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개콘 ‘고집불통 100세 할배’ 김태원 “아녀아녀~ 내게 예능신이 있대”

입력 2015-09-09 07:27: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개그맨 김태원이 저승사자를 피해 도망가고 있다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여러 코너에서 다수의 개그맨들이 제각각의 유머감각을 뽐내는 ‘개그콘서트’에서 눈에 띄는 혹은 좋아하는 개그맨을 한 명만 꼽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하지만 ‘몸개그’에서 돋보이는 활약을 펼치는 개그맨으로 조건을 한정하면 아마도 김태원을 첫 손에 꼽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KBS 공채 개그맨 26기로 아직 그리 경력이 긴 편이 아닌 만큼 김태원이라는 이름이 낯설 수도 있지만 ‘고집불통’ 코너에서 매회 저승사자와 밀당을 하며 “아녀아녀~ 난 괜찮어”라고 말하는 100세 할아버지라고 하면 대부분 ‘아~’하고 고개를 끄덕일 것이 분명하다.

실제 김태원이 ‘고집불통’에서 보여주는 온갖 몸개그는 사람들의 눈을 사로잡기에 충분하다. 커다란 덩치가 무색하게 유연하고 날렵한 동작으로 댄스는 물론, 각종 무술과 차력, 화려한 기예까지 ‘제2의 달인’이라는 별명이 붙을 정도로 다재다능함을 뽐낸다.

이는 사람들에게 ‘대체 뭘 하던 사람인지’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충분할 정도 화려했고, 이 호기심을 못 이겨 요청한 인터뷰였던 만큼 첫 질문은 자연스럽게 “차력사 출신이었나?”가 됐다.

은근한 기대감을 갖고 물어본 질문이었지만 김태원의 대답은 다소 허무했다.

김태원은 “차력을 배우거나 하지는 않았다”라며 “그냥 어렸을 때 여러 가지 무술을 배우긴 했다”라고 간단하게 답했다.

그렇다면 이런 온갖 기예는 언제 어떻게 어디서 익히게 된 것일까.

김태원은 “한 10년 전에 ‘기인열전’이라는 프로그램이 있었는데, 일단 이 프로그램이나 ‘스타킹’, ‘생활의 달인’ 같은 프로그램을 보고 소스를 얻는다. 그리고 실제로 기예와 묘기를 직접해보고 가능 한 것들을 연습해서 매주 선보이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즉, 일주일 만에 묘기의 아이템 찾기부터 연습, 완성까지 진행해 무대에 올라간다는 것으로 이건 이것 나름대로 또 대단한 일이라 할 수 있다.

김태원은 “사실 100%성공률로 무대에 올라가는 경우는 많지 않다”며 “유난히 무대 위에서 성공률이 좋은 것 같다. 나도 깜짝 놀랄 정도다. 송병철 선배는 나보고 ‘예능의 신이 붙어있다’라고 하더라”라고 말하며 웃었다.

개그맨 김태원이 저승사자를 피해 도망가고 있다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이처럼 예능신의 가호를 받는 김태원이지만 이는 일단 그의 하드웨어가 받쳐주기 때문에 가능한 일로, 실제 그는 어려서부터 합기도와 헬스 등 다양한 운동을 섭렵해 왔다.

김태원은 “폐활량에는 자신이 있어서, 코로 풍선 부는 걸 해봤는데 그냥 되더라. 또 맥주병 빨리 따는 묘기를 보고 따라해 봤는데, 너무 잘돼서 10초에 25개를 땄다”라고 말해 타고난 신체를 지니고 있음을 알렸다.

이런 그에게도 어려운 묘기는 있었으니, 그를 가장 힘들게 했던 묘기가 바로 젓가락 던지기였다. 김태원은 “젓가락을 던져 양동이에 꽂는 묘기였는데, 이것도 ‘기인열전’에서 보고 따라한 거다. 그런데 녹화에서 6번이나 실패를 했다. 성공을 하자 드디어 했구나 하는 분위기였다”라고 털어놓았다.

또 힘과 기술을 모두 요하는 차력급 묘기도 많은 만큼 행여 그가 다치진 않을까하는 걱정도 들기도 한다. 다행히도 김태원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과 아닌 일을 정확히 구분하는 사람이었다.

김태원은 “댓글을 보면 실제로 걱정하는 글도 꽤 많이 올라온다. 그런데 진짜 위험한 차력은 나도 못한다. 위험하고 부담이 되면 안 할 거다. 거기다 ‘개그콘서트’는 애들이 보니 따라할 수도 있다”며 “해보니까 되는 걸 연습하고 보여주고 있다. 차력 묘기는 3주에 1번 정도만 도전하려한다”라고 팬들을 안심시켰다.

지금은 100세 할배로 많이 알려졌지만 ‘개그콘서트’에서 김태원이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코너는 ‘시청률의 제왕’과 ‘큰 세계’ 등으로, 특히 ‘큰 세계’에서는 유민상, 송영길, 김수영, 김준호 등과 함께 ‘대형 개그맨’으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그리고 이어진 ‘고집불통’까지 인기를 얻으며, ‘포스트 김준현’으로도 주목을 받고 있다.

이 같은 평가에 대해 김태원은 “그건 정말 영광이다. 김준현 선배와도 친하기도 친한데 배우기도 많이 배웠다. 김준현 선배가 한번은 무대에 올라가기 전에 모든 것을 그리고 올라가라고 말한 적이 있다. 정말로 김준현 선배는 무대 올라가기 전에 작은 돌발 상황 하나까지도 다 머리에 그리고 거기에 대한 대책을 생각해 두고 무대에 오르는 스타일이다. 정말 존경하고 좋아하는 선배다”라고 겸손한 모습을 보였다.

개그맨 김태원이 저승사자를 피해 도망가고 있다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또한 김태원은 인터뷰를 진행하던 중간에 갑자기 “유민상 선배도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배라고 같이 적어 달라. 삐질 수도 있다”라고 장난스러운 부탁을 덧붙여 유민상과의 친분을 드러내기도 했다.

실제 유민상과 집도 가까워 자주 만나 술자리를 가질 정도로 친하다는 김태원은 “둘이서 술을 마시는 경우도 많은데, 남자끼리 술을 마시다보면 여자이야기가 나오지 않나. 그렇게 서로 여자(와 만난) 이야기를 하는데, 둘 다 안 믿는다”라고 말해 웃음을 자아냈다.

특히 김태원은 ‘큰 세계’에서의 멤버들이 ‘개그콘서트’에서 이성에 인기 최하위권이라고 전제하면서 “이중 김준현 선배와 송영길 선배는 혼인신고서가 있으니 (여자한테 인기가 있다는 걸)나라에서 증명했다. 또 김수영은 최근에 살을 빼고 자기가 인피니트 호야를 닮았다고 할 정도로 자신감이 상승했다. 이제 나와 유민상 선배인데 나는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한다”라고 자신 있게 말했다.

이어 김태원은 “가끔 카페에 가면 여자 알바생한테 ‘누가 더 잘생겼나’라고 묻기도 한다. 그 럼 6대4정도로 (유민상보다)내가 승률이 앞선다”라고 자신이 유민상보다 여성에게 더 인기가 있다는 증거를 덧붙였다.

하지만 곧 그는 “물론 유민상 선배한테 똑같은 걸 물어보면 분명히 자기가 이겼다고 할 거다”라고 덧붙여 거듭 웃음을 선사했다.

유민상과의 자존심 싸움으로 이어진 김태원의 연애 목표는 결국 “유민상 선배가 정말 실제로 만나보면 괜찮은 사람이다”라는 훈훈한 결말을 내리는 것으로 끝을 맺었다.

현재 그가 매진하고 있는 ‘고집불통’은 약 8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개그콘서트’의 코너의 평균수명이 6개월을 전후인 것을 감안하면 나름대로 장수 코너라고 할만하다.

김태원은 “사실 ‘고집불통’은 나와 저승사자가 자던 코너하고, 김기리 선배하고 임우일, 이성동, 송필근이 짜던 두 개의 다른 코너가 합쳐져 탄생한 코너다”라며 “요즘에는 시청자들도 개그감이 좋아서 코너의 패턴을 금방 눈치 챈다. 그러다보니 코너가 금방 바뀌는데, 어떻게 8개월을 하게 됐다. 일단은 1년을 달성하는 걸 목표로 열심히 하려 한다”라고 ‘고집불통’에 대한 애착을 드러냈다.

특히 그는 개그 코너의 수명이 점점 짧아지는 것과 관련해 “남들이 말하는 재미없는 코너들, 그런 댓글 같은 걸 보면 진짜 더 마음고생도 심하고, 고생한다. 그런 경우가 안타깝다”라며 “사람들이 ‘이거 뭐야 재미도 없는데’라고 하는데, 그런 이야기를 듣는 개그맨들이 재미없게 짜고 싶어서 그런 건 아니다. 재미없는 코너(라는 이야기를 듣는) 사람은 재미있게 나오기 위해 마지막까지 남아 있다. 안 웃기고 싶은 개그맨이 어디 있겠나”라고 개그맨들의 웃음에 대한 노력을 좀 더 즐겨주기를 당부했다.

더불어 김태원은 인터뷰를 마치기전에 꼭 하고 싶은 말이 있는 지를 묻자 “이 인터뷰를 보는 사람들은 아무래도 ‘고집불통’에 관심을 가지고 있을 사람들일 텐데, 앞으로 열심히 해서 좀 더 보지 못한 모습들, 재밌는 모습들 보여주려고 노력하겠다고 전하고 싶다”며 “그리고 김기리 선배, 임우일 형, 이성동 선배, 저승사자 박성호, 송필근. 항상 이들이 있기 때문에 내가 어려운 걸 해도 다 할 수 있었다. 무대에선 혼자하지만 그전에 우일이형이 옆에서 다 같이 해보고 도와줘서 가능한 묘기였다. 우리 팀원들이 제일 고마운 사람들이다. 정말 고맙다는 말을 하고 싶다”라고 답해 팀원들에게 진심이 담긴 감사의 뜻을 전했다.

이어 “그리고 유민상 선배, 분발하라”라고 덧붙여 마지막까지 선배의 연애 및 결혼을 응원했다.

개그맨 김태원이 저승사자를 피해 도망가고 있다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동아닷컴 최현정 기자 gagnrad@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사진|동아닷컴 방지영 기자 doruro@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