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 7조6800억원…MBK에 팔렸다

입력 2015-09-0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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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테스코에 경영권을 넘긴지 16년 만에 한국계 투자자의 품으로 돌아왔다. 홈플러스는 도전적 투자로 새로운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먹튀논란’과 ‘노조와의 갈등’ 등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 MBK파트너스와 주식양수도 계약

재매각 전망 등 고용불안…노조 반발
먹튀 논란·개인정보 유출 여전히 숙제


국내 대형마트 업계 2위 홈플러스가 한국계 사모펀드에 팔렸다. 이로써 1997년 삼성물산에서 대구1호점으로 시작했던 홈플러스는 1999년 영국 테스코에 경영권을 넘긴 후 16년 만에 다시 한국 투자자의 품에 안겼다. 테스코와 한국계 사모투자펀드 MBK파트너스 컨소시엄(MBK)은 홈플러스 그룹 주식양수도 계약을 체결했다고 7일 밝혔다. 인수금액은 42억4000만 파운드(한화 약 7조6800억원)다. 이는 국내 인수합병(M&A) 사상 최대 규모다. 홈플러스측은 주주변경에 따른 투자로 새로운 도약의 기회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매각과정에서 드러난 ‘먹튀논란’과 함께 ‘고용불안’과 ‘시민단체의 반발’ 등 만만치 않은 과제도 남겼다.

“인위적 구조조정은 없을 것”

홈플러스는 140개 대형마트와 375개 슈퍼마켓, 327개 편의점을 갖춘 유통업계 공룡이다. 하지만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결합 등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에 적응하지 못하고 어려움을 겪었다. 특히 테스코의 투자여력이 부족했던 점이 발목을 잡았다. 홈플러스는 MBK가 자산 9조5000억원 규모의 국내 최대 사모펀드라는 점에서 도전적 투자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MBK는 홈플러스에 향후 2년간 1조원을 투자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업계에선 홈플러스가 구조조정 등을 거쳐 다시 매물로 등장할 것이란 전망이 많다. 홈플러스 노조가 MBK에 노동자의 고용안정과 분할매각 등 구조조정을 시도하지 않겠다는 것을 명확하게 해야 한다며 이번 매각에 강력반발한 것도 이 때문이다.

MBK는 이에 대해 임직원 전원을 고용승계하고, ‘인위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고 약속했다. 또 투자를 적극적으로 진행하겠다는 입장도 내비쳤다. 도성환 홈플러스 사장도 “이번 계약에 의해 바뀌는 것은 주주일 뿐 1900만 고객과 2000여 협력회사, 7000여 테넌트 임대매장, 2만6000명의 임직원은 바뀌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사모펀드의 특성상 구조조정 등을 통한 재매각에 우선순위를 둘 것이란 전망은 줄지 않고 있어 노조와의 갈등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 건 등 해결과제 산적

시민단체의 반발도 거세다. 먼저 ‘먹튀논란’이다. 테스코가 이번 매각으로 수조원의 차익을 냈다는 것이다. 특히 연금기금을 MBK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진 국민연금관리공단도 비난을 면키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불법 판매 문제도 남아있다. 홈플러스는 2011년 8월부터 2014년 6월까지 12차례 경품행사를 진행하면서 응모자의 생년월일, 휴대전화 번호 등 개인정보를 보험회사에 판매해 논란을 일으켰다. 공정거래위원회로부터 과징금을 받았고, 현재 형사재판과 소송도 진행 중이다. 최근 시민·소비자단체들은 MBK에 홈플러스 개인정보 불법 유상판매 등에 대한 입장과 향후 대책을 묻는 공개질의서를 발송하기도 했다.

한편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소속 새정치민주연합 백재현 의원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공시된 ‘홈플러스주식회사 재무제표에 대한 감사보고서’ 등을 분석해 홈플러스가 테스코에 1200억원이 넘는 상표·로고 및 라이선스 사용에 대한 비용을 지불했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거액의 로열티를 내고도 테스코라는 상표를 어느 지점 간판에서도 사용하지 않았다는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김명근 기자 dionys@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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