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게임폐인’ 희철 & ‘음악폐인’ 정모…둘이 합쳐 M&D

입력 2015-04-19 10:2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SM엔터테인먼트의 대표 그룹 엑소와 레드벨벳이 한창 주가를 올리고 있는 가운데, 은밀하게 앨범을 준비해온 또 한 팀의 그룹이 그야말로 깜짝 컴백했다.

슈퍼주니어 희철과 트랙스 정모의 프로젝트 그룹 M&D가 그 주인공으로, 4년 전 디지털 싱글 ‘뭘봐’를 발표했던 이들은 다시 한 번 의기투합해 첫 미니앨범 ‘가내수공업’을 선보였다.

앨범 제목부터 알 수 있듯이 희철과 정모가 전곡을 작사, 작곡한 것은 물론 의상 콘셉트부터 뮤직비디오 제작, 일정 정리까지 본인들이 직접 도맡은 ‘가내수공업’은 정말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앨범인지 의문이 들 정도로 색다른 음악들로 채워져 있다.

○ ‘게임하는 남자’ 김희철

M&D 사진|SM엔터테인먼트


잘 알려졌다시피 김희철은 게임광이다. 스스로 게임폐인이라고 말하는데 주저하지 않고 “게임을 정말 사랑한다”라고 공개적으로 애정을 드러내곤 한다.

이날 인터뷰에서도 김희철은 게임얘기가 나오자 목소리 톤을 높이며 연신 수많은 이야기들을 쏟아냈다.

혹자는 게임과 음악이 무슨 상관이 있냐고 할 수도 있고, 게임하느라 음악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것 아니냐라고 할 수도 있지만 ‘천재적인’ 김희철답게 게임과 음악을 동시에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하고 이를 자신의 장기로 발전시키고 있었다.

※주의 - 이후 인터뷰 내용에는 다양한 게임용어가 포함돼 있어 평소 게임을 접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다소 낯설고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하지만 분량을 고려해 별도의 주석은 달지 않을 예정이니 이점 양해 바란다.

M&D의 이번 앨범 ‘가내수공업’의 타이틀곡 ‘하고 싶어(I Wish)’의 뮤직비디오는 SM엔터테인먼트 테마 공원격인 SM아티움을 주배경으로 촬영됐지만 유일하게 외부장소로 촬영된 곳이 PC방이다.

이에 대해 희철은 “원래 PC방 피씨방씬은 영화관씬으로 대처하려고 했는데 ‘나를 표현하려면 무조건 PC방이 있어야 한다’고 해서 (장)동민이 형한테 연락해 거기 PC방에서 촬영을 했다”라고 입을 열었다.

또한 해당 장면에서 리그 오브 레전드(이하 롤)를 플레이 하고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김희철은 실제로도 수준급의 게임실력을 지니고 있는 것으로 유명하다.

이에 현재 랭크를 묻자 “아직 이번시즌 솔랭은 안 돌렸다. 컴백하고 바빠서 팀랭과 아프리카TV 방송만 하고 있다”라며 “전 시즌은 다이아까지 찍었다. 종종 프로게이머랑 같이 게임하고 그러면 걔들이 ‘형 서포터만 잘 만나면 다이아 1, 2까지 갈 수 있을 거다’라고 한다. 대신에 원딜 외에 다른 라인을 못한다”라고 자신의 실력을 밝혔다.

사실 김희철의 게임인생은 롤만이 아니다. 휴대폰게임으론 클래시오브클랜도 하고있으며, 과거에는 리니지도 했고 와우도 했다. 특히 와우 시절에는 메디브 서버에서 네임드 사제로 유명했다.

김희철의 이런 게임사랑은 급기야 아프리카TV 개인방송을 하기까지 이르렀다. 김희철은 “팬들이 롤만 키면 막 끄라고 한다. 집에 TV키면 온게임넷 고정이다. 다른 채널 하나도 안 본다”며 “사실 좀 새롭게 아프리카TV로 컴백을 하려고 BJ들을 살펴보기도 했는데 그건 포기했다”라고 김희철다운 컴백을 구상했음을 털어놓기도 했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이 같은 컴백 계획은 M&D 컴백임에도 불구하고 김정모와 전혀 관계없이 김희철 혼자 구상한 계획이라는 점으로, 심지어 김정모는 게임 자체를 아예 하지 않는 타입이다.

김정모는 “게임은 태어나서 스타 크래프트도 안 해봤다. 스트리트 파이터 이후로 게임을 안 해본 것 같다”라고 말했고, 김희철은 “정모는 왕게임밖에 안한다”라고 덧붙여 가상이 아닌 현실의 게임만 즐긴다는 것을 알렸다.

농담처럼 말했지만 김희철이 게임을 사랑하는 것 만큼은 진짜다.

인터뷰 내내 “음악은 게임처럼 신나게, 게임은 음악처럼 진실 되게 한다”라는 말을 입에 올린 김희철은 “‘음악이 좋아요 게임이 좋아요’라고 물으면 ‘엄마가 좋아요 아빠가 좋아요’다. 차라리 여자가 좋냐 게임이 좋냐고 물어보면 확실히 말할 수 있다. 게임을 하다가 음악을 포기한 적은 없는데 게임을 하다가 여자친구와 헤어진 적은 있다”라고 게임에 대한 애정의 크기를 드러냈다.

이어 “뮤직비디오는 진짜 내 얘기를 쓴 거다. 게임하다가 여자 친구 전화 계속 안 받고 그러다가 ‘도저히 오빠랑 못 만나겠다’고 헤어진 적도 있다”라며 “그래서 솔직히 연애가 하고 싶다. 팬들도 농담반 진담반으로 ‘오빠 차라리 게임 끊고 여자를 사귀어요’라고 한다. 스캔들이 나면 심장이 쪼는 맛이라도 있는데 만날 프로게이머 현장 그런데만 있으니까 더 뭐라고 한다”라고 자백해 웃음을 자아냈다.

이에 게임하는 여자를 만나는 건 어떻냐고 물으니 “그것도 생각했는데, 게임을 너무 사랑하다보니, 남자들이 ‘여자니까 괜찮아’하는 걸 못 봐주겠다. 게임은 진정성 있게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만의 확고한 게임철학을 밝혔다.

농담 삼아 롤 레이디스 리그에서 망설이지말아요 팀의 서포터로 나서 쓰래쉬 하드 캐리를 선보인 김지수를 만나보면 어떻냐고 추천하자 김희철은 “그 친구 친구추가 돼있다. 그 친구 잘 한다”라고 이미 게임 상으로 친구가 돼있음을 알려 웃음을 자아냈다.

김희철이 게임광인 것은 충분히 알았다. 그럼 도대체 게임광과 음악이 무슨 상관이 있는 것일까. 언뜻 별 상관 없어보일지 몰라도 적어도 김희철에게는 큰 상관관계가 있다.

일단 게임을 하면서 영감을 많이 얻는다. 김희철은 “막상 그냥 가사를 쓸려고 하면 잘 안 써진다. 보통 정모가 곡 작업을 해서 보내주면 나는 게임하다가 그걸 들어보고 가사가 떠오르면 쓰곤 한다”라며 “농담이 아니라 게임 대사가 정말 멋있는 게 많다. 요즘느낌과 다르게 스토리를 담고 싶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그는 “무분별한 영어나 뜻 모를 단어가아니라 정말 시 같지 않나. 예로 ‘魂’이라는 노래는 내가 리니지2를 할 때 검을 강화하다가 날려먹은 적이 있다. 그 칼이 날아가는 것을 보고 너무 열이 받았을 때 쓴 가사이다. 노래에서는 한 남자가 연인을 만나러 가다가 죽어서 혼이 되어 사라지는 모습이 담겨있다”라고 설명했다.

김희철의 이런 작사법은 김정모도 인정했다. 김정모는 “요즘 가요계는 직설적으로 가사를 쓰는 게 많은데 희철이 형은 약간 일본 스타일처럼 비유를 많이 쓴다”며 “예술가들은 누구든지 간에 다른 작품을 보고 영감을 받지 않나. 나도 만화책을 보다가 영감을 받지만 그건 영감이지 음악에 만화책의 내용이 그대로 나오지 않는것과 마찬가지다”라고 덧붙여 게임이 김희철의 감각을 깨워주는 하나의 계기가 됨을 알렸다.

더불어 김희철은 “나에게 게임이란 음악만큼 진지하다. 음악 할 때는 우리 M&D도 즐기면서 하자, 웃으면서 음악하자였다. 게임할 때는 음악처럼 신경 써서 진지하게 게임하고 그래야 된다고 생각한다”라고 게이머다운 모습을 보였다.

○ ‘음악하는 남자’ 김정모

M&D 사진|SM엔터테인먼트


김희철은 종종 자칭인지 타칭인지 모르겠지만 자신을 천재라고 말하는데, 김정모는 확실히 ‘타칭 천재’다.

어려서부터 기타 천재로 이름 높은 그는 오로지 음악 일변도만 파온 음악광이다. 기본적으로는 트랙스라는 밴드에서 락음악을 베이스로 하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접하고 들어온 음악의 양이 동년배들과는 비교하기도 힘들정도로 넓고 방대하다.

그리고 이 같은 음악적 지식과 관심이 이번 M&D에 고스란히 담겼다.

김정모는 “앨범의 장르나 색깔을 하나로 단정 짓고 만들고 싶지 않았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자체를 좋아했고 M&D는 여러 가지 장르를 해보고 싶었다”라며 “그래서 M&D는 음반작업이라는 생각이 안 들고 그냥 즐겁게 노는 것 같았다. 이번 앨범도 사실 앨범을 만들려고 한게 아니고 그동안 곡을 만든 곡을 추리고 추려서 나온 거다”라고 ‘가내수공업’에 대해 정의했다.

이어 “그러다보니 음악 기준이 없다. 트랙이 너무 다양하다. 어디서 ‘보통 앨범을 들으면 이거다 라는 느낌이 있는데 M&D는 색깔을 모르겠다’는 글을 봤다. 그게 맞다. 한 장르 한 색깔을 가진 게 아니다. 앞으로 나올 앨범도 그렇다. 그게 M&D의 음악이다”라며 “원래는 ‘달수정’을 타이틀로 생각했는데, 자기 전에 팍 떠오른 게 있어서 희철이형에게 보내니까 ‘야 이걸로 하자’라고 하더라. 그 곡이 ‘하고 싶어’다. 그렇게 순간순간 떠오른 곡들을 담았다”라고 M&D의 작업방식을 설명했다.

더불어 희철은 “원래 ‘하고 싶어’는 어쿠스틱 버전으로 만들어졌는데, 좀 더 발랄했으면 좋겠다고 해서 지금 버전이 나왔다. 듀엣 버전도 있고 버전이 여러 개 있다”라고 밝혔고, 김정모는 “다음 앨범이든 아니면 또 다른 방식이든 언젠가는 다른 버전들도 공개할 생각이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집안에 작업실까지 따로 갖춰놓고 음악에 매진하고 있는 김정모는 “물론 디테일 녹음은 외부 작업실을 이용하지만 가이드나 기본적인 건 집에서 한다”며 “그렇게 하다 보니 앨범 제작이 정말 빨리 됐다. 또 앨범을 제작하려고 하기 전부터 녹음해둔 곡이 있어서 4~5개월 만에 다 마무리된 것 같다”라고 즐겁게 만든 앨범임을 강조했다.

이에 김희철은 “중간과정이 필요 없다. 둘이 다한다고 이수만 선생님한테 말하니까 ‘그래 그럼 알아서 해봐라’라고 노터치였다”라며 “다만 회사 플랜이 있다 보니까 다른 팀들과 겹치면 안돼서 (컴백시기를)살펴보고 있었다. 모양새가 마치 SM 가수들 차가 쭉 계획대로 지나가는데 우리가 ‘아이구 죄송합니다’하고 끼어들기 한 거다”라고 표현해 웃음을 자아냈다.

김정모는 “게임을 하는 것처럼 정말 즐겁게 음악을 했다. 앨범이 90년대 느낌이 있다고 하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희철이 형이나 나나 90년대 음악을 많이 듣고 자라서 그렇다. 내가 어렸을 때 즐겁게 들었던 그 느낌을 잃지 않고 하고 싶다”라고 음악광다운 모습을 보였다.

○ 게임폐인과 음악폐인이 모여 M&D

M&D 사진|SM엔터테인먼트


과거 프로젝트 싱글을 냈다고는 하지만 사실 김희철과 김정모는 전혀 의외의 조합이다. 실제 이날 두 사람이 보여준 성격과 성향도 상당히 차이가 있다.

활발하고 말하기 좋아하는 김희철은 시종일관 이런저런 말을 하며 유쾌한 에너지를 발산한 반면, 김정모는 차분하고 진지하게 자신이 필요한 말을 하는 타입이다.

실제 김희철은 “슈퍼주니어로 활동할 때 떠드는 것을 보면 ‘우리 팀이 정말 시끄럽구나’라고 생각했는데 팀에서 나와 정모랑 있을 때도 똑같이 시끄러운 걸 보고 ‘내가 문제구나’라고 느겼다”라고 털어놓기도 했다.

이에 김정모는 “오늘 방송국에 오기 전에 희철이 형 목이 좀 잠겨있었는데, 대기실에 와서도 목을 안 풀더라. 그래서 언제 목을 풀려고 그러나 생각하고 있는데 잠깐 나갔다오더니 목이 풀려서 왔다. 돌아다니면서 다른 사람들하고 이야기하고 놀다가 목이 풀린 거다. 말로 목을 푸는 가수는 처음 봤다”라고 에피소드를 털어놔 웃음을 자아냈다.

한술 더 떠 김희철은 “대기실 한 바퀴 도니까 고음이 쩡쩡 나오더라. 인터뷰까지 하니까 지금 ‘She's Gone’도 부를 수 있을 것 같다”라고 너스레를 떨어 웃음을 자아냈다.

물론 이는 단순한 성격의 차이일 뿐이지 이는 둘의 친밀함과 음악적 교감에 아무런 방해도 되지 않는다. 오히려 김희철의 번득이는 영감과 김정모의 음악성의 조합은 SM엔터테인먼트에서 나온 것이라고는 생각하기 힘든 상당히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냈다.

김희철은 “지금까지 뮤직비디오를 보고 회사에서 문자가 온 적이 한 번도 없는데 이번에 ‘너무 재밌다’고 문자가 왔다. SM이 립싱크하고 퍼포먼스 보여주는 전통의 뮤직비디오 스타일이 있다. 그래서 처음 뮤직비디오를 만들고 보여주니 회사에서는 ‘그래도 SM전통인데 립은 따야한다’고 하더라. 그해서 ‘이거는 립을 따면 더 이상하다고 이수만 선생님에게 보여주고 그래도 따라고 한다면 그때 하겠다. 내가 볼 땐 분명 좋아한다’고 했다. 역시 난 천재였다”라고 자화자찬을 늘어놓았다.

이어 “정말로 너무 싸구려나 허접스럽게 나왔으면 다시 하라고 하거나 우리에게 맡기지도 않았다”라며 “이번 앨범 만들면서 ‘둘이 뭔 돈을 벌려고 앨범을 만드냐’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다. 그런데 회사가 우리를 아끼고 사랑해서 땅 파서 막 앨범을 내주고 그러지 않는다. SM이 호구회사도 아니고 (어떤 가능성이 있으니) 내준 것이다”라고 돈벌이가 목적이거나 장난으로 만든 앨범이 아님을 강조했다.

하지만 곧 김희철은 “그런데 이익이 안 나오면 문제다”라고 너스레를 떨더니 “앨범 크레딧에도 ‘이게 첫 앨범이 될 수도, 마지막이 될 수도 있다’고 써 놨다. 이수만 선생님은 ‘정모랑 희철이 계속 잘 될거고 앞으로도 계속 나가게 될 거다’라고 했지만 너무 바닥을 치면 양심이 있지 거기다 ‘2집 나왔어요’라고 못할 거 같다. 내가 알아서 접을 거다”라고 결과물에 자존심과 자부심을 드러냈다.

인터뷰 중간 김희철은 “M&D에서 정모와 나도 서로가 노터치다. 곡 만드는 것에 내가 일절 말하는 게 없고, 반대로 내 가사에도 정모가 뭐라고 안한다. 음악적인 건 정모가 전담, 외적인건 내가 전담이다”라고 M&D의 작업스타일을 밝혔다.

이에 김정모는 “이상했으면 나도 안 했을 거다. 전혀 불만은 없다”라고 쿨한 대답을 덧붙여 왜 이들이 함께 하고 어떻게 M&D라는 팀이 탄생하게 됐는 지를 가늠케 해주었다.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rn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