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r. 베이스볼] 박동원 “몰리나처럼…타자들 싫어하는 포수가 목표”

입력 2015-09-02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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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동원은 좌절과 절망을 딛고 7년 만에 당당히 넥센 주전포수로 자리 잡았다. 박동원은 “투수들이 항상 좋아할 수 있는 포수, 반대로 상대팀 타자들은 싫어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스포츠동아DB

넥센 안방마님의 각오

2013년 기회 있었지만 그땐 마음만 앞서
군생활 터닝포인트…상무에서 많이 배워
이젠 진짜 주전…그만큼 책임감도 커졌다

넥센은 2008년 창단 이후 고질적인 포수 난에 시달렸다. 강귀태(은퇴), 유선정(넥센), 허도환(한화) 등이 번갈아가며 주전 마스크를 썼지만, 깊은 인상을 남기는 데 실패했다. 그러나 올 시즌만큼은 다르다. 향후 수년간 안방을 책임질 주전포수가 성장하고 있다. 2009년 개성고를 졸업하고 입단해 프로 7년 만에 안방마님으로 자리 잡은 박동원(25)이 주인공이다. 박동원은 좌절과 절망, 그리고 수많은 중압감을 이겨내며 마침내 알을 깨고 진가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백업포수가 허약한 팀 사정상 아픈 몸을 이끌고 꾸준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그는 “주전이라는 책임감을 갖고 열심히 뛰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 이제야 자리 잡은 주전포수


-시즌을 앞두고 ‘주전이라고 생각지 않는다. 100경기를 뛴다는 보장도 없다’고 말한 적이 있다. 마침내 100경기를 넘어섰는데 소감은.

“매일 힘들게 뛰다보니까 100경기를 훌쩍 넘긴 것 같다. 6월말에는 체력적으로 힘들어서 공수 모두 잘 되지 않을 정도로 고비가 있었다. 크고 작은 어려움이 그 뒤에도 몇 차례 있었다. 묵묵히 참고 이겨내니까 숫자가 따라온 것 같다.”


-지금은 주전이라고 생각하나.

“(허)도환이 형이 한화로 떠났고, 밑에는 (김)재현이가 있다. 이젠 주전이라고 말할 수 있다(웃음). 강한 책임감을 느끼며 경기에 나서고 있다.”


-풀타임 첫해를 보내고 있는데 시즌을 돌이켜보면.


“이길 경기가 많았는데 못 이겨서 아쉽고 안타깝다. 투수가 항상 잘 던지길 바라면서 사인을 내지만, ‘이런 공은 위험하다. 집중해서 던져야 한다’고 한마디를 더 해줬더라면 경기 결과가 달라지지 않았을까 곱씹는다. 내년 계획도 조금씩 세워가고 있다.”


-배운 점도 많을 것 같은데.

“이제야 경기 흐름을 알게 되는 것 같다. 이 타이밍에서 뭘 해야 하고, 어떻게 좋은 상황을 만들어갈지 배워가고 있다. 벤치에 있을 때는 속으로 이미지트레이닝을 한다. ‘볼 배합’을 해보는데, 아직 틀릴 때가 더 많다(웃음).”


-사실 주전 기회가 없진 않았다. 2013년 먼저 기회를 잡았는데.

“마음의 문제였던 것 같다. 상무를 제대하고 많이 좋아졌지만, 주전이라는 사실을 믿지 못했다. 자신을 믿을 수 없었다. 상무에서 많이 배웠고, 몸 상태나 기술도 준비가 돼 있었다. 하지만 보여주고 싶은 마음만 앞섰던 것 같다.”


-스트레스가 극심했을 것 같다.

“주축 선수가 아니어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먼저 수비를 나가면 괜찮은데, 경기 후반 중요한 상황이 많이 닥친다. 나갈 때마다 뒤집히고 지니까 스트레스가 심했다. 나 때문인 것 같아서 자책하고 스트레스 받고….”


-2014년에는 백업으로 출발해 후반기 주전을 꿰찼는데.

“자신감이 없었다. 도루저지율은 1할대에, 타율은 심지어 1할에도 못 미쳤다. 그 전에는 가끔 도환이 형이 아프면 ‘기회가 왔다’고 속으로 생각했는데, 그렇지도 못했다. 아무 생각도 없었고, 나락이었던 것 같다. 마음을 비우고 더 이상 떨어질 곳이 없다고 생각하니 뭔가 풀리기 시작했다. 점점 시합을 나가면서 자신감이 생겼다.”

넥센 박동원. 스포츠동아DB



● 프로의 벽을 헤쳐 나오다!


-고교랭킹 1∼2위 포수라고 들었다. 프로 입단하면서 자신 있었나.

“프로 와서 무조건 잘할 것 같았다. 블로킹이나 송구를 못 하는 프로팀 포수들도 보였다. 그런데 성격이 문제였던 것 같다. 2군 가서 TV에서만 봤던 베테랑 투수들이 던지니까 잔뜩 위축돼서 못 치겠더라. 혼자 끙끙 앓았다.”


-입단 2년 만인 2010년 6월 17일 목동 SK전을 통해 프로에 데뷔했다.

“엄청 긴장했다. 1이닝 나갔는데 아직도 생각이…. 기분 좋게 1군에 올라왔는데, 3일 뒤 슬픈 마음으로 내려갔다. 2경기 뛰고…. 2군에 내려가서 다시 열심히 했다. 김시진 감독님께서 좋게 봐주셔서 9월에 다시 올라올 수 있었다.”


-2년 동안 좌절도 많이 했고, 혹독한 성장통을 겪은 것 같다.

“2년 동안 배운 게 없었다. 항상 위축됐고 자신감이 없었다. 2010시즌을 마치고 운 좋게 상무를 갔다. 잘하는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궁금한 걸 물어보고 배우면서 많이 늘었던 것 같다. 제대하고 첫해(2013년)는 미숙했지만, 지난해부터 어떻게 준비해야할지 보였다.”


-SK 이재원과 상무에서 함께 보낸 것으로 안다.

“재원이 형이랑 한방을 썼다. 형은 한국시리즈 우승도 하고, 꾸준히 1군에서 뛰었던 선수였다. 이것저것 많이 물어봤는데, 형이 참 많이 알려줬고 자상했다. 경쟁도 있었지만, 나보다 나이나 경력에서 한 수 위니까 무엇이든 배우려고 했다. NC (임)창민이 형하고도 친하게 지냈다.”


-지난해 LG와의 플레이오프(PO)를 앞두고 LG 포수 ‘최경철만큼 하고 싶다’고 밝히기도 했다. 자신감이 대단해 보였는데 이유가 궁금했다.


“NC와 LG의 준PO를 보면서 진짜 많이 배웠다. 최경철 선배가 ‘투수가 공도 잘 못 던지고 있는데 사인도 안 내고 자꾸 딴 짓을 하길래 왜 저러나’ 생각했다. 투수가 흔들리니까 시간을 벌어주려고, 땅도 정리하고 시간을 끌었던 것이다. ‘정말 좋은 포수구나’ 하고 많이 느꼈다. 투수가 흔들릴 때 시간을 끌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포수의 역할이니까. 지난해 경험이 올 시즌을 준비하면서 큰 자산이 됐다. 한국시리즈를 통해 투수들에게 신뢰를 받았다. 더욱 믿음과 신뢰를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 상대가 싫어하는 포수가 되고 싶다!


-넥센에 어린 투수들이 많다. 어떻게 리드하나.


“투수가 자신 있는 공을 주문해야 기분 좋게 던지고 자신감도 얻는다. 자신 없거나 싫어하는 공을 던지면 그만큼 맞을 확률도 크다. 투수한테 맞춰주는 걸 선호한다. 그 대신 사인을 냈다가 투수가 고집해서 바꿔줘서 안타를 맞으면 꼭 이유를 물어본다. 다음에 더 잘 던지라고 격려해준다. 마운드에선 강하게 몰아세울 때도 있고, 격려해주는 투수들도 있다.”


-염경엽 감독이 칭찬도 많이 하는 한편 볼 배합 지적도 있다.

“알고 있다. 투수가 잘 던져주면 좋은 포수 얘기를 듣겠지만, 못 던지는 투수를 잘 던질 수 있게 하는 것도 좋은 포수의 자질이다. 이전까지 타자들은 고정된 것으로 생각했다. 타자들도 연구하고 변하는데, 내가 미처 생각지 못했던 것 같다. 이 점을 염두에 두고 있다.”


-심재학 타격코치는 ‘15홈런을 기대한다’고 했다. 목표에 다가서고 있나.

“목표는 12홈런이었는데 달성했다. 안타는 7개만 더 치면 되고. 내년엔 15홈런을 목표로 하고 열심히 치면 기대치를 뛰어넘는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을까.”


-스윙이 크다는 지적도 있는데.

“좋게 생각할 수도 있다. 투수들은 스윙이 큰 타자를 의식하고 두려워할 수밖에 없다. 잘못 던져서 맞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위축돼서 실투가 온다. 실투를 안 놓치려고 한다.”


-롤 모델이 있나.

“세인트루이스 포수 야디에르 몰리나다. 그런데 가까운 데서 찾아보려고 한다. 군대에서 재원이 형한테 배운 것처럼 롯데 (강)민호 형이나 두산 (양)의지 형한테 물어보고 배우고 한다.”


-어떤 선수가 되고 싶나.

“투수들이 항상 좋아할 수 있는 포수, 반대로 상대팀 타자들은 싫어하는 포수다. 팀을 잘 이끌어가는 믿음직한 선수가 되고 싶다.”


● 박동원은?


▲생년월일=1990년 4월 7일

▲출신교=양정초∼개성중∼개성고

▲키·몸무게=179cm·92kg(우투우타)

▲프로 입단=2009년 히어로즈 입단(2009신인드래프트 2차 3라운드 19순위)

▲프로 경력=넥센(2009년∼)

▲2015년 연봉=6800만원

박상준 기자 spark47@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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