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코빅’ 깝스, 웃음으로 완성되는 세 남자의 브로맨스

입력 2015-06-30 15:04: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깝스(김두영·황제성·하준수)는 tvN ‘코미디 빅리그’ 2쿼터 우승팀이다. 코너는 어눌하게 한국말을 쓰는 국제 형사와 한국 형사, 범죄자가 벌이는 이야기로 매회 큰 웃음을 선사했다. 최고참 김두영에 따르면 세 멤버는 서로의 부족한 부분을 채우면서 푸짐한 밥상 하나를 완성하고 있었다. 이들은 오는 7월5일 3쿼터 1라운드를 앞두고 전혀 다른 분위기의 판을 짜고 있다. 황제성은 “우리는 항상 올라갈 곳을 만들어 놓고 시작한다”며 “누군가를 취조하는 장면, 실내에만 국한돼 있었다. 아예 다른 장소와 상황을 구상 중”이라고 기대감을 높였다.

- 2쿼터 우승 소감은?

김 : 순위 있는 개그 프로그램엔 처음 출연한다. 매주 부담스러웠지만 막바지로 갈수록 욕심이 났다. 상금보다는 자존심 문제였다.

황 : 강제적으로 승부욕이 생겼다. 순위에 들지 못하면 우리 코너가 잊혀진 것 같다. 상금이든 뭐든 순위권 안에서만 놀자고 다짐했었는데 공교롭게도 상위권에 한, 두 번 진입 했다. 두영이 형 눈에는 점점 돈 표시도 생겼다. (웃음)


- 팀이름 ‘깝스’가 무슨 뜻인가

황 : 원래는 ‘국제경찰’이었다.

김 : 나는 ‘국제경찰 존슨황’으로 하려고 했었다. 존슨황이라는 이름도 처음엔 마이클로 하려고 했는데 ‘존슨’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이걸로 정했다. 이해하는 시청자만 웃을 수 있다. (웃음)



- 19금 개그에 대한 수위 조절이 있나

하 : 제작진에게 들었는데 지상파와 ‘코미디 빅리그’의 개그 규정이 똑같다고 한다.

김 : 'SNL코리아‘를 했던 감독이라 오히려 개그맨들이 ’헉‘하는 멘트가 있을 정도다. 방송용과 비방용을 아슬아슬하게 잘 넘나든다.

황 : 그렇다고 일부러 욕, 야한 걸로 웃기려고 하진 않는다. 존슨황 자체가 한국말을 잘 모르는 캐릭터고, 에피소드가 존슨황에서 비롯될 뿐이다.


- 존슨황(황제성) 캐릭터만 부각된다.

하 : 내가 두영 선배였으면 주인공을 했을 거다. 근데 두영 선배는 코너 전체를 살리기 위해 캐릭터 하나를 띄워준다. 전혀 배 아픈 기색이 없다.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김 : 나는 커다란 판만 짰을 뿐이다. 내가 존슨황을 했다면 이런 느낌이 안 나왔을 거다. 그동안 나는 망한 코너를 많이 해봤다. 경험에 비추어 보니 욕심을 버릴 수 있었다. 욕심이 단 1%라고 있었다면 깝스는 망했을 거다.

- 하준수는 어떤 막내인가

김 : 우리는 세 명 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 판을 내가 짠다면 음식은 황제성이 차린다. 하준수는 뭔가 안 풀릴 때 넣는 조미료다. 준수를 캐스팅한 이유는 잘 생겨서다. 보다시피 황제성과 내 외모가 이렇다.

황 : 일할 때는 형, 동생 나누지 않는다. 멤버끼리 너무 친해도 팀 분위기가 흐트러진다. 근데 준수는 눈치가 없다. (웃음) 정말 가끔이지만 준수의 아이디어는 신의 한수일 때가 있고 만족도가 200%다. 오래가는 친구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 김두영과 황제성은 10년차 개그맨이 돼 간다. 스스로 금기시하는 개그 코드가 있나.

김 : 다른 친구들의 개그를 따라하는 걸 피한다. 우연히 비슷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개그맨들 사이에선 미필적 고의가 있다. 저작권이 없으니까 재미있는 걸 살짝 바꿔서 하는 식이다. 나는 그걸 조심하는 편이다.

황 : 여장이다. 남들이 하는 건 다 존중한다. 그런데 나는 여장으로 웃음을 줄 자신이 없다. 내가 여장한 모습을 상상해보니 그건 아니더라.

- ‘코미디 빅리그’ 출연료는 어떤가? 방송에서 개그맨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황 : (출연료)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개그맨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말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단지 기대치 때문이다. 영화배우가 웃겼을 때와 웃음의 강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개그맨이 휘성 성대모사를 한 것과 현빈이 같은 개그를 한 건 느낌이 다르다. 우리들 나름대로 노력해야하는 부분이긴 하다. 그래도 신동엽, 유재석을 보면 국민MC의 뿌리는 코미디언이었다. 10년은 해보고 논해야할 문제다.


- 개그맨으로서 초심을 잃지 않았나.

황 : 내 초심은 부귀 영화였다. 근데 지금은 좋아하는 형, 동생들과 오랫동안 이 일을 하는 게 목표다.

하 : 작년에 '코미디 빅리그'로 데뷔했다. 초심은 ‘코미디 빅리그’에 있는 선배들을 다 뛰어넘어 보는 거다. 나한테는 넘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다.

김 : 초심이 없었다. 나는 연기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들어간 회사가 망했다. 전공이나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가장 먼저 치른 시험이 개그맨 공채였다. 막상 들어와보니 살벌하더라. 실수하면 혼나는 게 싫어서 했다. 그렇게 이 바닥 기술을 배우게 됐다. 신동엽 선배가 술을 마시면서 ‘오래해라. 포기하지 마라’라고 조언해 주셨다. 선배가 그런 말을 해주니까 마음에 확 와 닿았다. 이제야 생긴 초심이다. ‘오래하자’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CJ E&M·뉴에이블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