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아저씨가 뭘 아냐고?” 요리-종이접기도 섭렵한 전문가 열풍

입력 2015-07-13 14: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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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의 법칙] “아저씨가 뭘 아냐고?” 요리-종이접기도 섭렵한 전문가 열풍

남자들이 가장 듣기 싫어하는 말 중 '아저씨'라는 단어는 분명히 다섯 손가락 안에 들만 하다. 일에 치어 자기 관리에 소홀해진 틈을 타 망가진 몸매와 눈이 뒤집힐 정도로 빨리 돌아가는 유행 속도를 따라잡지 못한 사람이라는 의미를 내포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요즘 예능가에서 '아저씨'라는 단어가 지니는 의미는 남다르다. 이들은 예능에서 시대 흐름에 뒤쳐진 존재가 아니라 한 우물을 판 그 분야의 전문가로 인정받고 있고 다른 세대의 말을 듣지 않는 고집불통이 아닌 가식이 없는 소탈한 말투로 시청자들이 목말라 하는 진정성을 채워주고 있다.

이같은 흐름은 이제는 대세로 자리매김한 '쿡(cook)방'에서 시작됐다. 유명 레스토랑의 실력파 셰프들이 대부분 가정을 꾸린 남성들이었던 덕에 오랜 사회생활로 축적된 화려한 입담과 요리 기술이 시청자들을 사로잡은 것.

현재 MBC '마이리틀텔레비전', tvN '집밥 백선생' 등에서 활약 중인 백종원은 이런 흐름에 가장 잘 어울리는 인물이다. 유명 프랜차이즈 음식점의 대표이자 배우 소유진의 남편으로만 알려졌던 백종원은 구수한 충청도 사투리와 따라해보고 싶은 레시피로 쿡방의 후발주자였지만 가장 큰 수혜를 입은 인물이 됐다.

이어 중식의 대가로 꼽히는 이연복 셰프 또한 쿡방 열풍의 수혜를 톡톡히 입었다. 그는 최근 KBS2 '해피투게더 시즌3'에서 솔직한 입담과 요리실력으로 눈길을 끈 것은 물론, 다큐멘터리 '별에서 온 셰프'를 통해 유명세에 흔들리지 않는 태도를 보여줌으로서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안겼다.

이런 가운데 지난 12일 또 한 명의 아저씨가 혜성(?)처럼 등장했다. 바로 종이접기 아저씨로 한때 이름을 날린 김영만 원장이 '마이리틀텔레비전'에 출연해 화제의 중심에 선 것.

김 원장은 이날 방송에서 이제는 어른이 되어버린 시청자들과 만나 동심을 자극하고 끊임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여 시청자들에게 눈시울을 적셨다. 특히 그는 세월의 공백에도 변함없는 실력을 보여주며 '종이접기 아저씨'에 대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 냈다.

그렇다면 왜 예쁘고 잘생긴 남녀들만 판을 치던 방송가에서 왜 '아저씨'들이 다크호스로 떠오른 것일까. 이에 대해 한 예능 프로그램 제작사 관계자는 "우선 이들이 시청자들에게 무언가를 가르쳐 주는 사람이라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아무래도 누군가에게 가르침을 받으려면 적어도 스승에 대한 신뢰가 있어야 한다. 백종원, 이연복 쉐프 등과 같은 아저씨들은 그 분야를 잘 모르는 시청자들이 보기에도 전문성과 신뢰를 동시에 느껴지는 인물들 아닌가. 거기에 시청자들과 계속 소통하려는 모습을 보여주니 더욱 친밀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쿡방으로 시작된 인포테인먼트(infotainment) 열풍은 신변잡기와 게임에 지친 시청자들의 지지를 받고 한동안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백종원, 김영만에 이어 또다른 '전문가 아저씨'가 등장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사진=MBC, tvN 방송화면 캡처
동아닷컴 곽현수 기자 abro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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