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출은 줄이고 효율은 높이는 ‘PC사양 다이어트’

입력 2015-04-20 14: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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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동아 김영우 기자] 직업이 직업이다 보니 종종 IT제품 선택, 그 중에도 데스크탑이나 노트북과 같은
PC 관련 문의를 종종 받는다. 다만, 그 중에서도 가장 아쉬운 경우가 바로 본인의 쓰임새와 경제사정 등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고 필요이상의 사양을 갖춘 PC를 구매하는 것이다. 물론 고사양의 PC는 그만큼 더 나은 성능을 갖춘 것이 맞다. 하지만 사용자의 사용 패턴에 따라 해당 PC가 갖추고 있는 전체 성능의 아주 일부만 활용할 수 있다면 이는 과소비에 가깝다.


고사양 PC, 매력적이지만 사용자의 활용도에 따라선 과소비일수도

얼마 전에 기자가 받은 문의 내용 중에는 이런 것도 있었다. 해당 독자는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작성, 혹은 LOL(리그오브레전드)나 피파온라인3 정도의 게임만 즐기는 수준이라고 밝혔다. 그런데, 그 독자가 한 조립PC 매장에서 추천해줬다는 사양을 보아하니 참으로 기분이 복잡했다. 그 사양을 간단히 살펴보니

프로세서: 인텔 코어 i5 4670K
메모리: DDR3 8GB
그래픽카드: 지포스 GTX960
저장장치: 2TB HDD
파워서플라이: 600W

대략 이런 수준이었고 금액은 본체만 70~80만원에 육박했다. 물론 사양 자체는 우수하다. 당연히 그 독자가 원하는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작성을 하는데 더할 나위 없이 우수한 성능을 제공할 것이고 고성능의 프로세서와 그래픽카드를 탑재한 덕분에 게임 성능 역시 LOL이나 피파온라인3 같은 캐주얼한 온라인 게임은 물론이고 ‘GTA5’ 같은 최신의 고사양 게임도 구동 가능할 것이다. 그리고 전반적인 고성능을 살려 그래픽 디자인과 같은 전문적인 작업도 가능할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과연 이 독자에게 이 PC가 과연 어울리는지의 여부였다. 게다가 코어 i5 4670K는 오버클러킹(구동속도를 임의로 높여 성능을 향상시킴)에 최적화된 이른바 매니아용 프로세서(CPU)인데, 이 독자가 그 정도로 PC 관련 지식이 많은 것처럼 보이지도 않았다.

더욱이, 얼핏 보기에 그럴 듯한 사양처럼 보였지만 메인보드(주기판)나 파워서플라이(전원공급장치)와 같이 시스템의 안정성에 영향을 미치는 부분은 더할 나위 없이 저렴한 브랜드의 것을 쓰고 있었다. 특히 파워 서플라이는 표기 출력은 600W나 되지만 가격이 불과 3만원 수준이었는데, 사실 제대 600W 정격출력이 발휘되는 파워서플라이는 최소 6~7만원은 줘야 한다.

적은 비용으로 높은 만족도 얻을 수 있는 최적의 사양 찾아야

그래서 이 메일을 받자마자 필자는 전면적으로 수정된 PC 사양을 제시했다. 대략 다음과 같다.

프로세서: AMD A8 7600 APU
메모리: DDR3 4GB
그래픽카드: 없음
저장장치: 128GB SSD
파워서플라이: 450W(80PLUS 인증)

위 사양으로 PC를 꾸밀 경우 소요되는 비용은 불과 35만원 정도로, 해당 독자가 처음 제시 받았다는 사양에 비하면 절반 이하 수준이다. 하지만, 사용하면서 느끼는 만족도는 고가 사양의 PC와 대등, 혹은 그 이상일 것이라고 확신한다.

우선 AMD A8 7600 APU의 경우, 고가 프로세서인 코어 i5에 비해 기본적인 CPU 연산 능력이 낮은 건 사실이다. 하지만, 독자가 원하는 인터넷 서핑이나 문서작성 정도의 일상적인 작업을 하기에는 충분할 정도의 성능을 제공한다. 무엇보다 가격이 절반 이하 수준이다.

게다가 A시리즈 APU는 프로세서 내부에 상당히 쓸만한 라데온 GPU(그래픽카드의 핵심 칩)를 내장하고 있다. 때문에 별도의 그래픽카드를 장착하지 않아도 LOL이나 피파온라인3 수준의 게임은 원활하게 즐길 수 있다. 그만큼 비용 절감이 가능한 건 덤이다. 일단 이 상태로 쓰다가 나중에 그 이상의 게임을 즐기고 싶다고 한다면 별도로 메모리나 그래픽카드를 사서 업그레이드도 가능하다. 참고로 메모리나 그래픽카드의 장착은 매우 간단한 작업이다.

파워서플라이 역시 표기 출력은 낮지만 정격출력을 보장하는 80PLUS 제품으로 교체했다. 450W가 수치적으로 낮아 보이지만, 일반적인 PC가 실제로 소모하는 전력은 기껏해야 200~300W 남짓이다. 일반적인 저가형 파워서플라이의 실제 효율이 표기 출력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차라리 표기 출력이 낮은 정격 파워서플라이를 쓰는 것이 이득이다.

저장장치도 2TB나 되는 고용량 HDD가 아닌 128GB의 저용량 SSD를 추천했다. 두 장치의 가격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고 SSD의 용량이 부족해 보이긴 하지만, 속도 면에서 SSD는 HDD보다 훨씬 빠르다. CPU나 그래픽카드 등의 사양이 낮더라도 저장장치의 속도가 빠르면 체감적인 성능 향상이 극대화된다. 특히 일상적인 PC 이용 수준에서 만족도가 높다.

위와 같은 답장을 받은 그 독자는 이 사양을 다른 조립PC 판매점에 제시, PC를 구매하겠다고 재 답장을 보내왔다. 이후 다시 응답을 듣지는 못했지만 아마도 만족스럽게 새 PC를 이용하고 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상향 평준화된 PC 성능, ‘다이어트’가 필요한 시점

1990년대나 2000년대 초 까지만 하더라도 PC의 성능은 투자 금액에 따라 만족도가 천차만별이었다. 낮은 사양의 PC는 인터넷이나 문서 작업을 하기에도 불편한 수준이었고 최소한 본체에만 100만원 정도를 투자해야 그나마 쓸만하다는 소리를 들었다.

하지만 2015년 현재, 전반적인 부품의 성능 향상 및 상향 평준화로 인해 저렴한 PC로도 일상적인 PC 이용을 하기엔 큰 문제가 없는 수준이 되었다. 물론 게임 매니아나 그래픽 전문가들을 위한 고사양 PC도 꾸준히 판매되고 있지만, 전체 PC 이용자 중의 절대 다수는 효율 좋게 구성된 저렴한 PC로도 충분한 만족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어차피 한 번 사는 것, 처음부터 최고의 PC를 구축하는 것이 오래 쓸 수 있는 지름길이 아닌가?’라는 의견도 충분히 제시할 수 있겠지만, 5년 전에 산 최고급 PC가 지금 팔리는 보급형 PC와 동급의 성능을 내고 있는 것이 사실이며,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발생할 수 있는 PC의 고장이나 내구력 저하도 생각해 볼 문제다.

물론 그렇다고 무조건 싼 PC를 사는 것이 정답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비용 지출을 최소화하되, 자신의 용도에 최적화된 효율적인 사양을 찾아내는데 많은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다이어트와 같다. 무조건 음악을 적게 먹으며 각종 영양제를 섭취하는 다이어트 보다는 적절히 계산된 칼로리의 음식을 먹으며 운동을 병행하는 다이어트가 좋은 결과를 낸다는 건 이미 잘 알려진 사실이다. 이를 위해 IT동아를 비롯한 관련 언론 역시 정확한 제품 구매 가이드를 독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도록 항상 노력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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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 IT동아 김영우(pengo@i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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