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KIA 시즌 최종전…훈훈함 넘친 풍경들

입력 2015-09-18 05: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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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시즌 마지막 경기네요.” KIA 김기태 감독(왼쪽 사진 가운데)과 조계현 수석코치(왼쪽 사진 왼쪽)가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kt와의 시즌 최종전에 앞서 kt 정명원 투수코치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KIA 김민호 수석코치(오른쪽 사진 오른쪽)와 kt 윤요섭(오른쪽 사진 왼쪽)이 KIA 포수 이홍구를 사이에 두고 장난을 치고 있다. 광주|김민성 기자 marineboy@donga.com

kt 이대형, 김기태 감독 찾아가 인사
KIA 이범호도 조범현 감독에게 넉살


17일 광주-기아 챔피언스필드. KIA의 훈련이 한창인데 kt 이대형은 마치 홈팀 선수인 것처럼 주위를 맴돌았다. KIA 김민호 코치가 “야! 빨리 너네 팀 훈련으로 가”라고 해도 안 들리는 척 서성거렸다. 이대형이 버틴 이유는 곧 밝혀졌는데, KIA 김기태 감독에게 인사하기 위해 기다린 것이었다.

김 감독이 필드에 나타나자 이대형은 웃으며 예의를 갖춰 인사했다. 김 감독도 따뜻한 손길로 응대했다. 이대형이 돌아서려는 순간, 김 감독은 주먹을 맞대는 하이파이브를 옛 제자와 나눴다. 김 감독이 KIA 사령탑에 취임한 올 시즌 이대형은 ‘20인 보호선수’에서 제외돼 kt의 특별지명을 받았다. 뜻밖의 이적에 대해 야구계에선 뒷말이 무성했다. 둘 사이의 불화설도 나왔다. 그러나 순간의 섭섭함은 있을지언정, 둘은 프로의 세계가 어떤 곳인지 이해하고 있었기에 시즌 마지막 맞대결을 앞두고 웃으며 얼굴을 마주할 수 있었다.

kt의 훈련이 시작된 뒤에는 KIA 주장 이범호가 은사였던 조범현 감독에게 인사하러 왔다. 단순한 인사가 아니라 “1경기만 봐달라”는 분명한 목적이 있었다. 조 감독이 “처음 8경기를 다 졌는데 그만하면 된 것 아니냐”고 하자 이범호는 물러서지 않고 “그 다음 7경기는 저희가 6번 졌습니다”라고 받아쳤다. 조 감독이 “올 시즌 후 프리에이전트(FA)가 되나”라고 물으며 말을 돌리자, 이범호는 “(시즌 끝나면) 전화 드리겠습니다. 감독님이 먼저 전화 주셔도 됩니다”라고 넉살좋게 답했다.

시즌 최종전이라서 볼 수 있는 화기애애한 풍경이었다. 승패가 갈리는 세계의 비정함은 어쩔 수 없겠지만, 사람 사는 정은 그럴수록 짙어진다.

광주 | 김영준 기자 gatzb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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