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룡과 마법사의 첫 발걸음] 조범현의 승부수, 김경문 감독 ‘나성범 타자 전향처럼’…

입력 2015-05-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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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C 김경문 감독은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좌완 강속구 투수 나성범을 타자로 변신시켜 리그 정상급 선수로 키워냈다(위쪽). kt 조범현 감독은 큰 고통 속에 특급 유망주 투수 박세웅을 떠나보내고 팀의 빠른 안정과 장기적 전략을 위해 포수 장성우를 영입하는 결단을 내렸다. 스포츠동아DB

5. 김경문과 나성범, 조범현과 장성우

김경문감독의 결단, 리그 강타자 만들어
조범현감독 ‘장성우카드’ 성공여부 관심

김경문(57)과 나성범(26), 그리고 조범현(55)과 장성우(25). 좀처럼 연관성을 찾기 어려워 보인다. NC 김경문 감독과 kt 조범현 감독은 같은 포수에, 프로 원년 OB 입단동기라는 깊은 인연, 그리고 창단 팀의 초대 사령탑에 올랐다는 공통점이 있다. 그러나 NC 나성범과 kt 장성우는 고교 시절부터 각광을 받았던 선수였다는 점을 제외하면 포지션은 물론 나이, 공을 던지는 손까지 다르다. 그러나 두 감독에게 각각 매우 특별한 의미가 있는 선수다. 감독으로 가장 어렵게 내린 승부수다.

#2011년 9월 6일. 기자는 창원에서 김경문 감독의 취임식을 취재했다. 김 감독은 행사를 마치고 마산구장에서 진행되고 있던 팀의 2차 트라이아웃(선수 공개 선발)을 지켜봤다. 그리고 “나성범은 타자를 시킬까 해요”라고 한 마디를 던졌다. ‘연대 좌완 에이스 나성범 말입니까?’라고 되묻자 “투구폼이랑 스타일이 1∼2학년 때와는 달라졌어. 타자가 더 적합할 것 같아. 투수하면 신생팀이니까 더 어렵지 않겠어요? 한 9승15패하면 대성공이고, 타자를 하면 NC의 슈퍼스타, 프랜차이즈 스타가 될 수 있다고 봐요. 꼭 그렇게 돼야지!”라고 말했다.

기자는 당시 취재 수첩에 ‘달감독, 지옥에서라도 데려오라는 왼손 강속구 투수를 타자로 쓴다?’ 라고 써놓았다. 김 감독은 10월 강진에서 훈련을 시작했고 나성범에게 의견을 물었다. 신인선수에게 감독의 의중을 묻는 것은 사실상 통보나 다름없다. 훗날 나성범은 “단 한번도 타자를 한다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무척 당황했지만 감독님이 매우 진지하게 말씀하셔서 ‘무조건 열심히 하겠다’고 했다”고 기억했다.

김 감독의 바람처럼 나성범은 리그를 대표하는, 그리고 국가대표 주전 라인업에 서는 강타자로 성장했다. 그러나 만약 타자 변신에 실패했다면 어땠을까. 고교 시절 메이저리그에서 관심이 쏟아져 프로 지명도 마다했고, 그 결과 1라운드 자격을 잃어 운명처럼 NC에 입단한 나성범에게 평생 ‘비운’, ‘김 감독의 잘못된 선택’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었을 수도 있다. 그만큼 어려웠던, 그리고 과감했던 결단이었다.

#2일 오후 kt와 롯데의 블록버스터 트레이드가 발표된 직후, 조범현 감독은 자택에서 고뇌에 싸여 있었다. 팀 안방을 10년 이상 지킬 수 있는 장성우라는 든든한 포수를 얻었지만 2번의 마무리 캠프, 2번의 스프링캠프, 1년의 퓨처스 시즌 동안 큰 공을 들인 박세웅을 떠나 보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수화기 너머 조 감독은 “세웅이를 생각하면 정말 가슴이 아프다”는 말을 몇 차례나 반복했다. 팀이 빠른 안정과 장기적인 전력강화를 위해 조 감독은 한 팔을 잘라내듯 큰 고통 속에 박세웅을 떠나보냈다.

프로는 냉혹한 승부의 세계다. 15승 투수의 가치를 갖고 있다던 장성우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때 박세웅이 롯데에서 쑥쑥 성장한다면 결과론적인 비난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조 감독은 이튿날 작별인사를 온 박세웅을 정성껏 배웅하고 큰 성장을 기원했다. 4년 전 김경문 감독이 했던 결정만큼 과감했던 조범현 감독의 선택, 그리고 큰 인간적인 고뇌가 담긴 승부수는 훗날 어떻게 기억될까.

이경호 기자 rush@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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