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국제영화제서 감지된 ‘차이나 파워’의 이면

입력 2015-10-07 07:05:00
카카오톡 공유하기
프린트
공유하기 닫기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중국과 한국 영화계의 다양한 협업 사례가 나왔다. 중국 하이룬픽쳐스는 합중합작 6편 제작을 알리는 행사를 개최했고, 신현준·손예진·천보린 주연의 한중합작 ‘나쁜 놈은 반드시 죽는다’는 제작보고회를 열었다. 중국 화처미디어와 국내 투자배급사 NEW의 합작법인 화책합신 조인식에는 손현주와 백종렬 감독이 참석했다. (맨 위쪽부터) 사진제공|하이룬픽쳐스·부산국제영화제·NEW

■ 한·중 영화 협업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


한·중 합작법인 ‘화책합신’ 설립 조인식
하이룬도 한국법인·합작영화 6편 계획
“돈의 논리 좌우…곧 위기 올 것” 우려도


세계 1위로 질주하는 중국 영화시장을 둘러싼 기대와 우려가 부산국제영화제에서 감지됐다. 영화제를 통해 한·중 영화인의 협업이 활발히 이뤄졌지만, 그 이면에서는 ‘차이나 파워’의 그늘을 지적하는 목소리 역시 높다.

‘변호인’ ‘7번방의 선물’을 만든 투자배급사 NEW가 중국 화처미디어와 합작법인 ‘화책합신’을 세우고 그 출발을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알렸다. 5일 부산에서 조인식을 가진 양사는 한국과 중국 관객을 동시에 겨냥하는 여러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그 첫 작품은 강풀 작가의 웹툰 ‘마녀’를 원작 삼은 동명의 영화다. 한국과 중국 감독을 각각 선임, 현지 관객의 선호도에 맞춰 두 편의 영화를 제작하는 시도다. 한국 버전은 ‘인간중독’의 김대우 감독이 맡는다. 배우 손현주가 주연한 ‘더 폰’, 한효주의 ‘뷰티인사이드’도 비슷한 방식으로 중국에서 리메이크된다.

중국영화사 하이룬픽쳐스는 부산국제영화제 초반인 2일 배우 이정재와 강제규 감독 그리고 중국의 펑샤오강 감독 등 양국의 유명 영화인을 초청한 가운데 자사의 프로젝트를 공개했다. “내년 9월을 목표로 한국법인을 설립, 3년간 6편의 한중합작 영화를 제작하겠다”는 계획이다. 중국의 개별 영화사가 부산국제영화제를 무대로 대대적인 자사 홍보에 나선 사례는 하이룬픽쳐스가 처음이다. 중국영화의 달라진 위상, 그 곳을 향한 한국영화인들의 바람이 맞물린 결과로 풀이된다. 손예진과 중국어권 톱스타 천보린이 주연한 한중합작 ‘나쁜 놈은 반드시 죽는다’ 제작보고회가 영화제 기간 열린 이유도 비슷하다.

양국의 공격적인 협업은 다양한 시도와 교류, 시장확대라는 측면에서 긍정적이지만 한편에서는 그 실효성을 두고 의문을 제기하는 의견도 많다. 특히 부산국제영화제의 아시아필름마켓에 참여해, 중국 측과 협업 가능성을 타진한 영화인들을 중심으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마켓에 참여한 한 영화사 관계자는 6일 “작년과 비교해 한국영화에 대한 중국의 관심이 확연히 줄어든 것이 체감될 정도”라며 “일부 중국 제작진은 자본력만 앞세워 돈의 논리로 한국영화를 대하는 느낌까지 받았다”고 털어놓았다.

최근 2∼3년 사이 한국 영화인들의 중국 진출 역시 적극적이지만, 그 도전이 모두 성사되지도 않는다. 실제로 한 유명감독은 올해 중국 메이저 영화사와 손잡고 현지 영화연출을 계약했지만 거의 1년이 흐른 지금까지 촬영조차 시작되지 않았다. 사실상 프로젝트가 무산되는 분위기다.

부산국제영화제를 거의 매년 찾는 중국의 또 다른 영화투자사 고위 관계자의 지적은 그래서 더욱 주목할 만 하다. 이번에도 부산에서 한국영화 제작사 여러 곳과 만나 공동제작을 논의한 이 관계자는 “이미 중국의 눈은 유럽 그리고 미국으로 향하고 있다”며 “한국영화가 경쟁력 있는 콘텐츠로 확실히 자리 잡지 않는다면 위기는 곧 올 것”이라고 짚었다.

해운대(부산)|이해리 기자 gofl1024@donga.com 기자의 다른기사 더보기



뉴스스탠드