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그로 시작해 가요계 접수한 ‘무도 가요제’

입력 2015-08-14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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록 페스티벌 못지않은 열기다. 13일 오후 8시 강원도 평창군 알펜시아 스키점프경기장에서 열린 MBC ‘무한도전 가요제’에 관객 4만 명이 몰렸다. ‘영동고속도로 가요제’란 이름의 이날 녹화 공연을 가까이 보기 위해 이틀 전부터 행사장 인근에 텐트를 친 관객도 많았다. 평창(강원)|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 ‘무한도전 가요제’의 변천사

2007년에만 해도 몇몇 시민들만 호응
‘냉면’ ‘압구정 날라리’ 등 연이어 히트
이젠 4만 관객 열광 음악축제로 도약


2007년 여름, 단지 ‘웃기기’ 위해 서울 한강시민공원 망원지구에서 소박하게 시작한 MBC ‘무한도전 가요제’가 어느덧 4만여 관객을 불러들이는 음악축제로 도약했다. 수만여 관객이 몰리는 록 페스티벌처럼 2년마다 기다려지는 하나의 대중적 트렌드가 됐다. 10년간 꾸준한 쌓아온 ‘무한도전’이라는 브랜드 가치와 시청자 신뢰, 회를 거듭할수록 화려해지는 가수들의 면모 등 점점 ‘가요제’라는 이름에 걸맞은 위용을 갖추면서 이제는 방송연예계 최고 파워 콘텐츠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여전히 급성장 중인 ‘무한도전 가요제’의 변천사를 짚었다.


● 2007년 ‘강변북로 가요제’(7월)

이름은 거창했지만 멤버들의 노래 실력은 아마추어 수준으로, 웃음을 유발하기에 충분했다. 제작진이 자의반타의반으로 관객의 역할을 대신했고, 산책을 위해 강변을 찾은 몇몇 시민이 호응했다. 당시만 해도 이 무대가 현재의 엄청난 규모로 성장할 거라고 짐작한 사람은 없었다. 당시 멤버들은 각자의 ‘취향’에 맞는 곡으로 무대에 올랐다. 유재석이 ‘삼바의 매력’, 박명수가 ‘아이 러브 유’, 정준하가 ‘마이웨이’ 등을 선보였고 하하의 ‘키 작은 꼬마 이야기’가 대상을 수상했다. 음원이 공개됐지만 당시에는 가요계의 파급력보다는 멤버들이 직접 쓴 가사의 진정성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


● 2009년 ‘올림픽대로 듀엣 가요제’(7월·서울 한강시민공원 반포지구)

가수 협업 체계를 갖추기 시작했다. 타이거JK와 윤미래, 에픽하이, 노브레인 등 평소 예능프로그램에서 자주 볼 수 없었던 가수들의 출연이 큰 화제를 모았다. 윤종신, 이트라이브 등 작곡가들은 노래에 완성도를 높였고, 재미있는 가사와 유쾌한 무대가 어우러지면서 음악 자체로도 관심을 모았다. 특히 박명수와 소녀시대 제시카가 결성한 ‘명카드라이브’의 ‘냉면’은 음원 공개 후 각종 차트 1위에 올랐고, 지금까지도 여름하면 생각나는 ‘시즌송’이 됐다. 대상 유재석과 타이거JK·윤미래의 ‘퓨처라이거’는 MBC ‘쇼! 음악중심’에 특별출연하기도 했다.


● 2011년 ‘서해안고속도로 가요제’(6월·충남 당진 행담도휴게소)

그 몸집을 키우기 시작한 시기. 관객 동원 규모도 달라졌다. 정재형, 바다, 이적, 지드래곤, 10센치, 스윗소로우, 싸이가 힘을 합쳤고, 3만여 관객이 무대를 가득 채웠다. 실력에 비해 인지도가 높지 않았던 10센치, 스윗소로우가 재평가받았다. ‘압구정 날라리’ ‘말하는대로’ ‘바람났어’ ‘흔들어주세요’ 등 음원이 차트를 ‘올킬’하면서 가요계는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가요계와 음원시장을 왜곡시킨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 2013년 ‘자유로 가요제’(10월·경기 파주 임진각 평화누리공원)

장미여관, 장기하와 얼굴들, 김C, 지드래곤, 유희열, 프라이머리, 보아가 멤버들과 팀을 이뤘고, 3만5000여 관객이 몰렸다. 음원 열풍 역시 예상대로 거셌지만, 이례적인 ‘역풍’도 맞았다. 박명수와 프라이머리의 ‘아이 갓 씨’가 카로 에메랄드의 ‘리퀴드 런치’를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았고 결국 음원 및 음반 판매를 중단, 프라이머리가 공식 사과하면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 2015 ‘영동고속도로 가요제’(13일·강원 평창 알펜시아 스키점프경기장)

유재석·박진영, 박명수·아이유, 정형돈·혁오, 정준하·윤상, 하하·자이언티, 광희·지디&태양 등 라인업이 예년보다 한층 화려해졌다. 자기 색깔 강한 가수들인 만큼 여느 때보다 멤버들간 사전 갈등과 이견이 많았다. CD 예약 판매는 주문 시작 이틀 만에 1만5000장이 매진됐다. 22일 본방송 후 공개될 음원 성적에 대한 기대치 역시 최고조에 다다르고 있다.

한때 ‘무한도전 가요제’를 ‘불쾌한 불청객’으로 바라본 가요계는 이제 이를 하나의 트렌드로 인정하는 분위기다. 한 음반기획사 관계자는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가수들이 공들여 만든 음악이 ‘무한도전’의 인기에 가려져 제대로 평가받지 못하고 피해만 본다는 인식이 강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혁오나 자이언티 등 실력파 가수들의 재발견 등 긍정적인 측면과 이들이 단순히 오락이 아닌 음악적으로 승부하려는 진정성을 보이면서 ‘선의의 경쟁자’로 보는 시선이 많아졌다”고 말했다.

김민정 기자 ricky33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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