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강정호 공백 메운 김하성 “롤모델 강정호”

입력 2015-05-1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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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센 김하성은 메이저리그로 떠난 강정호(피츠버그)의 공백을 공수에 걸쳐 기대이상으로 메워주고 있다. 넥센 팜 시스템의 성공 사례로 꼽을 만하다. 스포츠동아DB

■ 넥센 유격수 김하성

8홈런·타율 0.319…공·수 발군의 기량
웨이트 효과…근육량 고스란히 파워로
홍원기코치 “이해 빨라 스펀지같이 흡수”
김하성 “콘택트능력 키워 팀 우승 일조”

강정호(28·피츠버그)가 빠진 넥센은 올 시즌을 앞두고 프로 2년차 김하성(20)을 눈여겨봤다. 윤석민(30)이 유격수로 전향해 김하성과 경쟁관계를 이뤘지만, 내부에선 김하성에게 높은 점수를 줬다. 개막전부터 주전 유격수로 낙점 받은 김하성은 연일 놀라운 활약을 펼치고 있다. 11일 현재 팀이 치른 34경기 가운데 33경기에 출전해 타율 0.319(119타수 38안타)에 8홈런을 기록 중이다. 박병호와 함께 팀 내 홈런 공동 2위다. 풀타임을 뛴다면 30홈런을 능가하는 페이스다. 우려했던 강정호의 공백이 느껴지지 않을 만큼 공수에서 발군의 기량을 뽐내고 있다. 넥센 홍원기 수비코치는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잘해주고 있다. 설명하는 족족 이해가 빠른, 스펀지 같은 선수다”고 그를 칭찬했다.


● 주어진 것 아닌 ‘만들어진’ 실력


-최근 활약이 대단하다.

“나도 이렇게 할 수 있을지 몰랐다.(웃음) 감독님과 홍원기, 최만호 코치님을 비롯한 많은 분들의 도움을 받으며 스프링캠프를 잘 준비할 수 있었다. 쓸데없는 고집이 센 편인데, 코치님께서 많이 다독여주면서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그저 믿고 따랐는데 좋은 과정이 나오고 있는 것 같다. 항상 자신감은 있었다. 실력이 있는 게 아니라, 실력을 쌓을 수 있도록 팀과 코칭스태프께서 만들어주셨다.”


-벌써 8홈런이다. 풀타임을 뛴다면 30홈런을 넘기는 페이스인데.

“프로 와서 근육량을 많이 늘렸다. 힘이 붙으면서 넘어갈 타구가 넘어가는 것 같다. 출전 기회가 꾸준히 주어지면서 타석에서 여유도 생기고 투수와 어떻게 싸워야 하는지 조금씩 알아가고 있다.”


-KIA 김기태 감독이 1991년 쌍방울 소속으로 기록한 신인 최다 27홈런도 넘어설 수 있다.

“그런 기록은 몰랐다. 홈런 욕심이 있는 선수가 아니기 때문에 정확히 맞힌다는 생각만 하고 있고, 좋은 타구가 나오는 것 같다. 욕심 부릴 생각은 없다. 할 것만 열심히 하고 싶다. 야구가 욕심 부린다고 되는 건 아니다.”


-어떻게 ‘프로의 몸’을 만들었나.

“입단 당시 체중이 68kg일 만큼 말랐다. 작년 2월 오키나와 캠프에서 주자와 부딪히며 손목이 부러지는 바람에 세 달 가까이 쉬었는데, 하체 중심으로 웨이트트레이닝을 많이 했다. 복근도 키웠다. 부상에서 회복하고 상체 웨이트를 하면서 밸런스를 키웠다. 이지풍 코치님이 짜주신 식단에 따라 닭가슴살, 계란, 고구마 등을 먹으며 몸만들기에 신경 썼다. 80kg까지 찌웠고, 올해도 비슷한 체중을 유지하고 있다. 성남 집에서 출퇴근하는데, 부모님께서 음식을 챙겨주신다. 몸을 키워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적극적으로 했다.”


-야탑고 시절 4번타자를 치며 타율 4할과 장타율 7할을 기록했는데.

“고3 때는 펜스 맞히는 타구를 많이 날렸지만, 홈런은 1개밖에 없었다. 자주 경기가 없다보니 감흥을 이어가는 게 쉽지 않았다. 잘 친 건 아니고, 항상 자신은 있었다.”


● 강정호가 롤모델!


-넥센이 강정호의 빅리그 진출을 염두에 놓고 뽑았다.

“당시에는 몰랐다. 지금 1군에서 이렇게 뛰고 있을지도 몰랐고. 입단 때는 2군이라도 주전으로 나가자는 목표를 갖고 있었는데, 합류 당시 좋게 봐주셔서 빨리 1군 기회를 얻었던 것 같다.”

감독들은 승부근성이 강한 선수들을 선호한다. 염경엽 감독도 마찬가지. 그는 투쟁심 있는 선수를 꼽아달라는 질문에 주저 없이 김하성을 꼽는다. 호리호리한 체격에 앳된 얼굴을 하고 있지만, 강한 눈빛으로 상대를 사로잡는다. 홍원기 코치는 “입단 당시 눈빛을 보고 마음에 들었다”고 말한다.


-2차 3라운드로 넥센의 지명을 받았는데.

“넥센이 2013년 처음 포스트시즌에 진출하고 상승세를 타고 있었을 때라 (지명이) 좋았다. 쟁쟁한 선배들도 많았고. 처음에는 어느 구단에 가더라도 상관없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넥센을 만난 게 엄청난 축복이다.”


-입단해서 신인 중 유일하게 1군 스프링캠프를 따라가서 맹활약했다.

“정말 재미있었다. TV에 나오는 선배님들이랑 같이 훈련하고 시합하니까 즐거웠다. 입단 전에 목동으로 인사하러 왔다가 구장에서 직접 경기를 봤는데, 박병호 선배님이 3홈런을 치더라. 고교 때는 빨라야 140km인데 140km대 후반 공을 때려서. 그래서 2군에서라도 경기에 나가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김하성이 임병욱, 하영민 등 동기들과 상견례를 했던 날은 2013년 9월 29일이었다. 당일 목동 두산전에서 박병호는 노경은을 상대로 1·3회 연타석홈런을 때린 데 이어 7회 데릭 핸킨스에게서 3번째 홈런을 뽑았다. 넥센이 11-6으로 승리했다.


-강정호를 처음 만났을 때가 기억 나나.

“사실 기억은 잘 안 난다.(웃음) 그냥 멋있는 선수였던 것만 기억한다. 무슨 말이 필요하겠는가. 경기 모습을 보면서 배우는 거다. 말수도 없으시지만, ‘상황마다 저렇게 하는 거구나’하고 많이 배웠다.”


-1년 가까이 곁에서 지켜봤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강렬한 충격이었다. 작년 팀에 처음 왔는데, (강)정호 선배가 시즌 커리어하이를 찍었으니까. 뭘 해도 멋있어 보였다. 나도 저렇게 야구하고 싶다고 생각했다.”


-강정호는 어떤 의미인가.

“고교 시절까지만 해도 프로야구를 많이 보지 않았다. 하이라이트만 보고, 프로선수도 많이 알지 못했다. 하지만 정호 선배의 플레이 하나하나를 보면서 롤 모델이 됐다.(웃음)”


-강정호를 잇는 후계자로 부담도 적지 않았텐데.

“부담이 없었다면 거짓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없다. 즐기고 재밌게 경기를 하려고 한다.”


-박병호, 김민성 등이 잘 챙겨주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병호 형이나 민성이 형은 몸 관리나 경기 내적인 걸로 잘 챙겨주신다. 삼진이 많은 편인데, ‘누구나 삼진 당하는 것이고, 네 나이에 이렇게 하는 선수는 없다’고 격려해주신다. 민성이 형은 3루에서 많이 이끌어주신다. 원정 룸메이트로 좋은 조언을 해주신다. (문)우람이 형은 경기 외적으로 나이차가 많지 않아 스스럼없이 어울린다.”


● 신인왕 아니어도 괜찮아!


-순수 신인은 아니지만 자격상으로는 가능하다.

“60경기에서 59타석에 나섰다. 처음엔 신인왕 자격이 안 되는 줄 알았다. 하지만 신인왕에 얽매이진 않는다. 목표는 있지만 부담 가질 생각은 없다. 나중에 연차와 경험을 쌓으면 충분히 다른 상을 받을 수 있다. 큰 욕심은 없다.”


-작년 1군과 함께 한 것은 어떤 도움이 됐나.

“홍원기 코치님이 오후 1시부터 나오셔서 수비를 직접 지도해주셨다. 1군 선수들이 어떻게 몸 관리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고, 분위기도 충분히 익혔다. 관중이 많으면 긴장됐지만, 지금은 더 즐기면서 경기하는 법을 배웠다. 경기 후반에 투입되다보니까 갓 고등학교를 졸업한 신인이 필승조 투수들의 좋은 공도 경험할 수 있었다. 자신감으로 이어졌다.”


-어떤 점을 보완하고 싶나.

“스스로 판단할 수 없고, 밖에서 지켜봐주실 문제다. 수비도, 주루도 배워야 할 게 정말 많다. 삼진이 많은데 타석에서 집중해 콘택트 능력을 늘리고 싶다.”


-올 시즌 목표와 장기적 목표는 무엇인가.

“작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됐는데, 경기에 나설 상황은 아니었다. 올해 팀이 꼭 한국시리즈에 올라 우승했으면 좋겠고, 도움이 되는 선수였으면 좋겠다. 내년과 내후년 일은 모르는 건데, 벌크업을 더 해서 더욱 인정받는 선수가 되고 싶다.”


● 김하성은?


▲생년월일=1995년 10월 17일 ▲출신교=부천북초∼부천중∼야탑고 ▲키·몸무게=175cm·80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14년 넥센 입단(2014년 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2015년 연봉=4000만원 ▲2015년 성적=119타수 38안타(타율 0.319) 8홈런 20타점 23득점(11일 현재)

목동|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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