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아섭-강민호(오른쪽). 스포츠동아DB
올해도 스프링캠프에서 누구보다 열심히 훈련했고 자신의 타격 기술도 완성해 나가고 있었다. 철저한 자기관리와 성실성도 남달라 올 시즌 더 큰 성장이 기대됐다. 나이도 타자의 기술적·체력적 전성기가 교차하는 20대 후반이 됐다.
그러나 시즌 초 손아섭은 극심한 타격 슬럼프에 빠졌다. 23일까지 20경기에서 76타수 18안타로 타율 0.237, 1홈런, 8타점. 출루율과 장타율을 더한 OPS는 0.699였다. 손아섭이라는 이름이 아니었다면 선발 라인업에서 제외될 수 있는 저조한 기록이었다.
개막 후 꾸준히 3번을 쳤던 타순도 2번으로 바뀌었다. 그동안 타격 자세에도 변화를 주는 등 슬럼프에서 벗어나기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만 생각보다 탈출이 쉽지 않았다.
24일 사직 삼성전을 앞두고 손아섭은 “이제 화도 안 난다. 정말 최악이다”고 안타까워했다. 심각한 표정. 그러나 그 때 경쾌한 목소리가 뒤에서 들렸다. “뭘 걱정해. 어차피 시즌 마지막 날 전광판에는 손아섭 3할4푼 찍혀있을 거야.” 강민호(30)가 사람 좋게 웃으며 건넨 한마디에 손아섭은 잠시 모든 걱정을 잊고 미소를 지었다.
곧 시작된 경기. 손아섭은 강민호의 응원이 큰 힘이 됐는지, 1회 무사 2루 첫 타석에서 삼성 선발 피가로를 상대로 좌월 선제 결승 2점홈런(시즌2호)을 터트렸다. 9일 대구 삼성전 이후 12경기 만의 홈런포. 2회에도 1사만루서 좌익수 희생플라이로 이날 팀의 3번째 득점을 생산했다. 그가 한 경기 3타점을 올린 것은 5일 사직 두산전 이후 시즌 2번째다.
사직|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