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예의 법칙] 원더걸스, 절반의 성공에 그친 ‘Reboot’

입력 2015-08-05 19: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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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더걸스, 사진|동아닷컴 DB

컴퓨터의 시스템을 가동시키는 것을 뜻하는 'Boot'에 반복의 의미인 'Re'가 결합된 'Reboot'는 말그대로 컴퓨터의 시스템을 재가동시키는 것을 뜻하지만 최근에는 컴퓨터 용어를 넘어 '재출발', '재시작' 등의 의미로도 사용되고 있다.

특히 영화 등의 콘텐츠 분야에서는 과거의 작품이나 시리즈물에서 캐릭터와 콘셉트만을 유지한 채 전혀 다른 내용으로 새로운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을 두고도 '리부트'라고 표현하는데, 원더걸스의 정규 3집 타이틀인 'Reboot'는 이쪽의 의미에 가깝다.

실제 이번 앨범에서 원더걸스는 '레트로팝'이라는 그룹 특유의 스타일만을 남겨둔 채 4인조 멤버 구성, 밴드 포멧, 새로운 장르 등 과연 ‘Reboot’라고 할 정도로 과거와는 상당히 다른 모습을 선보이고 있다.

일단 '리부트된' 원더걸스에 대한 반응은 좋은 편이다. 'Reboot'의 타이틀곡 'I Feel You'는 3일 발매 이후 8개 음원 사이트의 실시간 차트는 물론 일간 차트까지 1위에 올랐고, 다른 수록곡 역시 상당수가 차트에 진입하는 저력을 보였다.

여기에 1980년대의 퇴폐적인 섹시미를 재현한 뮤직비디오 역시 이틀만에 누적 조회수 300만건을 훌쩍 넘기며 순항하고 있다.

사실 이같은 대중들의 관심은 전작 'Like Money' 이후 3년만의 컴백인 데다 그 사이 선예의 결혼, 소희의 타소속사 이적, 선미의 재합류, 깜짝 밴드 컴백 선언 등 다양한 이슈가 있었던 만큼 과연 새로운 원더걸스가 어떤 노래와 콘셉트를 보여줄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도 어느 정도 작용한 결과라 할 수 있다.

그러나 80년대 향기를 담아낸 신디사이저 멜로디와 그 위에 더해진 예은의 몽환적이고 섹시한 목소리는 상당한 임팩트를 발휘해, 노래 그 자체로도 대중들의 호평을 이끌어 내고 있다. 또한 한번 구미를 사로 잡으면 한 달이상의 롱런도 자주 발생하는 최근 차트 동향을 볼 때 'I Feel You' 역시 오랜 기간 차트 상위권에 머물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원더걸스 예은 혜림, 사진|동아닷컴 DB


단순히 성적과 반응로만 볼 때 원더걸스의 이번 컴백과 나아가 '리부트'는 분명 성공적이다. 하지만 성적을 넘어 완성도 적인 면에서 '리부트'에 성공했는지는 의심이 든다.

3일 앨범 발매 이후 '밴드 원더걸스'가 라이브를 선보인건 현재까진 당일 진행된 쇼케이스가 유일하며, 처음으로 선보이는 자리인 만큼 부담감과 긴장을 안고 무대에 올랐다는 점을 감안해도 연주 실력은 너무 아마추어에 머물러 있었다.

더욱이 악기 연주의 경우 단기간에 실력이 급상승되는 것은 불가능하기 때문에 이후 라이브 무대 역시 이날 무대에서 크게 나아질 것으로는 보이지 않는다.

이후 이어진 질의 응답에서 예은은 앨범 레코딩은 직접 연주하지 않았다고 밝히며 "밴드보다는 아직 퍼포먼스 부문에 좀 더 중점을 두다 보니 그렇게 됐다"라고 설명했지만, 반드시 그 이유만은 아니었음을 무대를 본 사람들은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밴드로의 재탄생을 위해 원더걸스의 멤버들이 흘려온 노력과 땀을 폄하할 의도는 전혀 없다. 다만 아직 설익은 상태에서 너무 급하게 무대 위로 올려 보냈다는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가 없다.

실제 이날 쇼케이스에서 원더걸스는 연주에 신경을 쓰느라 보컬과 퍼포먼스까지도 실수를 범하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밴드는 원더걸스의 이번 'Reboot'의 핵심이다. 멤버 개개인의 연주 영상을 트레일러로 제작할 만큼 '밴드'로 재탄생한 원더걸스를 강조했지만 정작 뚜껑을 열어보니 프로라고 부르기는 부족함이 있었다.

알다시피 원더걸스는 10주년을 향해 가는 장수 그룹이자 '국민'이라는 타이틀을 획득한 첫 걸그룹으로, 아무리 '리부트'라고 하지만 서툴고 어설픈 모습이 어울리는 위치에 있는 그룹이 아니다.

밴드 원더걸스가 주는 신선함과 새로움, 도전의식은 분명 환영하고 좋아할 만한 일이다. 또 일회성 프로젝트가 아니라고 밝힌 만큼 꾸준히 합을 맞춰나가면 이후에는 충분히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도 분명하다.

하지만 지금의 원더걸스는 의욕에 앞서 편집도 마무리 하지 않은 채 개봉해버린 영화같은 꼴로, 이는 대중에게도 원더걸스에게도 곤란하다.

원더걸스 유빈 선미, 사진|동아닷컴 DB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gn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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