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프로농구 현역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경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상황에서 은퇴한 한 선수도 현역 시절 불법 스포츠 도박에 가담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미 승부조작 파문을 한 차례 겪으며 팬들의 신뢰를 잃은 KBL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사진은 기사와는 직접 관련이 없음) 스포츠동아DB
지난 5월 은퇴한 프로농구선수 A
상무 시절 1억원 불법 베팅 수사
‘후배들 실수 좀 하게’ 문자 받기도
남자프로농구가 계속되는 불법 스포츠 도박 혐의에 몸살을 앓고 있다.
남자프로농구는 2014∼2015시즌 종료 후 자유계약선수(FA)들의 이적, 새 시즌 일정 변화 등 다양한 소식으로 오프시즌을 채우면서 팬들의 기대감을 높였다. 그러나 불법 스포츠 도박 관련 사건이 잇달아 터지면서 새 시즌에 대한 기대감은 오간데 없이 사라지고 말았다.
경기지방경찰청 제2청 사이버수사대는 26일 지난 시즌까지 프로농구선수 생활을 하다가 5월 은퇴한 A(29)가 경기지역의 한 시청 소속 유도선수 B(28) 등 10여명과 불법 스포츠 도박에 가담한 정황이 드러나 수사 중이라고 밝혔다.
경찰에 따르면, A는 국군체육부대(상무) 시절이었던 2012년 불법 스포츠 도박 사이트를 통해 1억원에 이르는 금액을 베팅한 것으로 나타났다. B는 문자메시지를 통해 A에게 “후배들에게 실수 좀 하게 하라”는 말을 전한 것으로 알려졌다.
경찰은 이와 관련해 현직 농구선수들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참여한 정황을 확인하기 위한 수사에 돌입했다. 경찰 수사에 따라서는 수십 명의 선수들이 수사 대상이 될 수 있다.
남자프로농구는 감독이 불법 스포츠 도박에 연루되긴 했어도 야구, 축구, 배구 등 타 종목과 달리 선수가 혐의를 받은 적은 없었다. 그러나 이번 사건으로 4대 프로스포츠 중 감독·선수가 모두 불법 스포츠 도박 가담 혐의를 받은 유일한 종목으로 전락하게 됐다.
이미 농구계는 지난달 25일 KGC 전창진(52) 감독이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조작 혐의를 받고 있다는 언론 보도가 나오면서 홍역을 앓고 있었다. 전 감독은 남자프로농구 감독상을 5차례나 수상(KBL 최다)하는 등 ‘명장’ 칭호를 받아온 지도자다. 유·무죄 여부를 떠나 전 감독이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 의혹을 받고 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팬들에게는 큰 충격을 안겨줬다.
2013년 강동희(49) 전 동부 감독이 승부조작 혐의로 징역 10개월, 추징금 4700만원을 선고 받은 뒤 불과 2년 만에 다시 불법 스포츠 도박의 폭풍이 몰아친 남자프로농구는 1997년 출범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남자프로농구의 2015년 여름이 불법 스포츠 도박으로 멍들고 있다.
정지욱 기자 stop@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