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그때 이런 일이] 클럽 ‘nbinb’ 테크노에 물들다

입력 2015-07-03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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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99년 7월 3일

하우스, 덥스텝 등 전자댄스음악을 포괄하는 EDM(일렉트로닉댄스뮤직)이 대중적 인기를 얻고 있다. “클럽과 파티문화가 확산되면서 각종 음악축제에서도 큰 비중을 차지”(스포츠동아 6월17일자 10면 참조)하고 있다. 특히 최근 메르스의 여파 속에서도 6월 초순 열린 EDM 축제 ‘울트라 코리아 2015’에는 약 11만명이 찾아와 즐길 정도였다.

EDM은 1990년대 말 뿌리를 내린 테크노 음악에서 원류한다. 1999년 오늘, 그 원류의 마당이 열렸다. 이날 서울 홍대 인근 클럽 ‘nbinb’에서 테크노 음악을 밤새 즐기며 DJ들의 향연이 펼쳐졌다.

이날 클럽에 모여든 젊음은 컴퓨터와 신시사이저 등을 이용해 만들어진 다양한 리듬을 타고 열정적으로 몸을 놀렸다. 멜로디와 가사도 없는 음악에 몸을 내맡긴 젊음들은 강렬한 비트 속에서 또 다른 열정으로 음악을 공유하는 듯했다.

테크노 음악은 음을 컴퓨터 등 전자기기를 통해 잘게 쪼개고 비트를 바탕으로 이를 반복한다. 이는 주로 디제잉을 통해 무대 위에 발성했다. 음악을 변조하는 DJ들의 역량에 따라 테크노 음악은 호응의 정도를 달리 얻었다. 특히 턴테이블에 얹은 LP를 긁어 소리를 내는 ‘스크래칭’과 일정한 구간을 반복해 들려주는 ‘루핑’ 등이 DJ의 실력을 가늠하는 잣대이기도 했다. 물론 이날 ‘nbinb’에서 열린 무대 역시 DJ들의 활약이 젊음을 사로잡았다.

이미 그 넉달 전엔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에서 열린 국내 최초의 레이브 파티 ‘문스트럭99’이 열리기도 했다. 그룹 시나위와 삐삐밴드 등을 거치고 영화 ‘나쁜영화’ 등 음악감독으로 활약한 DJ 달파란(강기영·사진)이 기획한 무대였다. 달파란은 1998년 ‘휘파람 별’로 국내에 테크노 음악을 소개한 선구자적 역할을 자임했다. 뒤이어 신해철이 이끄는 ‘모노크롬’, 한영애, 한스밴드 등도 테크노 음악을 선보였다. 신해철은 “인간이 생산할 수 있는 음악적 한계를 뛰어넘기 위한 수단”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1990년대 말 테크노 열풍은 혼돈스러운 세기말의 분위기를 드러낸다거나, 변주 혹은 변조로서 당대 유행하던 ‘포스트모더니즘’의 한 양식이다는 등 다양한 해석을 낳았다. 하지만 자유분방함만으로 젊은이들의 새로운 트렌드였던 것만큼은 사실이다.

윤여수 기자 tadada@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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