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 김태형 감독(오른쪽). 사진제공|스포츠코리아
적재적소 호수비·득점 기회 잘 살려
“완벽한 마무리…선수들 집중력 최고”
“이게 한국시리즈 7차전이었으면 좋겠네. 너무 힘들다, 정말.”
두산의 한 베테랑 선수는 4일 잠실 KIA전을 마친 뒤 덕아웃으로 돌아오며 혀를 내둘렀다. 그러나 그렇게 말하는 그의 얼굴에는 한 가득 미소가 담겨 있었다. 두산이 9-0으로 완승을 거두고 정규시즌 3위로 준플레이오프(준PO) 직행을 확정했기 때문이다.
경기 전부터 감돌았던 전운. 두산은 지면 4위가 돼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나가야 했고, KIA는 지면 5강 탈락이 확정되는 상황이었다. 양 팀 다 최선을 다짐했고, 남다른 각오로 경기에 나섰다. 그러나 경기가 시작된 지 얼마 안 돼 승부는 갈렸다. 두산 김태형(사진) 감독은 “1회초 우리 야수들의 수비 움직임을 보고 딱 ‘이겼다’는 느낌이 왔다”고 말했다. 그 정도로 두산 선수들의 집중력은 빛을 발했다. 적재적소에 호수비가 나왔고, 득점 기회가 나오면 놓치지 않았다. 2회말 2사 만루서 정수빈이 2타점 선제 결승 적시타로 초석을 놓자, 4-0으로 앞선 6회말 1사 1·2루선 김현수가 쐐기 우월3점포(시즌 28호)를 작렬해 흐름을 완전히 장악했다. 마운드에선 선발 이현호와 앤서니 스와잭, 윤명준이 무실점으로 이어 던졌다. 두산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완벽한 경기로 끝을 맺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9월 들어 참 힘든 한 달을 보냈는데, 마지막 3경기를 남기고 오히려 선수들에게 ‘편하게 붙자’고 했다. 그런데 선수들이 워낙 기대이상으로 집중력을 발휘해줘서 박수를 쳐주고 싶다”며 “3위로 끝낼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선수들의 부상과 용병에 대한 고민을 비롯해 고비가 많았지만, 흔들리지 않고 여기까지 올 수 있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김현수도 기쁨을 감추지 않았다. 이날 경기뿐만 아니라 그동안 두산 타선에서 가장 중요한 활약을 해온 김현수다. 타율 0.326에 28홈런 121타점. 그야말로 완벽한 성적으로 시즌을 끝냈다. 그는 “나는 그냥 경기에 나가서 내 자리에서 내 할 일을 했을 뿐이다. 나보다 팀이 지난해 6위에서 올해 3위로 다시 뛰어올랐다는 게 가장 기쁘다”며 “딱 오늘까지만 이 기분을 즐기고 내일부터는 다시 차분하게 포스트시즌을 준비하겠다. 올 가을에도 욕심내지 않고 차분하게 내 할 일을 하는 데 집중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잠실 | 배영은 기자 yeb@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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