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다운] ‘아두씨’가 될 뻔한 롯데 아두치

입력 2015-04-27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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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두치.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2009년 한화는 외국인투수 에릭 연지를 영입했다. 관례에 따라 성 ‘연지’를 KBO 선수명으로 등록했다. 곧장 ‘친근하긴 한데 약해 보인다’는 반응이 나왔다. 당시 김인식 한화 감독도 ‘연지로 등록했다’는 보고를 받고 “연지가 뭐야?”라고 웃으며 “에릭이 더 강해보이고 좋지 않아? 바꿔”라고 했지만, 이미 등록절차가 끝난 데다 유니폼 제작도 마친 까닭에 어쩔 수 없었다. 이름 탓은 아니었겠지만 그해 연지는 1승7패, 방어율 7.04라는 최악의 성적표를 내고 미국으로 돌아갔다.

외국인선수의 등록명은 각 팀에 꽤 어렵고 중요한 문제다. 시즌 초 롯데 돌풍의 주역이 되고 있는 짐 아두치(Jim Adduci·사진)도 사실 미국 발음은 ‘아두씨’다. 롯데도 처음에 고민이 컸다. ‘OO씨’라는 느낌도 나고, ‘아가씨’와 발음이 비슷하다는 의견이 나왔다. 결국 아두치에게 “아두치로 등록하는 것은 어떠냐”고 물었다. 평생 아두씨로 불렸는데 갑자기 아두치라고 하자는 구단의 제안이 당황스러울 수도 있었던 상황. 그러나 그는 흔쾌히 “오케이”라고 답했다.

26일 사직 삼성전에 앞서 아두치는 “아직 아두치가 어색하기는 하지만 팬들이 환호해줄 때마다 고맙다. 그리고 사실 ‘아두씨’가 아니라 ‘아두치’가 진짜 발음이긴 하다”며 “우리 집안은 이탈리아계다. 미국에서 이탈리아 출신 야구선수를 만났는데, ‘이탈리아에선 아두씨가 아닌 아두치라고 발음하는 성이다’라고 하더라. 한국에서 진짜 성을 만났다”며 웃었다.

아두치는 이어 “아직 생김치는 잘 못 먹지만 김치찌개, 부대찌개는 좋아한다. 9월에 아들이 태어난다. 훗날 아들이 ‘나 어디서 태어났어?’라고 물을 때 ‘한국 부산’이라고 말하면 모두가 흥미로워할 것 같다. 그 순간을 기분 좋게 상상하며 아들과의 만남을 기다리고 있다. 그때가 마침 포스트시즌 기간이라고 들었다”고 말했다.

사직|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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