네가 잘해서 받은 거니깐, 동료들도 기쁜 마음으로 축하해줬을 걸. 미안해할 것 없다. 동료들한테 더 고마워하고, 더 책임감을 갖고 경기하면 된다.
▲박=오빠 말이 맞다. 정규리그 MVP를 받고 책임감이 많이 생겼다. 지난해 정규리그 MVP를 받을 때는 부담도 되고, 사람들이 ‘박혜진 얼마나 잘하나 보자’라는 눈으로 쳐다보는 것 같아서 걱정이었다. 이번에는 챔프전을 뛸 때 동기부여가 정말 많이 됐다.
▲양=네 나이가 스물다섯이던가.
▲박=우리 나이로 스물여섯이다.
▲양=스물여섯에 정규리그 MVP 2연패면, 앞으로 엄청 타겠다.
▲박=더 잘해서 오빠 같은 선수가 되겠다.
▲양=나 같은 선수가 아니라 훨씬 더 좋은 선수가 되어야 한다.
정리|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