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까지 개편…합법베팅시장 살린 홍콩

입력 2015-06-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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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팅시장도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합법적인 베팅시장을 지키려면 불법 온라인도박을 강력하게 규제하고 합법시장의 경쟁력을 높이는 정책이 필요하다. 한국마사회 등 합법 베팅시장 관계자들이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의 합법시장 규제 정책에 대한 항의시위를 하고 있다. 사진제공|경주사업본부

■ (중) 불법도박과의 전쟁, 승자와 패자

우리나라 불법도박 시장은 지난해 101조∼160조원에 달한다. 카지노 경마 경륜 경정 복권 등 합법적인 사행사업의 지난해 매출이 20조원인 점을 고려하면 최대 8배나 더 크다. 최근엔 모바일 PC 등 불법 온라인도박 시장이 급신장하고 있다. 불법도박에 빠지면 개인과 가족의 모은 것을 앗아가는 것은 물론 국가적으로도 조세누수 등 피해가 크다. 개인과 국가를 멍들게 하는 ‘온라인 불법도박’의 현실과 해법을 알아본다. 편집자주

온라인 모바일의 발달로 사이버 불법베팅 시장규모가 수직상승하고 있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경우 약 160조원(한국형사정책연구원 추산)에 달한다. 이는 한해 복지예산(2015년 115조원)을 웃도는 엄청난 규모다. 불법베팅 비즈니스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는 아니다. 전 세계 불법베팅 비즈니스도 폭발적으로 성장하고 있다.


불법도박과의 전쟁 위해 세제개편 단행
잃은 돈 10% 리베이트…경마매출 증가
큰손 고객관리 위한 멤버십제도 운영도

말레이시아 미온적 대응…불법에 점령
적극적 정책으로 합법베팅 시장 살려야



● 세계 불법베팅 비즈니스는 진화 중

최근 불법베팅 비즈니스의 특징은 글로벌화다. PC와 모바일이 진화하면서 글로벌 시장이 형성되고 있다. 또 고객 친화적인 인터페이스를 구축해 쉽고 짜릿하게 ‘대박’을 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한국 등 아시아의 불법베팅이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것도 한 특징이다. 홍콩자키클럽 윈프레드 회장은 “아시아인이 운영하는 서버를 통한 불법베팅이 전 세계의 약 70%를 차지한다. 돈으로는 약 5000억달러(약 545조원) 규모다. 한국인 불법베팅 운영업자들도 필리핀이나 베트남 마카오 등지서 활동하고 있다. 그간 중국인 VIP 위주로 영업해 오던 마카오 ‘정킷 오퍼레이터(일종의 브로커)’들의 한국진출도 늘고 있다”고 전했다.

불법베팅 비즈니스가 성공하는 이유는 간단하다. 합법베팅 시장보다 높은 환급률과 리베이트를 제공하고 고객 신용도에 따라 외상 베팅을 하는 등 고객 친화적이기 때문이다. 다양한 베팅상품을 공급하는 것도 한 요인이다.


● ‘불법도박과의 전쟁’서 절반의 성공을 거둔 홍콩

불법베팅으로 인한 사회문제는 홍콩도 예외가 아니다. 불법베팅으로 모은 자금을 범죄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홍콩주민들이 매년 불법베팅으로 인한 손실액(기회비용)은 공공주택 1만7000채를 건설할 수 있는 규모다.

홍콩의 합법베팅 운영자는 3곳. 경마(14조원)와 축구베팅(8조7000억원), 로또(1조900억원) 등이다. 홍콩 당국은 불법베팅에 대응하기 위해 칼을 뽑았다. 먼저 2007∼2008 시즌 불법베팅을 억제하기 위해 세제개편을 단행했다. 핵심은 고객이 베팅으로 돈을 잃었을 때 잃은 금액의 10%를 리베이트로 되돌려주는 것. 리베이트제 도입 후 홍콩의 경마 매출은 상승세를 탔다. 2007∼2008년 시즌 경마매출은 640억 홍콩달러에서 2013∼2014 시즌엔 1020억 홍콩달러까지 늘어났다.

이 뿐만 아니다. 불법베팅의 타깃이 될 수 있는 큰손 고객관리를 위해 멤버십제도를 운영했다. 또 경마일수를 늘리고 새로운 승식을 도입하는가 하면 스포츠베팅의 경우 하프타이베팅이나 다음 득점팀 고르기, 농구베팅 도입 등 다양한 상품을 개발했다. 또한 디지털 플랫폼을 개발해 온라인이나 모바일에서도 베팅을 즐길 수 있게 했다. 그 결과 2001∼2002 시즌 14%에 그쳤던 디지털매체 활용 비중이 2012∼2013시즌에는 44%까지 증가했다.


● 불법도박에 점령당한 말레이시아

말레이시아도 인터넷과 전화를 이용한 불법베팅이 성행하고 있다. 합법적인 경마매출은 불법베팅으로 크게 위축되고 있다. 2009년 3346억원이던 매출이 2013년에는 2120억원으로 약 47%나 하락했다. 불법베팅을 막기 위한 말레이시아마사회(MRA)의 대응은 미온적이었다. 말레이시아 경마의 경우 불법베팅업자와 기수와의 돈거래로 승부조작이 비일비재했다. MRA에서는 경주에 최선을 다하지 않은 기수에겐 강력한 제재를 가했지만 불법베팅업자들이 폭력배를 동원해 심판들을 테러하는 사례가 빈번해지자 손을 놓았다. 그 결과 불법베팅이 합법베팅을 점령했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 셈이다.

26년간 경마계에 종사했던 스캇 토마스 매튜 전 말레이시아 수석 심판위원은 “불법베팅에 대응하는 말레이시아의 실패 사례는 한국에게 많은 점을 시사해 준다. 한국에서 불법베팅과의 전쟁에서 승리하려면 한국마사회와 정부, 경찰 등 사법기관과의 정보교류 및 협조가 필수적이다. 호주 빅토리아주에서는 최근 불법베팅 차단을 위해 주 경찰기관과 경마시행체가 MOU를 체결하는 등 공조노력으로 효과를 보고 있다”고 밝혔다.


● 한국, 홍콩형이 될 것인가, 말레이시아형이 될 것인가

한국은 어떤가. 2006년 ‘바다이야기’ 사태로 오프라인 사행성 게임업은 철퇴를 맞았다. 그러나 그 후속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불법도박이 온라인으로 도피했다. 사행산업통합감독위원회(이하 사감위)는 합법 사행산업 통제에 더 큰 방점을 찍었다. 그 결과 불법 사설경마, 불법 스포츠베팅, 인터넷-모바일 베팅 등 불법베팅시장은 커져갔다.

모바일 기반이 조성되지 못한 합법적인 경마 경륜 경정은 차츰 설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실제로 사감위 통계에 따르면 2011년 경마, 경륜, 경정 등 ‘3경’의 총매출액이 11조180억원에서 지난해에는 10조5300억원으로 4900억원 가량 줄었다. 또한 위축된 합법베팅시장은 불법도박과의 경쟁뿐 아니라 주변국 베팅산업과의 경쟁에서도 뒤처지는 상황이다.

이제는 결정해야 할 때다. 홍콩처럼 적극적인 정책으로 합법베팅 시장을 살릴 것인가, 말레이시아의 경우처럼 미온적의 대응으로 불법시장에 점령당할 것인가. 시간은 우리에게 그리 많지 않다.

연제호 기자 sol@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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