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2쿼터 우승 소감은?
김 : 순위 있는 개그 프로그램엔 처음 출연한다. 매주 부담스러웠지만 막바지로 갈수록 욕심이 났다. 상금보다는 자존심 문제였다.
황 : 강제적으로 승부욕이 생겼다. 순위에 들지 못하면 우리 코너가 잊혀진 것 같다. 상금이든 뭐든 순위권 안에서만 놀자고 다짐했었는데 공교롭게도 상위권에 한, 두 번 진입 했다. 두영이 형 눈에는 점점 돈 표시도 생겼다. (웃음)

- 팀이름 ‘깝스’가 무슨 뜻인가
황 : 원래는 ‘국제경찰’이었다.
김 : 나는 ‘국제경찰 존슨황’으로 하려고 했었다. 존슨황이라는 이름도 처음엔 마이클로 하려고 했는데 ‘존슨’이라는 이름을 듣자마자 이걸로 정했다. 이해하는 시청자만 웃을 수 있다. (웃음)
- 19금 개그에 대한 수위 조절이 있나
하 : 제작진에게 들었는데 지상파와 ‘코미디 빅리그’의 개그 규정이 똑같다고 한다.
김 : 'SNL코리아‘를 했던 감독이라 오히려 개그맨들이 ’헉‘하는 멘트가 있을 정도다. 방송용과 비방용을 아슬아슬하게 잘 넘나든다.
황 : 그렇다고 일부러 욕, 야한 걸로 웃기려고 하진 않는다. 존슨황 자체가 한국말을 잘 모르는 캐릭터고, 에피소드가 존슨황에서 비롯될 뿐이다.

- 존슨황(황제성) 캐릭터만 부각된다.
하 : 내가 두영 선배였으면 주인공을 했을 거다. 근데 두영 선배는 코너 전체를 살리기 위해 캐릭터 하나를 띄워준다. 전혀 배 아픈 기색이 없다.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김 : 나는 커다란 판만 짰을 뿐이다. 내가 존슨황을 했다면 이런 느낌이 안 나왔을 거다. 그동안 나는 망한 코너를 많이 해봤다. 경험에 비추어 보니 욕심을 버릴 수 있었다. 욕심이 단 1%라고 있었다면 깝스는 망했을 거다.
- 하준수는 어떤 막내인가
김 : 우리는 세 명 다 각자의 역할이 있다. 판을 내가 짠다면 음식은 황제성이 차린다. 하준수는 뭔가 안 풀릴 때 넣는 조미료다. 준수를 캐스팅한 이유는 잘 생겨서다. 보다시피 황제성과 내 외모가 이렇다.
황 : 일할 때는 형, 동생 나누지 않는다. 멤버끼리 너무 친해도 팀 분위기가 흐트러진다. 근데 준수는 눈치가 없다. (웃음) 정말 가끔이지만 준수의 아이디어는 신의 한수일 때가 있고 만족도가 200%다. 오래가는 친구들의 특징이기도 하다.

- 김두영과 황제성은 10년차 개그맨이 돼 간다. 스스로 금기시하는 개그 코드가 있나.
김 : 다른 친구들의 개그를 따라하는 걸 피한다. 우연히 비슷한 건 어쩔 수 없다. 그런데 개그맨들 사이에선 미필적 고의가 있다. 저작권이 없으니까 재미있는 걸 살짝 바꿔서 하는 식이다. 나는 그걸 조심하는 편이다.
황 : 여장이다. 남들이 하는 건 다 존중한다. 그런데 나는 여장으로 웃음을 줄 자신이 없다. 내가 여장한 모습을 상상해보니 그건 아니더라.
- ‘코미디 빅리그’ 출연료는 어떤가? 방송에서 개그맨이 설 자리가 점점 없어지고 있다.
황 : (출연료) 괜찮은 편이다. 그런데 개그맨의 입지가 줄어들었다는 말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단지 기대치 때문이다. 영화배우가 웃겼을 때와 웃음의 강도가 다르다. 예를 들어 개그맨이 휘성 성대모사를 한 것과 현빈이 같은 개그를 한 건 느낌이 다르다. 우리들 나름대로 노력해야하는 부분이긴 하다. 그래도 신동엽, 유재석을 보면 국민MC의 뿌리는 코미디언이었다. 10년은 해보고 논해야할 문제다.

- 개그맨으로서 초심을 잃지 않았나.
황 : 내 초심은 부귀 영화였다. 근데 지금은 좋아하는 형, 동생들과 오랫동안 이 일을 하는 게 목표다.
하 : 작년에 '코미디 빅리그'로 데뷔했다. 초심은 ‘코미디 빅리그’에 있는 선배들을 다 뛰어넘어 보는 거다. 나한테는 넘을 수 없는 어마어마한 사람들이다.
김 : 초심이 없었다. 나는 연기를 전공했다. 대학 졸업 후 들어간 회사가 망했다. 전공이나 살려보자는 마음으로 오디션을 보러 다녔고, 가장 먼저 치른 시험이 개그맨 공채였다. 막상 들어와보니 살벌하더라. 실수하면 혼나는 게 싫어서 했다. 그렇게 이 바닥 기술을 배우게 됐다. 신동엽 선배가 술을 마시면서 ‘오래해라. 포기하지 마라’라고 조언해 주셨다. 선배가 그런 말을 해주니까 마음에 확 와 닿았다. 이제야 생긴 초심이다. ‘오래하자’
동아닷컴 전효진 기자 jhj@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제공|CJ E&M·뉴에이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