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개그는 좋은데 고상하게 웃겨달라는 기적의 논리

입력 2015-06-18 17:03: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케이블 채널 tvN '코미디 빅리그'가 때 아닌 불교 비하 논란에 휩싸였다.

18일 한 국내 연예 매체는 방콕 포스트의 보도를 인용하면서 '코미디 빅리그' 14일자 방송분에서 '깝스' 코너 속 상황을 문제 삼았다.

방콕 포스트는 태국의 승려 분장을 하고 나타난 강유미가 같은 승려인 김민교의 몸매를 비꼬면서 몸을 만진 부분과 용의자로부터 구입한 불상이 가짜임을 증명하기 위해 따리는 시늉을 하고 실제로 과자로 이뤄진 머리 부분을 때린 부분을 문제 삼았다.

이후 이 보도를 인용한 국내 매체는 방송 관계자의 말을 빌려 '깝스'의 이번 구성을 "웃기기만 하면 안되는 천박한 발상"이라며 "경솔했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정작 영상을 살펴보면 이 구성 자체에 종교 비하 의도가 있는지를 찾기 어렵다. 용의자로부터 가짜 불상을 구입하고 여기에 억울함을 참지 못한 김민교가 승려복을 벗으려는 듯한 시늉을 한 것은 코미디 무대에서 자주 사용되는 과장 섞인 표현으로 용인할 만 하다.

또한, 온 몸에 황금칠을 하고 초코 과자를 머리에 가득 붙인 채 불상이 된 조세호를 때리는 장면도 가짜 불상임을 경찰들에게 보여주려고 했던 과정인 점을 이해하면 '신성모독', '불교 비하' 같은 단어들을 쓸 수 있는지 의심스럽다.



그런데 이를 두고 천박한 발상이라고 표현하거나 인종, 성별, 종교 등을 비하하면서 웃겨서는 안된다고 충고하는 것은 쉽게 납득이 가지 않는다.

물론 오로지 웃기겠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종교나 성별, 외모, 직업군을 깎아내리는 행태가 받아들여져서는 안된다. 하지만 '깝스'의 지난 방송분이 이런 결론으로 이어지는 건 논리의 비약이다.

이런 기적의 논리를 다른 개그 프로그램에 적용하면 방송에 내보낼 코너가 몇이나 될까. 남성들의 과시욕을 과장되게 표현한 '핵존심'은 남성 전체를 비하한 코너가 되고 '서울의 달'은 지방 사람들을 무시하는 코너가 된다.

왜 정부를 소재로 한 시사 풍자는 ‘비판’이고 성별, 외모, 종교 소재는 '비하'가 되나. ‘웃기는 것도 좋은데 좀 고상하게 웃겨달라’는 이토록 까탈 맞은 요구를 개그맨들이 수용해야 할 이유가 있는 것일까.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