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인터뷰] 이동국 “아직도 현역, 기쁘지 아니한가”

입력 2015-07-24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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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 이동국은 살아있는 전설이다. 그는 K리그 역대 최다골 행진을 거듭하며 녹슬지 않은 기량을 과시하고 있다. 후배들과의 경쟁과 생존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며 자신의 위치를 굳건히 지키고 있는 그의 다음 목표는 통산 200골이다. 스포츠동아DB

■ 36세 전북 이동국이 말하는 ‘행복한 축구’

26일 수원과 사실상 결승전 ‘전의 활활’

욕심 안부린 게 17년 장수의 비결
이젠 경쟁자 포용할 여유도 생겼죠
후배들, 날 뛰어 넘어야 롱런 가능
지도자 준비? 200골부터 넣고 생각


요즘은 다른 부분으로 화제다. 딸 두 쌍둥이에 이어 지난해 아들까지 얻은 ‘다둥이’ 아빠로 주목을 받는다. TV 연예 프로그램과 CF 출연 요청이 쇄도한다. 그러나 그가 가장 그다워질 수 있는 곳은 역시 초록 그라운드다. 1998프랑스월드컵을 기점으로 혜성처럼 등장해 17년 넘게 한국축구의 중심에 서 있는 이동국(36·전북현대)이다. 전북 완주군의 클럽하우스에서 만난 그의 첫 마디는 “행복하다”였다. “이 나이에 과분한 사랑과 관심을 받으니 어떻게 웃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장수의 비결은 딱히 없었다. 굳이 꼽는다면 낮은 목표? 그는 “(최강희) 감독님이 국가대표팀을 이끌다 돌아오신 2013시즌 후반기부터 기대치를 낮췄다. 시즌 시작할 때 시즌 끝을 보는 게 아니라, 다음 경기에 시선을 뒀다. 3일 단위의 삶이다. 한 경기 한 경기 소화하다보니 지금까지 왔다”며 환하게 웃었다.


● 부상 없는 시즌, 이 느낌 그대로!

전북은 K리그 클래식(1부리그) 22라운드까지 14승5무3패(승점 47)로 단독 선두를 질주하고 있다. 26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격돌할 2위 수원삼성과 격차는 승점 7점이다. ‘사실상의 결승전’으로 주목받고 있는 이 경기를 잡으면 전북은 우승권으로 한 걸음 더 달아날 수 있다.

최고의 킬러 이동국의 발끝에 시선이 모아진다. 올 시즌 전반기 함께 전방 파트너를 이룬 에두가 최근 중국 갑(甲·2부)리그 허베이 종지로 떠나 그의 비중은 훨씬 커졌다. 에두의 자리는 우르코 베라(스페인)가 메웠으나, 아직 완벽히 팀에 녹아들진 못했다. 다행히 믿을 구석이 있다. 남다른 골 감각에 버무려진 ‘우승 DNA’다. 이동국은 전북에서 3차례나 정규리그 우승을 경험했다. 전북 유니폼을 입은 첫 해인 2009년과 2011년, 그리고 지난해까지 K리그 정상에 올랐다. 올 시즌에도 19경기에서 8골·3도움을 기록하며 전북의 1위 질주에 큰 몫을 했다. 나쁘지 않은 페이스다.

“수원전이 최대 분수령이다. 휴식 없이 달려오다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해 충전도 했다. 곧바로 동아시안컵(8월 1∼9일·중국 우한)으로 휴식기가 또 오는데, (수원을) 꼭 이겨야 한다. 우린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도 도전하고 있어 쫓기면 안 된다.”

그런데 이동국은 또 다른 부분에 주목한다. ‘부상 없는 시간’이다. 부상 방지에 각별히 신경 쓴 덕분에 최근까지 꾸준한 경기력을 유지할 수 있었다. 오히려 한여름으로 접어들며 페이스가 올라오고 있다. 고비마다 부상으로 운 기억이 잦기에 그는 요즘이 더 없이 감사하다.

“발목 등 작은 부상은 1∼2경기 쉬면 괜찮은데, 한 달 이상의 근육 부상은 정말 크다. 감독님은 내가 ‘회복이 빠르다’고 하시는데, 정말 항상 조심한 결과다. 팀 훈련 외에 보강운동과 마사지를 꾸준히 하고, 냉·온탕을 1분30초씩 옮겨 다니며 7세트를 하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소화하고 있다. 물론 보조제도 조금씩 섭취한다.”


● 경쟁자가 없다? 그 이상으로 노력할 뿐!

때때로 축구계에선 이상한 이야기가 나온다. ‘한국축구에는 이동국밖에 없느냐’는 소리다. 그러나 이동국의 생각은 다르다. 그는 “언제든 날 넘어서는 후배가 있으면 내가 뛸 수 없다. 그게 프로”라고 말했다.

스트라이커로서 그의 롤 모델은 포항 스틸러스 황선홍(47) 감독이다. 남다른 센스와 터치 감각, 패싱력까지 갖춘 ‘대선배’ 황선홍을 보고 배우며 성장했다. 돌발 질문을 던졌다. ‘황선홍을 뛰어넘었느냐’고. 현답이 돌아왔다. “그런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 다만 문득문득 드는 생각은 있다. ‘동시대에 함께 투톱으로 섰다면 어땠을까’ 그려보곤 한다.”

경쟁자가 없다는 평가에 대해서도 할 말이 있다. “어린 후배들에게 밀리지 않기 위해 피나는 노력을 한다. 나이가 많아서 더 치열하다. 나라는 존재가 후배들의 성장에 방해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 친구들이 날 뛰어넘어줘야 더 성장하는 거다. 그냥 비켜준다면,노력 없이 대가를 얻는 거다. 경쟁에서 생존해야 롱런할 수 있다.”

그러면서 이동국은 자신의 경험담을 들려줬다. 유망주 이상도, 이하도 아닌 그 때 그 시절.대형 스트라이커가 꽤 많았다. 황 감독과 인천 유나이티드 김도훈(45) 감독, FC서울 최용수(42) 감독 등이다. 쟁쟁한 대선배들을 보며 그는 생각했다. ‘어떻게든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겠다! 내가 뭘 잘하는지 보이겠다!’ 그러자 길이 열렸다. 준비된 그는 갑작스러운 코칭스태프의 호출에 긴장하지 않고 기회를 움켜잡았다.


● 내가 아닌 전체를 본다!

물론 17년 전과 지금의 이동국은 큰 차이가 있다. 내가 아니라 모두를 바라보는 여유로운 마음이다. 과거 포지션 경쟁자가 오면 자신의 입지가 어떻게 될지 걱정하던 그는 이제 ‘나의 짐을 함께 나눌 동료’로 바라본다. 애착이다. “팀에 대한 애정이 생긴 결과다. 물론 좀 더 많은 출전시간을 위해 경쟁하지만, 그보다 서로의 연계 플레이를 통해 어떻게 팀에 시너지를 줄 수 있는지를 고민한다. 에두와 함께한 올해 전반부가 그랬다.”

그래도 ‘전북 에두’보다 ‘전북 이동국’이 먼저다. 여전히 남다른 실력을 유지하다보니 러브콜이 끊이질 않는다. 얼마 전에는 중국 슈퍼리그(1부리그) 상하이 선화로부터 거액의 제의가 있었다. 이동국은 “원하는 곳이 많다는건 쓸모 있다는 의미다. 요즘도 대표팀 명단 발표가 나오면 ‘이동국 제외’가 수식처럼 따라붙는다. 정말 기분 좋다. ‘내가 이래도 되나?’ 싶다. 아직도 축구인생을 잘 걸어간다는 생각이 들곤 해 용기를 얻는다”며 밝게 웃었다.

그러나 나이가 나이인 만큼 제2의 인생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아직 뭘 할지 정하지는 않았다. 막연한 두려움도 있다. 그는 “어른인데, 사회 경험은 적다”며 솔직한 속내를 털어놓았다. 준비는 한다. 지도자 자격증이다. 그는 3급부터 단계별로 도전할 계획이다. “지도자의 길을 반드시 걷겠다는 의미는 아니다. 고교(포항공고)때 딴 용접자격증 이후 첫 자격증 도전이다. 선수 입장에서 지도자를 봤을 뿐, 지도자의 시선으로 선수들을 바라본 적이 없으니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일단 다음 목표로 삼은 200골을 향해 뛰겠다.”

이동국은 포항(1998∼2002년·2005∼2006년), 광주상무(현 상주·2003∼2005년), 성남일화(현 성남FC·2008년), 전북(2009년∼)에서 통산 398경기에 출전해 175골·64도움을 기록 중이다.

완주 | 남장현 기자 yoshike3@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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