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수에 올인한 kt… 미래를 선택한 롯데

입력 2015-05-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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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창진, 장성우, 최대성, 하준호(왼쪽부터)가 롯데를 떠나 3일 kt 유니폼을 입었다. 특히 장성우의 kt행은 포수 조련사로 명성이 높은 조범현 감독과의 만남이라 더욱 기대된다. 이들과 함께 kt로 옮겨온 포수 윤여운은 바로 퓨처스리그로 내려갔다. 수원|김진환 기자 kwangshin@donga.com

■ 롯데 장성우-kt 박세웅 포함한 ‘5-4 빅트레이드’의 의미

양 감독, 미래 위해 전격 트레이드 결단
양팀 실무진 3일간 치열하게 카드 교환
장성우 영입 kt,포수 중심 팀 재편 채비
롯데, 박세웅·이성민 등 젊은 투수 수혈


롯데는 kt와의 초대형 빅딜을 통해 ‘마운드의 젊은 피 수혈’이라는 오랜 숙원을 풀었다. ‘미래 kt의 에이스’로 꼽혔던 박세웅(오른쪽 끝)의 영입이 돋보인다. 박세웅이 포수 안중열, 투수 조현우 이성민(왼쪽부터)과 함께 롯데 모자와 점퍼를 입고 파이팅을 외치고 있다. 사진제공|롯데 자이언츠


4월 23일, 불펜 보강이 시급해진 롯데는 kt에 트레이드를 제안한다. 보고를 받은 kt 조범현 감독은 “장성우”라는 이름을 꺼냈다. 이미 병역의무를 마친 25세의 포수, ‘대부분의 팀에서 당장 주전으로 뛸 수 있다’는 평가가 따르는 안방마님, 게다가 주전으로 계속 나서면 시즌 20홈런도 칠 수 있는 장타력을 보유하고 있는 타자다. ‘트레이드 절대불가’로 분류돼 있는 장성우였기에 성사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롯데 이종운 감독은 곧장 답을 보냈다. “우리는 박세웅을 원한다.” 감독과 팀이 미래의 에이스로 선택한 스무 살의 우완 기대주 박세웅 역시 kt에서 트레이드 불가 첫 번째 자원으로 이름을 올려놓고 있었다.

‘장성우’와 ‘박세웅’. 모두가 협상의 다음 수순을 ‘없던 일로 하자’로 예상했다. 그러나 조 감독과 이 감독은 “트레이드는 서로가 원하는 선수를 영입하는 과정이다. 나만 이득을 보자고 해선 안 된다”는 같은 철학을 갖고 있었다. 양쪽 모두 적극적으로 협상 테이블에 나섰다. 결국 kt는 투수 박세웅(20) 조현우(21) 이성민(25)과 포수 안중열(20)을 롯데에 내주고, 롯데는 투수 최대성(30)을 비롯해 포수 장성우(25) 윤여운(25), 외야수 하준호(26) 이창진(24)을 보내는 5대4 초대형 트레이드가 성사됐다. 양팀 실무 책임자는 3일간에 걸쳐 집중적으로 서로가 원하는 이름을 교환했고, 2일 경기 종료 후 블록버스터 트레이드에 최종 합의했다.

한번에 무려 9명이 오간 트레이드는 KBO 역사상 처음이자 최대 규모다. 종전은 2001년 12월 20일 삼성과 SK가 단행한 6대2 트레이드다. 당시 삼성은 김태한 김상진 이용훈(이상 투수) 김동수(포수) 김기태 정경배(이상 내야수)를 주고, SK는 오상민(투수) 브리또(내야수)를 보냈다.


● 한 팔을 스스로 자르듯…눈물의 결정

조 감독은 트레이드 발표 직후인 2일 늦은 오후 경기도 이천 자택에 있었다. 목소리는 무거웠다. “장성우는 kt의 안방을 10년 동안 지킬 수 있는 포수다. 투수의 장점을 이끌어낼 수 있는 능력이 있고, 타석에서도 큰 역할을 해줄 것으로 기대한다”고 담담히 말했다. ‘제2의 손아섭’이 될 수 있다는 평가가 따르는 하준호까지 영입한 데 대해 “다 군대도 다녀왔더라. 팀의 현재와 미래 모두 큰 역할을 해줄 수 있는 선수들이다”고 설명했다. 감정은 묻어있지 않았다. 그 대신 박세웅의 이름이 나오자 “한 팔을 자른 것 같은 마음이다. 살을 도려낸 것처럼 아프다”며 “(박)세웅이는 팀 창단 때부터 함께해 지난 2년여 정말 최선을 다해 훈련했다. 개인적으로는 아픔이 크지만 팀과 선수의 미래 모두를 생각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이 감독에게도 장성우와 하준호는 매우 특별하다. 경남고에서 감독과 선수로 사제의 연을 맺었다. 그리고 프로에서 감독과 선수로 다시 만났다. 그러나 이 감독은 ‘장성우는 안 된다’는 구단을 설득해 초대형 트레이드를 이끌어냈다. 이 감독 역시 “살을 도려낸 듯 아프지만 서로가 원하는 선수를 얻기 위해 견뎌야 할 고통이다”고 말했다

kt와 롯데 경영진은 박세웅과 장성우의 트레이드에 모두 부정적이었다. 팀의 핵심 미래 전력이었기 때문에 결과에 따른 비난도 감수 해야 했다. 그러나 트레이드를 단기적으로 평가해선 안 된다는 인식 변화, 양팀 사령탑의 결단이 더해져 블록버스터 트레이드가 완성됐다. 특히 감독과 프런트 모두 선수 개인의 미래에 대한 고심도 했다. 조 감독은 올 시즌 수차례 “박세웅은 이제 스무 살이다. 팀 선발 상황이 좋지 않아 긴 휴식을 보장하지 못하는 점이 고민된다”고 말해왔었다. 이 감독도 스프링캠프부터 장성우에게 1루 수비 훈련을 병행시키며 재능과 능력을 그라운드에서 펼칠 수 있도록 도왔다.


● kt와 롯데가 얻은 효과는?

kt는 공격과 수비 모두 수준급인 포수를 영입했다. 하준호는 날카로운 타격에 송구 능력도 빼어나다. 팀 내부경쟁, 분위기 전환을 꾀했다. 특히 조 감독은 좋은 포수 한명이 투수진 전체에 큰 변화를 이끌어낼 수 있다는 철학을 갖고 있다. 박경완(SK 육성총괄), 진갑용(삼성)에 이어 또 한번 포수로 큰 원석을 만났다. 장성우도 “포수로 조범현 감독님을 만났다는 것에 큰 의미를 느낀다. 많이 배우겠다”고 다짐했다.

kt는 이번 트레이드를 끝으로 올 시즌 트레이드 시장에서 일단 철수한다. 사실상 새롭게 전력이 완성됐기 때문에 더 많은 변화는 큰 혼란을 불러올 수 있기 때문이다. 나도현 kt 운영팀장은 “트레이드에 대한 추가 계획은 현 시점에선 없다. 외국인선수 교체와 내년 2차 드래프트, 그리고 FA 시장에 대한 검토를 빠르게 진행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롯데는 지난 수년간 많은 팀들이 간절한 구애를 보여온 장성우라는 채권을 마침내 즉시 전력으로 맞바꿨다. 단기적으로 이성민을 통해 취약점으로 꼽힌 불펜에 큰 힘을 얻을 수 있다. 이 감독은 당장 3일 대전 한화전에 이성민을 5회 4번째 투수로 투입했다. 박세웅은 미래의 에이스로 육성할 예정이지만, 올해 보직은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또 안중열은 부산 출신(부산고)으로 고교 2학년 때부터 청소년대표로 뛰었던 포수다. 강민호의 백업, 그리고 미래가 기대되는 자원이다. 특히 동갑내기 박세웅에게 심적으로 든든한 동료다.

대전|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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