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어린이날 잠실 라이벌전…두산이 웃었다

입력 2015-05-06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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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도 동심의 세계로! 두산 민병헌이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LG전에 앞서 열린 어린이날 행사에서 어린이 야구팬들과 함께 자전거 달리기에 참가해 역주하고 있다. 해맑은 어린이들과 민병헌의 표정이 싱그럽다. 잠실|김진환 기자 kwangshin00@donga.com

만원관중 잠실구장…양팀 비장감마저 들어
두산, 5회 8점…19번째 어린이날 매치 완승
어린이날 이긴 팀이 위닝 시리즈 확률 94%

어린이날을 맞은 잠실구장은 변함없이 북적였다. 두산은 경기 시작 전 일찌감치 “2008년 이후 8년 연속으로 어린이날 잠실 경기가 매진됐다”고 발표했다. 한 지붕 라이벌 두산과 LG의 어린이날 매치는 18년째 이어온 KBO리그의 전통 가운데 하나. 1996년 처음으로 양 팀이 잠실에서 더블헤더로 맞붙으면서 역사가 시작됐고, 1998년부터는 아예 어린이날의 연례행사로 편성되기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어린이날이 프로야구 경기가 없는 월요일에 돌아오자 아예 리그 일정을 조정해 월요일 경기를 강행했을 정도다.

하늘은 화창했다. 야구장을 찾은 어린이들은 경기 전 그라운드로 쏟아져 나와 홈팀인 두산 선수들과 즐거운 게임을 함께 했다. 그러나 자존심이 걸린 ‘어린이날 매치’를 앞둔 양 팀 덕아웃은 비장하기만 했다. LG는 이날 경기 전까지 최근 5연패에 빠져 있었고, 두산은 대구 원정에서 2패를 당하면서 부상병들까지 떠안고 돌아온 뒤였다. 떠들썩한 야구장 분위기와는 별개로 ‘꼭 이겨야 한다’는 각오가 맴돌 수밖에 없었다.


● 두산의 ‘빅 이닝’ 5회말, 8점 한꺼번에 뽑았다

초반은 팽팽했다. 선취점은 LG가 냈다. 1회 선두타자 오지환이 중전안타로 출루했고 이병규의 볼넷으로 이어진 2사 1·2루서 이진영이 중전 적시타를 쳤다. 반면 두산 타선은 3회가 끝날 때까지 잠잠했다. 1점 차의 살얼음판 스코어가 4회초까지 이어졌다. 4회말, 결국 두산의 공습이 시작됐다. 무사 1·2루서 홍성흔의 번트 타구를 처리하던 LG 선발 루카스 하렐이 2루주자를 잡기 위해 3루로 공을 던졌다가 주자들이 모두 세이프됐다. 그때부터 루카스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두산은 그 틈을 타 정수빈의 1루 땅볼과 김재호의 우익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씩 보탰다.

LG도 5회초 박용택의 적시타로 동점을 이뤘다. 그러나 승부는 5회말에 확실히 갈렸다. 볼넷∼사구∼볼넷으로 만들어진 1사 만루서 정수빈과 김재환의 연속 적시타, 그리고 김재호의 적시 2루타가 터졌다. 민병헌은 왼쪽 담장을 넘어가는 시즌 6호 2점홈런(시즌 6호)으로 확실하게 쐐기까지 박았다. 한 이닝에만 8점을 뽑은 두산 앞에서 LG 선수들은 전의를 잃었다.


● 어린이날 전적은 두산 12승7패, 위닝시리즈 향방은?

두산은 결국 19번째 열린 ‘5월 5일’의 잠실 라이벌전에서 10-3으로 완승을 거뒀다. 역대 어린이날 매치 전적에서도 12승7패(1996년 더블헤더 2승 포함)로 한 발 더 앞서 나갔다. 2013년부터 올해까지 3년 연속 승리다. 두산 김태형 감독은 “선발투수 유희관(6이닝 6안타 2실점)이 좋은 모습을 보여줬고, 타선의 집중력도 좋았다”며 “야구장을 많이 찾아주신 관중들께 감사하다. 그 응원 덕분에 이번 시리즈의 첫 경기 스타트를 잘 끊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경기 결과로 2위 두산은 선두 삼성을 다시 1경기차로 뒤쫓은 반면 9위 LG는 6연패 늪에 빠졌다. LG 양상문 감독은 “연패로 인해 어려운 상황이지만, 선수단이 서로 뭉쳐 잘 헤쳐 나가겠다”고 다짐했다.

잠실 라이벌 두 팀의 올 시즌 첫 번째 3연전(4월 10∼12일)은 LG가 2승 1패로 우세했다. 2번째 시리즈는 일단 두산이 먼저 1승을 따냈다. 지금까지 어린이날 매치에서 이긴 팀이 해당 3연전에서 위닝시리즈에 성공한 확률은 94%(17번 중 16회). 1998년부터 15년 연속 같은 결과가 나왔다. 과연 올해는 어떻게 될까.


잠실|배영은 기자 yeb@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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