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 추격전, 한국판 ‘분노의 질주’ 보는 듯

입력 2015-08-03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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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베테랑’은 안하무인 재벌 3세를 끝까지 쫓아 응징하는 형사의 이야기다. 주인공 황정민은 몸을 사리지 않는 통쾌한 액션을 펼친다. 사진제공|외유내강

■ 영화 ‘베테랑’의 ASACC한 키워드

비상식에 맞선 경찰, 한국사회와 오버랩
황정민·오달수 등 베테랑들의 연기 감동

폭염과 열대야를 견디는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극장에 앉아 전기료 낼 걱정 없는 에이컨 바람 아래 눈앞에 펼쳐지는 짜릿한 세계를 체험하면 된다. 이 조건에 가장 맞춤한 영화가 5일 개봉하는 ‘베테랑’(감독 류승완·제작 외유내강)이다. 안하무인 재벌 3세의 부도덕함을 끝까지 쫓아 ‘응징’하는 광역수사대 형사의 이야기다. 마치 체증이 사라지는 듯한 통쾌함을 느낄 수 있다. 관객 평가를 앞둔 영화를 ‘아삭’(ASACC)한 키워드로 파헤쳤다.


● 연기(Acting)

형사 황정민과 재벌 3세 유아인의 맞대결이 이렇게 ‘극’적일 줄이야. 악역이란 이유로 선뜻 재벌 역할을 맡겠다고 나서는 배우가 없던 상황에서 유아인의 선택은 과감했고, 결국 적중했다. 황정민은 “관객이 내 편을 들게 되는 이유는 전부 유아인이 제 몫을 해낸 덕분”이라고 했다. 황정민 역시 더할 나위 없다. 올해 초 ‘국제시장’으로 1400만 관객의 선택을 받은 그이지만 연기에 관한 한 ‘베테랑’ 속 활약이 한 수 위다.


● 이야기(Story)

‘돌직구 스토리’가 무엇인지를 확실히 보여준다. 이야기를 비틀거나 꼬고, 깜짝 놀랄 반전을 가미해야 관객이 좋아할 것이란 선입견을 단박에 그리고 정확히 깬 탁월한 선택. 형사도, 재벌 3세도 마음껏 행동하고 직진한다. 다만 이들이 가진 믿음이 세상과 소통 가능한 ‘상식’인지, 아닌지에 따라 각자의 ‘결말’은 엇갈린다. 힘과 돈을 가진 이가 ‘상식’에서 벗어난 일을 꾸밀 때, 주변의 불행이 어디까지 치닫는지도 보여준다.

연상(Association)

황정민은 “영화는 완벽한 판타지”라고 했다. 그 판타지가 세상사와 절묘하게 맞물릴 때 영화의 폭발력은 배가 된다. 현재 롯데그룹 경영권을 둘러싼 형제간 다툼, 대한한공 조현아 전 부사장의 구치소 특혜 의혹 등 재벌가를 둘러싼 논란으로 소란스러운 상황. 돈과 권력을 거머쥔 재벌 후계자의 ‘비상식’ 행위가 현실적으로 다가오는 것은 왜일까. 다만 영화가 판타지일 수밖에 없는 이유는, 비상식에 맞선 영웅(황정민)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창의력(Creativity)

시선을 거두기 어려운 화려한 액션은 ‘베테랑’의 하이라이트. 특히 서울 명동에서 펼쳐지는 자동차 추격전은 류승완 감독과 그의 오랜 파트너 정두홍 무술감독의 완벽한 시너지가 발휘된 장면이다. 차량 30대를 완파했고, 유아인이 손수 운전한 7000만원 상당의 머스탱은 처참하게 부서진다. ‘분노의 질주 한국버전’이라 불러도 손색없다.


● 완성도(Completeness)

세상을 움직이는 부당한 세력, 이에 맞선 형사들. 구도만 보면 류 감독과 황정민이 2010년 내놓은 ‘부당거래’와 흡사하다. 의협심 강한 형사가 사건을 해결하는 설정은 ‘공공의 적’과도 맥이 닿는다. 하지만 ‘베테랑’은 좀 더 경쾌하고, 정감 있고, 따뜻하다. 적재적소에 배치한 오달수, 유해진, 정웅인, 진경 등 실력 있는 배우들의 앙상블 덕이다. 소시민에 애정을 둔 감독의 시선은,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의외의 감동을 만든다.

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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