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병원 공개… 메르스 위기, 국민·정부·의료진 신뢰회복에 달려

입력 2015-06-04 23:4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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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기준으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환자가 3차 감염자 5명을 포함해 모두 35명으로 늘었다. 메르스 감염이 의심돼 격리한 사람도 전날보다 303명이 증가한 1667명이 됐다. 반면 의심환자에서 벗어나 격리가 해제된 경우는 62명에 그쳤다.

또 현재까지 2명의 사망자가 발생했으며, 추가로 3명의 환자가 불안정한 상태를 보여 진료 중인 의료진이 긴장을 풀지 못하고 있다.

상황이 이렇지만, 방역당국은 아직 지역사회 감염(병원 밖 감염)이 발생하지 않은 만큼 확산을 막을 수 있다며 국민을 안심시키는 데 주력하고 있다. 의료기관 내 추가 감염(병원 안 감염)만 막아내면 자연히 지역사회 확산도 멈출 것으로 기대하는 모습이다.

여기에 더해 의사들의 수장 격인 대한의사협회에서도 ‘메르스 극복을 위한 대국민 권고사항’을 내어 인터넷 등에 떠도는 과장된 소문을 믿지 말고 국가적인 역량 집중에 협력해달라고 당부하고 나섰다.

메르스의 유행이 심상치 않은 상황에서 정부나 의료진 모두 국민의 이해와 협조를 절실히 필요로 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달리 환자와 격리자는 물론 일반 국민의 생각 차이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고 있다. 오히려 메르스 감염 환자가 늘어날수록 불신은 커져가는 모습이다.

대표적 불신은 메르스 환자가 생긴 병원의 공개를 둘러싼 논쟁에서 볼 수 있다.

권준욱 중앙메르스대책본부 기획총괄반장은 4일 브리핑에서 “의료기관을 위해 기관명 공개를 꺼리는 것이 아니라 의료기관을 이용하는 환자들의 추가적인 불편이나 애로사항 발생을 우려해 더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동안 유지했왔던 메르스 감염 병원 공개 불가 입장을 재차 천명한 것이다.

그러나 국민 다수의 생각은 다르다.

리얼미터가 지난 2일 전국 19세 이상 남녀 5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를 보면 조사 대상자의 82.6%가 메르스에 대비할 수 있도록 감염자가 나온 병원과 지역을 공개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과도한 불안감을 키울 수 있으므로 해당 병원을 공개해서는 안 된다는 의견은 13.4%에 그쳤다.

이런 대다수 국민의 생각을 반영하듯 4일에는 메르스 감염 환자들이 그동안 거쳐 간 것으로 파악되는 전국 병원을 공개한 웹사이트가 등장했다. 이 사이트에 구체적인 이름과 지역이 공개된 병원은 모두 14곳으로 전날 보건당국이 메르스 환자가 거쳐 간 것으로 밝힌 병원 수와 일치한다.

뿐만이 아니다. 국민과 정부·의료진간 불신의 골은 메르스에 대한 정보를 전달하고, 받아들이는데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정부와 전문가들은 국내 메르스의 치사율에 대해 중동의 40%보다 훨씬 낮은 10% 이하가 될 것이라고 밝히고 있지만, 이를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국민은 많지 않다. 또 메르스의 공기 감염 가능성에 대해서도 ‘병원 내 감염’이 아닌 이상 외부에서는 가능성이 없다는 게 정부와 전문가들의 한결같은 분석이지만, 일부 누리꾼들 오히려 인터넷에서 이를 조롱하는 댓글로 응수했다.

심지어는 메르스가 미군 실험실에서 만들어진 신종 생물학무기로 의심된다거나 최근 주한 미군기지에 배달된 균이 어쩌면 탄저균이 아닌 메르스균일수도 있다는 어처구니 없는 글이 포털사이트에 오르기도 했다.

오죽하면 한 감염내과 전문의는 메르스 증상도 없는 교사 때문에 학교가 문을 닫고 서울대공원의 낙타를 격리하는 모습에 “비이성적 사회현상”이라며 “압정을 박으려고 망치를 쓰는 꼴”이라고 꼬집기도 했다.

많은 전문가들은 메르스 확산에 따른 국가적 위기를 해결하려면 무엇보다 정부·국민·의료진·환자 간 신뢰회복이 우선이라고 말했다.

동아닷컴 온라인뉴스팀 star@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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