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자 이규한. 사진제공|가족액터스
‘왜 나에게는 인생 역전의 기회가 오지 않을까’ 하며 주변만 탓하는 사람들은 정작 중요한 기회가 찾아와도 놓치기 십상이다.
올해 초부터 예능계를 뒤흔들며 ‘대세’ ‘전성기’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연기자 이규한(35)은 말한다.
“사람에게 기회는 항상 찾아오는 것”이라고. 그 기회를 1000원의 가치로 만드느냐, 아니면 1000만원의 가치로 만드느냐는 오로지 자신의 몫이라고.
18년 동안 묵묵히 연기만을 바라보면 살아온 이규한에게도 ‘기회’는 찾아왔다. 그리고 그 가치는 상상 이상으로 치솟는 중이다.
이규한은 지난해 MBC ‘황금어장-라디오스타’에서 재치 있는 입담으로 관계자들의 이목을 끈 이후 ‘무한도전’, ‘나 혼자 산다’와 SBS ‘정글의 법칙’에 이어 최근 KBS 2TV ‘우리동네 예체능’ 족구 편과 MBC ‘일밤-진짜 사나이 2’의 고정 멤버로 출연하며 인기 예능프로그램을 섭렵했다.
최근에는 케이블채널 tvN ‘SNL 코리아’의 단독 호스트로 출연해 여자친구를 깜짝 공개하는 등 매번 화제의 중심에 서 있다.
‘왜 이제야 나타났느냐’는 말에 이규한은 “예전에도 예능프로그램에 출연한 적이 있다. 그 때는 토크 위주의 프로그램이었는데 출연 전에 늘 만반의 준비를 해갔다. 하지만 녹화는 늘 나의 예상과는 다르게 진행됐고, 나를 포장하는 순간 내가 보여줄 것이 현저하게 줄어든다는 것을 알고 연기에만 집중했다”고 말했다.
그런 그의 가능성을 알아봐 준 사람은 가수 윤종신이다.
현재 윤종신이 수장으로 있는 미스틱엔터테인먼트(가족액터스)와 지난해 12월 전속계약을 체결한 이규한은 거짓말처럼 그 이후부터 예능프로그램에서 승승장구하기 시작했다.
이규한은 “윤종신 선배는 굉장히 똑똑한 사람이다. 나는 똑똑하기보다는 부지런하고 끈기가 있는 편인데 나와 잘 맞는 프로그램을 연결하는 데 도움을 줬다. 결과적으로 회사와도 궁합이 잘 맞는 것 같다”며 웃었다.
최근 ‘진짜 사나이’를 통해 10여년 만에 군대에 재입대한 그는 “상상 이상으로 힘들다”며 혀를 내둘렀다.
이규한은 “군대를 다녀왔기 때문에 대충 예상은 했다. 그런데 생각한 것보다 곱절은 힘들더라”면서 “군대 시설이나 보급품 등이 훨씬 좋아진 것을 보니 감회가 새롭더라”고 말했다.
지금이야 여기저기서 자신을 찾지만 이전까지만 해도 그는 18년 동안 묵묵히 연기만 해왔던 길에 적지 않은 좌절감을 느끼기도 했다.
그럴 때마다 그는 생각했다. “나도 여느 직장인과 다를 것이 없다. 연기를 하는 연기자라는 ‘직업’을 가진 사람일 뿐이다”고.
늘 사직서를 양복 안주머니에 품고 ‘언제든 그만 둘’ 생각으로 직장을 다니는 친구들이 힘들고 지쳐도 매일 아침이면 어김없이 회사로 출근하는 것처럼, 그 역시도 자신의 연기에 합당한 대우를 받으며 살아가는 직장인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이규한은 지금의 인기와 높은 관심에 크게 동요하지 않는다.
“기분은 좋고 더 즐겁게 일할 수 있는 힘이 되는 것은 사실”이지만 “마치 이 모든 것이 내 것인 것처럼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그저 지금의 이 관심이 본업인 연기자로 돌아갔을 때 조금이나마 도움이 된다면 다행이라고 생각할 뿐이다.
이규한은 “내후년이면 연기 20년차가 된다. 감사하게도 올해 상승곡선을 탔으니 금방 하향곡선을 그리지 않고 조금 더 올라가거나, 아니면 조금 더 오래 평행선을 그릴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고 생각한다”며 미소를 지었다.
스포츠동아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