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음원 사재기?, 멜론 회원 수백개 유사ID 발견

입력 2015-09-23 07: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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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록엔 모두 A가수 곡만 즐비
음악소비 조작 순위 왜곡 우려

음악사이트에서 ‘작전’이 의심되는 수상한 ID가 대거 발견돼 가요계 음원 사재기가 또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 의혹의 실체를 명확히 파악해 사재기를 완전히 근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하지만 증거를 쉽게 찾지 못하는 현실적 한계가 우려된다는 시선도 있다.

국내 최대 음악사이트 멜론에서 A가수와 ‘팬맺기’를 한 회원 ID 명부를 살펴보면 일련번호가 붙은 동일 패턴의 유사 ID가 수백개 발견된다. ‘abc01’, ‘abc02’, ‘abc03’ 등 영어와 숫자가 조합된 오름차순 형식이다. 이들이 최근 들었던 곡과 ‘좋아요’ 목록은 모두 A가수의 특정곡이다. 해당곡과 가수의 랭킹을 올리려는, 사재기의 의도로 보인다.

하지만 이를 확정적으로 증명할 수도 없다는 점에서 또 다시 의혹 제기에만 그칠 우려도 크다. 2013년 SM·YG·JYP·스타제국엔터테인먼트가 디지털음원 사용횟수 조작을 제안한 업체를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지만 증거불충분으로 기소조차 불가능했다.

실제로 A가수뿐 아니라 웬만큼 팬덤을 가진 아이돌 가수들은 누구나 동일패턴 ID의 회원이 수십∼수백명에 이른다는 사실이 쉽게 확인된다. 실명확인만 거치면 주민등록번호 없이도 ID를 만들 수 있어 가족·친지의 이름으로 ID를 얻어 반복적으로 노래를 들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바람직하지 않지만, 그렇다고 이런 팬심을 무작정 비난할 수도 없는 일이다.

하지만 전문브로커이든, 수십만의 팬심이든, 동일패턴 ID로 인해 음악소비가 건전하게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사실 자체로, 결국 순위가 왜곡돼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음악사이트 측의 더 치열한 관리감독이 요구되는 상황이다. 멜론 측은 “이미 수년 전부터 이상 징후가 있는 ID와 곡에 대해서는 정교한 필터링 기능을 가동시켜 차트에 반영되지 않게 조치를 취해왔다”고 밝혔다.

김원겸 기자 gyummy@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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