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하인드 베이스볼] 안지만 “고생하는 불펜투수 저평가 아쉽다”

입력 2015-05-0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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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안지만은 불펜투수의 가치가 상대적으로 저평가되는 현실에 아쉬움을 토로했다. 그러나 안지만 같은 투수가 있어 삼성이 1위라는 것을 알 만한 사람은 다 안다.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 삼성 안지만이 말하는 불펜투수의 고충

“매일 대기…선발보다 많이 던지기도”
개인통산 145개 기록…150홀드 눈앞

“중간에서 고생하는 불펜투수들의 가치를 좀더 알아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삼성 안지만(32)은 불펜투수로서 입지전적 길을 걸어가고 있다. 어느덧 KBO리그에서 ‘홀드’라는 기록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그는 지난달 30일 대구 LG전에서 올 시즌 14번째 등판 만에 10홀드 고지를 밟으며 SK 박희수(2012년)와 넥센 한현희(2014년·이상 15경기)를 넘어 역대 최소경기 두 자릿수 홀드를 달성했다. 이미 개인통산 최다홀드 기록을 보유하고 있는 그의 홀드수는 이제 145개로 늘었다. 앞으로 5홀드만 더 추가하면 KBO 역대 최초의 150홀드 고지까지 밟게 된다. 안지만 스스로 야구인생의 목표로 삼은 ‘200홀드’도 그리 멀어 보이지만은 않다.

안지만이 진짜 보람을 느낄 만한 부분은 단순히 홀드 기록만이 아니다. 그는 투수들의 보직 가운데 가장 주목을 덜 받는 ‘중간’ 투수들에게 성공적인 롤 모델을 제시했다. 지난 시즌을 마치고 역대 불펜투수 최고액인 4년 총액 65억원에 FA(프리에이전트) 계약을 하면서 중간투수들의 몸값에 새 장을 열었다. 언젠가부터 많은 구단의 젊은 불펜투수들이 “안지만 선배님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말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여전히 많은 불펜투수들이 빛을 못 보는 것도 사실이다. 안지만 역시 그 점을 안타까워하고 있다. 그는 “나는 운 좋게 팀에서 대우도 잘 받았고 계속 불펜투수만 꾸준히 한 덕분에 좋은 기록도 세웠지만, 대부분의 투수들이 불펜에서 매일 대기하면서 오히려 선발투수보다 더 많은 공을 던지는 일도 많다”며 “그런데도 경기에 나가지 못하거나 결과에 상관없이 저평가 받는 일이 많은 것 같다”고 안타까워했다.

또 일본은 중간투수가 동점 상황에서 등판했을 때도 실점 없이 마운드를 내려가면 1홀드를 부여하지만, 한국은 세이브와 동일한 조건에서 리드를 지켜야 홀드를 준다. 그만큼 불펜투수들이 ‘기록’으로 빛나기란 쉽지 않다.

앞으로 안지만이 KBO리그에 남길 족적은 어쩌면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큰 의미를 지닐 지도 모른다. 그가 현재에 만족하지 않고 앞으로 더 큰 그림을 그리는 이유다. 안지만은 “내가 최소경기 10홀드 기록을 깨면서 박희수와 한현희의 이름이 또 한 번 조명을 받지 않겠나. 앞으로는 다른 투수가 홀드 관련 기록을 세울 때, 그 기록 앞에 늘 ‘안지만’이라는 이름이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지금보다 더 확실하게 불펜투수의 위상을 높이고 싶다는 의미다. 그는 또 “올 시즌 기록은 좋ㅁ지만 아직 내가 만족할 만한 공을 못 던지고 있어서 아직 고민이 많다”며 “올해는 홀드왕까지 도전할 생각이다. 아직 한번도 못 해봐서 더 꼭 하고 싶다”고 다짐했다.

대구|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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